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04 15:35
분노
최근 몇 년 간 제가 가장 재미있게 본 일본영화인 악인의 콤비 요시다 슈이치 원작 & 이상일 감독의 작품인데
이번 작품은 악인보다 훨씬 좋네요
할 얘기가 무척이나 많은 작품인데 어떤 식으로 말해야 하나? 가 요령부득인 작품입니다.
그냥 편하게 전체를 뭉뚱그려 말하지 않고, 개별 에피소드, 개별 인물들에 대해서 말하는 걸로 해 보죠
에피소드1은
제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미야자키 아오이와 와타나베 켄, 마츠야마 켄이치가 나오는
아버지와 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에피이고,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나오는 에피죠
딸과 아버지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딸의 남자친구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는 장면인데요
보다보면 제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들의 장면들이 마구 오버랩됩니다.
(정확하게 이런 대사였는지는 확실하지 않아요^^ 뭐 뉘앙스정도로 받아들이세요)
먼저 헐리우드 고전영화의 걸작 상속녀에서 딸이 아버지에게 사기꾼 남친에 관해 말하다가 나오는 장면이 있죠
'저를 사랑해주는 남자가 정상적인 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죠?'
제 개인적인 베스트 프랑스영화 타인의 취향에서 아티스트 여주와 자본가 남주가 산 그림에 대해서 말하다가 나오는 장면
'제가 이 작품을 산 게 순전히 당신에게 잘 보이려고 산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제가 이 그림을 진짜로 좋아서 샀다고는 믿지 않는 거죠?'
거기에 이창동의 영화 오아시스에 나오는 여러가지 장면들이겠죠
단순하게 편견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하기에는 좀 더 문제의식이 깊습니다
왜냐면 그 편견적인 시선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모두 좋은 사람들이니까요
그리고 인생은 항상 이런 좋은 사람들의 편견이 빚어내는 드라마죠^^
에피소드 2는
모리야마 미라이, 히로세 스즈, 미우라 타카히로가 나오는 오키나와 사람들과 낯선 본토 이방인과의 이야기입니다.
일본에서 정말 만들어지지 않는 스토리예요,
예전에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중 하나에서 본 것 같기는 한데 그것빼고는 본 기억이 없네요
에피소드 3개중 가장 여백이 많은 작품입니다.
그걸 좋아할 수도 있고 싫어할 수도 있는데, 전 좋았던 것 같아요
에피스도 3는
츠마부키 사토시와 아야노 고가 나오는 동성애자들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인데요
하필이면 두 배우가 나오는 작품들을 본 지 얼마 안 되서 화면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특히 아야노 고.........
전반적으로 좀 무난해요, 그래서 세 에피중에 가장 심심한 편인지만
전체적인 영화의 발란스를 잡아주는 역할을 해 줍니다.
일본의 스타배우들이 총출동하는 영화인데요
보다보면 왜 이 좋은 배우들이 최근의 더럽게 재미없는 일본드라마와 영화에서 그런식으로 소비되는지
짜증이 나게 됩니다.
특히 미야자키 아오이..........사랑합니다^^
원라인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했는지는 알겠지만, 이렇게 영화를 만들면 안 되죠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물러지면 이런 결과물이 나와요
참 쓰기 싫은 말이긴 하지만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독해야 되요
그게 꼭 나홍진같은 감독처럼 독하지는 않아도 되죠........필요한 건 어떤 '결기'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그 결기가 보이지 않죠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분노를 보고 뭔가 하나 더 봐야겠다 싶어서 집에 와 이 영화까지 봤네요
차마 상상하고 싶지 않은 고통에 대한 이야기죠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도 절대 해피엔딩이 될 수 없는 이야기지만
그래도..........지금 이 영화정도의 엔딩만으로 충분히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비교대상은 아니지만, 비슷한 시기에 봐서 그런지
저는 분노보다는 맨체스터 바이 더 씨를 더 재밌게 봤어요. 어찌보면 더 비극적인 것 같기도 하고요.
원라인 공감. 만드는 분이 자료조사(만) 너무 열심히 하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