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rshot (3X18)

각본
제인 에스핀슨 Jane Espenson

감독
레지스 킴블 Regis Kimble

주연
사라 미셸 겔러....버피
Sarah Michelle Gellar....Buffy
앨리슨 해니건....윌로우
Alyson Hannigan....Willow
니콜라스 브렌든....잰더
Nicholas Brendon....Xander
카리스마 카펜터....코딜리아
Charisma Carpenter....Cordelia
세스 그린....오즈
Seth Green....Oz
앤소니 스튜어트 헤드....자일즈
Anthony Stewart Head....Giles
데이빗 보레아나스....앤젤
David Boreanaz....Angel
알렉시스 데니소프....웨슬리 윈덤-프라이스
Alexis Denisof....Wesley Wyndam-Pryce
크리스틴 서덜랜드....조이스
Kristine Sutherland....Joyce
대니 스트롱....조나단
Danny Strong....Jonathan
래리 백비 3세....래리
Larry Bagby III....Larry
카렘 말리키-산체스....프레디 아이버슨
Keram Malicki-Sánchez....Freddy Iverson
웬디 워싱턴....식당 아줌마
Wendy Worthington....Lunch Lady

이번주 서니데일에서는...
버피에게 새 초능력이 생겼습니다. 놀이터에서 악마들과 싸우다가 피가 손에 묻었는데, 그 뒤로 텔레파시 능력이 생긴 거죠. 처음에 버피는 새로 생긴 능력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며 좋아하지만 점점 이 능력이 축복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사방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버피의 정신을 짓누르고, 버피의 텔레파시 능력에 겁을 먹은 친구들은 그녀를 멀리하기 시작합니다. 한참 심난해진 버피에게 마지막 벽돌이 떨어집니다. 학교에서 대량 학살을 계획하고 있던 누군가의 마음을 읽었던 거예요!

스캔들
'Earshot'는 시즌 피날레인 'Graduation Day (2)'와 함께 3시즌 에피소드들 중 가장 많은 논란에 휩싸였던 작품입니다.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이 에피소드가 방영되기 얼마 전에 발생했던 콜로라도 교내 총격 사건이었죠. 겁에 질린 방송국은 이 에피소드의 방영을 3시즌이 오래 전에 종영된 9월 21일로 미루었습니다. 'Earshot'만큼은 아니었지만 'Graduation Day (2)'한테도 비슷한 운명이 닥쳤지요. 실제 학교에서 끔찍한 살육이 일어난 와중에 교내 폭력을 직접적으로 다룬 드라마를 방영한다는 건 분명 겁나는 일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 주저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예술이 현실을 반영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살인이 일어났다고 해서 시체를 비춘 거울까지 감출 수는 없는 노릇이죠. 오히려 이런 에피소드가 제 날짜에 방영되었다면 현실 세계의 사건에 대한 적절한 주석이 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텔레파시
버피의 텔레파시 능력은 이 에피소드에 흥미로운 터치를 부여합니다. 갑자기 텔레파시 능력을 얻게 된 주인공이라는 설정 자체는 새롭지 않죠. 하지만 제인 에스핀슨의 특기는 그렇게까지 새롭지 않은 소재를 적절하게 버피버스에 투입해 새로운 가능성을 끄집어내는 데 있습니다. 이 에피소드에서도 예외는 아니에요.

버피에게 텔레파시 능력은 'Enemies' 이후 잠시 어색해진 앤젤과의 관계를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이런 식의 애정 관계에 묶여 있는 사람들은 모두 한 번씩 상대방의 마음 속을 읽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기 마련이죠. 영어 시간에 언급되는 [오델로]는 이런 불신의 상태에서 버피-앤젤-페이스의 위태로웠던 (가짜) 삼각 관계의 상흔이 상당히 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암시합니다. 행인지, 불행인지, 버피는 앤젤에게 이 능력을 쓰지 못합니다. 뱀파이어의 마음은 읽혀지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진짜로 재미있는 부분은 버피의 텔레파시 능력에 대한 스쿠비갱의 다양한 반응입니다. 오즈는 버피의 텔레파시를 놓고 존재론적 사유에 잠기고, 웨슬리는 코딜리아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들통날까봐 걱정하고, 잰더는 자기가 맨날 섹스 생각만 한다는 사실이 버피에게 들통나자 질겁하며, 윌로우는 자신이 더 이상 필요없을까봐 두려워합니다. 가장 에스핀슨적인 터치는 코딜리아의 묘사입니다. 코딜리아는 버피의 텔레파시 능력을 걱정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생각하는 게 그대로 말로 나오니까요. 코딜리아는 얄팍한 사람답게 철저하게 표리가 동일합니다.

물론 이런 식의 텔레파시는 조금 수상쩍습니다. 에스핀슨은 생각을 사람들이 마음 속으로 문장을 말하는 것처럼 처리하는데, 사실 사람들의 생각이라는 것이 그렇게 구체적으로 단순하지는 않죠. 그러나 여기서 '사실적인' 텔레파시를 다루었다면 이야기는 훨씬 느려지고 재미없어졌을 겁니다.

