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잡담...

 1.정치인들은 무언가 하고싶은 걸 할때 대충 멋져보이는 말을 동원해서 기름칠을 하죠. 그들이 가진 거라곤 명분뿐니까요. 아니, 그들은 사실 명분을 가진 것도 아니예요. 그들이 유일하게 가진 척할 수 있는 게 명분뿐이거든요.

 2.한데 그들이 한술 더 뜰 때가 있어요. 물러날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 물러나지 않기 위해 온갖 거짓말을 동원하는 거죠. 지금 금투세가 딱 그래요. 원래 금투세를 시작하려 한 건 국힘의원인데 어쩌다 보니 민주당이 금투세를 밀고 국힘이 금투세를 반대하는 상황이 되어버렸거든요. 

 그리고 모든 사람이 금투세를 하면 안된다고 외치고 있는데...민주당은 여기서 폼나게 빠져나갈 방법이 별로 없어요. 금투세를 폐지하자고 하면 왠지 국힘이 슛을 넣는데 박수치는 사람들이 된 것 같을테니까요. 

 그래서 민주당은 어떻게든 폼을 잡아보려고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라는 명분을 삼아 금투세를 밀어보고 있어요. 한데 난 이 말이 참 이상하단 말이죠. 난 이런 식으로 대충 멋져 보이는 말을 아무데나 막 던지고 보는 사람들이 정말 싫거든요.

 3.주식시장이란 곳은 노동을 하는 곳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노동자에게 주어지는 만큼의 안전장치도 없고요. 주식시장은 사람들이 그날까지 모은 피같은 돈을 싸들고 와서 승부를 벌이는 곳이예요. 한데 강원랜드는 가까워서라도 가지, 만약 강원랜드와 라스베가스 카지노가 같은 곳에 있다면 어떨까? 그럼 모두가 라스베가스로 가고 강원랜드는 망하겠죠.

 한데 미국 주식시장은 클릭 한번으로 갈 수 있거든요. 클릭 한번으로 더 좋은 마켓으로 갈 수 있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려면 수수료를 좀 싸게 해주는 수밖에 없어요. 동네 카지노 따위가 라스베가스 카지노와 대결을 벌이고 있는데 수수료를 똑같이 받아먹겠다면 망하려고 작정한 거죠.

 진성준은 '비포장도로라도 요금은 받아야 한다'라는 식으로 말하던데 글쎄요. 이미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거래세라는 세금...통행료를 따박따박 받고 있거든요. 한데 이런 비포장도로와 제대로 된 도로가 요금을 똑같이 받는다면 비포장도로에는 아무도 안 오겠죠. 그나마 있던 거래세조차 제대로 못 받게 되는 악법이 바로 금투세예요. 

 4.휴.

 5.그야 금투세를 당장 폐지할 순 없겠죠. 그건 민주당의 가오를 너무 상하게 하는 거니까...적당히 유예 정도로 마무리하고 2년 후에 선거에서 서로가 금투세를 폐지하겠다고 목청 높이는 흐름으로 가는 게 제일 낫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주식시장에서 불린 돈에 소득이라는 말을 붙이는 사람들은 참 이상해요. 주식에서 돈을 얻거나 잃는 건 정말 한끝 차이거든요. 직장이란 곳은 잘 했든 못 했든 그 직장에 붙어 있기만 하면 무조건 돈은 받아요. 그러니까 소득이라고 하는 거죠. 하지만 주식시장은 그곳에 돈까지 싸들고 와서 오랜 시간을 보내도 돈을 잃는 사람이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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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사태에서 내가 싫은 건 금투세 문제 하나만이 아니예요. 이번에도 그렇듯이, 구렁이 담 넘어가는 것처럼 뭔가 멋져보이는 말을 전혀 상관도 없는 곳에 마구 붙여대는 수법이 싫단 말이죠. 정의로운 명언들은 나쁜 짓 하는데 함부로 갖다쓰라고 만든 말이 아니잖아요.

 어떤 명언이든 관용구든, 그걸 가져다 쓸 땐 그 말이 가리키는 대상이나 상황을 정확히 지칭할 때만 써야 해요. 왜냐하면 그런 멋진 말을 한 위인들은 그 말 한마디를 역사에 남기기 위해 오랜 시간동안 공부하고 노력하며 인생을 산 거니까요. 그런데 잡스러운 인간들이 자꾸만 전혀 상관없는곳에 가져다 쓰는 건 안타까운 일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