김일성 생일과 핵실험을 앞두고 4월 북폭설로 난리도 아닌 시절입니다.

현실적으로, 상식적으로 전쟁은 있을 수 없다고 믿고 있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 트럼프라는 변수가 사람을 은근히 불안하게 하네요.


전통적으로 북풍은 보수에게 유리하고, 진보에게 불리한 소재였죠.

그렇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민주당과 문재인 쪽에게 유리하게 작동할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봅니다.


우선 북한에 대한 입장이 전통적으로 한국에서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균열구조였던 만큼,

북풍은 중도포지션에 위치하고 있는 안철수에게 그닥 좋은 이슈가 아닙니다.


스트롱맨을 외치는 홍준표에게 보수의 표심이 돌아갈 조짐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면

우향우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요구가 생길텐데, 이를 호남이 어디까지 수용할지 의문이 생깁니다.

게다가 이미 사드배치에 찬성한다고 이미 우향우 꽤나 한 상태인데 말이죠.

최악의 경우 막나갈 홍준표랑 보수표심을 놓고 우향우 경쟁을 펼쳐야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올겁니다.

지금이야 나 안 찍으면 문재인 되는데 보수 니들이 어쩌겠냐 하겠지만,

문재인보다 북한이 더 큰 이슈로 떠오를수록 안철수와 보수유권자 사이에 갑을관계의 변화가 있을지 모릅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문제는 안철수가 새로운 세력이라는 거에요.

덕분에 새정치, 전문가, 4차 산업혁명, 혁신 뭐 이런 이미지도 가져갔지만, 안보위기라는 올드하고 무거운 주제가 튀어나왔을 때,

저 새로움이 불안함으로 역전될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40석이라는 국민의당의 자리수가 주는 가벼움은 불안함을 가중시킬 것이고요.


나아가 안철수의 핵심 축인 소위 중도라는 집단의 특성도 고려해야합니다.

한국에서 중도는 그게 진보든 보수든 이념에는 별 관심이 없고, 잘먹고 잘사는게 핵심인 집단입니다. 

이걸 생존주의라고 부르기도 하고, 먹고사니즘, 속물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그랬죠.


자신들한테는 좋은게 중요한데 계속 민주/독재 이러면서 옳은 걸 이야기하니까 민주당은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좋은 걸 이야기하던, 나아가 좋은게 곧 옳은거라고까지 나아갔던 이명박한테는 열렬한 지지를 보냈고,

아버지처럼 좋은 걸 할줄 알았던 박근혜가 민주당처럼 갑자기 먹고사는거랑 하등 상관없는 교과서 국정화, 건국절 같이 옳은 걸 이야기하니까 점점 떠나기 시작했죠.


어쨌거나 이 집단이 안철수의 토대인데, 문제는 이 집단이 북풍에 어떻게 반응할지 여부일 겁니다.

사실 이 집단은 평소에 북한에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한국에서 북한은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옳고 그름, 즉 가치 문제이니까요. 적어도 북한이 도발한다고 아무도 사재기를 하지 않게된 시점부터는 말이죠. 


그런데 지금처럼 북풍이 12년의 NLL 같이 옳고 그름의 수준에서 오는게 아니라 실제 전쟁 위협, 즉 생존의 문제이자 좋고 나쁨의 문제로 바뀐다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집단이 중도층입니다. 그리고 이 경우, 당연히 중도층은 전쟁을 회피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출겁니다.

전쟁나면 다죽는다는건 당연한 사실이니,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믿는 중도층이 전쟁도 감수해야한다 같은 개소리를 따를 이유가 없죠.


결국 북풍이 점차 거세질수록, 전쟁 가능성이 피부로 느껴질수록 중도층은 어쨌든 나 죽기가 싫어서라도 전쟁회피 쪽으로 입장이 기울 것이고,

결국 안철수가 보수를 잡기 위해 취해야 할 우향우 행보는 중도층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문이라는 이름으로 기워놨던 가랑이가 찢어지는 상황이 오는거죠.


여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전쟁은 막겠다고 평화 의제를 선점한 문재인의 전략도 효과를 볼 것이고요.

제가 선거기간 중에 더문캠이 썼던 전략 중 거의 유일하게 감탄한 것이 있다면 저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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