We think. Therefore, she is...
여기서 오즈의 머리 속을 열고 그의 의식의 흐름을 잠시 살펴보기로 하죠. 오즈가 스쿠비 회의 때 머리 속에서 굴리고 있던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I am my thoughts.
If they exist in her, Buffy contains everything that is me and she becomes me.
Buffy is all of us. We think. Therefore, she is.
I cease to exist.
No one else exists either.

이 추론 과정에 완전히 동의하기는 어렵습니다. 'Buffy contains everything that is me and she becomes me'에서 'I cease to exist'가 도출되는 건 아니죠. 하지만 어떻게 'We think. Therefore, she is.'라는 매력적인 패러독스를 쉽게 버릴 수 있겠어요?

초심으로 돌아가서...
살인 계획이 드러나면서부터 이야기는 은근히 1시즌 분위기를 풍깁니다. 스쿠비갱 일원들이 서툰 아마추어 탐정 노릇을 하면서 범인을 잡으러 다니는 거죠. 물론 이들은 1시즌 때보다 조금 더 노련해졌고 인원도 늘었습니다. 이제 이들은 윌로우가 FBI에서 끄집어낸 연쇄살인자 프로파일러를 이용해 상당히 조직적으로 교내를 쑤시고 다닙니다. 살인자를 발견한 건 순전히 운이었지만 말이에요.

이들의 탐문 수사 중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윌로우가 조나단을 심문하는 장면입니다. 사실 이 장면은 2시즌 'Go Fish' 에피소드의 변주이지만, 그래도 재미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어요. 아니, 변주이기 때문에 더 재미있는 건지도 모르죠. 특히 특유의 혀짧은 소리로 무시무시한 심문관 흉내를 내는 윌로우의 모습은 정말 귀여워요.

용의자와 범인
이 에피소드는 가짜 범인으로 시선을 돌리다 갑자기 진범을 들이대는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비교적 흔한 공식으로, [버피]의 이전 에피소드에서도 꽤 자주 사용되었었죠. 대표적인 예로 The Witch, Never Kill A Boy On The First Date, The Puppet Show 같은 에피소드들을 들 수 있겠군요.

그러나 이 에피소드에서 중요한 것은 나중에 드러나는 진짜 범인이 아니라 가짜 범인인 조나단입니다. 진짜 클라이맥스도 조나단이 학교 종탑에 올라가 막 장총을 끄집어내는 순간 버피가 그를 말리는 장면이고요. 조나단에게 이 에피소드는 그의 '동네북' 역할의 절정입니다. 고립감과 따돌림에 못이겨 결국 폭발하고마는 그는 이후 발생한 수많은 교내 총기 사건의 예언자이기도 했습니다. 버피가 조나단에게 하는 연설은 다소 설교조지만, 고등학교 시절이라는 끔찍한 시기에 대한 상당히 정확한 기술입니다.

조나단에 비하면 진짜 범인은 다소 약합니다. 반전의 묘미가 있기는 하지만 주제에서 살짝 벗어난 듯한 느낌이 들어요. 아마 어느 정도 안전한 선택을 원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군요. 하긴 이미 '총기 사건'이라는 벌집을 건드린 뒤였으니까요.

오늘의 윌로우 예찬
지금 생각해보면 오즈가 한 중요한 대사의 반 이상은 윌로우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오즈의 존재 이유가 윌로우의 남자 친구 역할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군요. 하여간 오즈는 윌로우와 관련된 근사한 말들을 많이 했습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Innocence' 에피소드에 나왔던 아름다운 'Willow kissage' 연설이겠죠. 그가 'Homecoming' 에피소드에서 했던 유명한 선언 "As Willow goes, so goes my nation"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오늘의 윌로우 예찬으로 뽑힌 오즈의 대사는 위의 것들에 비하면 훨씬 장식이 적습니다. 사실 예찬을 의미한 것도 아니죠. 그는 도서관을 나가는 윌로우를 쫓아가며 무덤덤하게 이렇게 말합니다. "I'm gonna follow the redhead."

전 이 건조한 대사가 엄청나게 로맨틱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오즈는 윌로우를, 그가 언제나 추구하고 따라야 할 지향점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그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기에 특별히 미사여구를 추가할 필요도 없습니다. 원래 진짜 로맨티시스트들에겐 미사여구가 필요 없답니다. 오히려 미사여구가 많아지면 [봉숭아 학당]의 '언어의 마술사' 태식이처럼 됩니다.

그러나 나중에 생각해보면 바로 이런 게 연인으로서 오즈의 한계였습니다. 오즈는 윌로우를 깊이 사랑했지만 결코 타라처럼 윌로우의 삶에 깊숙히 들어가지는 못했습니다. 그는 늘 뒤를 따르는 존재였지, 함께 삶을 나누는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오늘의 장면
아, 역시 'Band Candy'에서 조이스와 자일즈가 섹스했다는 사실을 버피가 알아차리는 장면이 아닐까요?

BUFFY: You had sex with Giles! You had sex with Giles!
JOYCE: It was the candy. We were teenagers.
BUFFY: On the hood of a police car!?
JOYCE: I'll be downstairs. You feel better.
BUFFY: Twice!

기타등등
악마에 의해 감염된 버피의 초현실적인 경험이라는 소재는 6시즌의 'Normal Again'에서 되풀이됩니다. (02/06/21)

DJ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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