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만 하는 DAIN입니다.

당연히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이번 주에 넷플릭스에서 본 것들을 간단히 적어봅니다.


- 터미네이터 제로

(내용 까발림이 있습니다. 주의 바랍니다)


미국 영화 프렌차이즈인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외전격인 작품을 일본 애니 제작사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입니다. 

일단 이 애니는 공각기동대 애니메이션 시리즈(솔직히 이것도 원작 만화와 초기 극장판 정도만 의미있지 이후로 계속 이어진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그냥 원작의 쌓인 명성을 깎아먹는 덤이었다고 생각합니다만)를 만든 프로덕션 IG 제작이긴 한데,

결과물 자체는 이렇게 미묘한 물건이 나올 줄은 정말 예상을 못 했습니다. 


제가 트위터 등에서 종종 쓰는 말투를 여기에 굳이 옮긴다면 "예쁜 똥"입니다. 그림은 볼만한데 그 외는 그냥 그래요. 

굳이 말하면 영화 시리즈 초기의 심판의 날 시점(1997년 무렵)에 가까운 시기에 일본에선 이런 일이 있었다~ 정도인데, (문제라면 이 심판의 날 시점도 시리즈가 진행이 되면서 점점 엉망이 되니…)

빌어먹을 팩스 헐리우드 정서 덕분에 그나마 현재에 가까운 실재감~이란 착각을 동양 반도국에도 덮어씌우듯이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있던 1,2편의 이야기와 완전히 다른 정서가 얹혀지면서, 

이건 굉장히 애매한 영역을 헛다리 짚어가면서 돈 낭비하는 기분이 드는 물건이었습니다.


AI를 물리치기 위해 다른 AI를 키운다~라는 발상이 옳았는지 틀렸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실제로 그걸 저질러 버린 과학자가 있기 때문에 이번 [터미네이터 제로]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다크 페이트'에서 스카이넷이 아닌 다른 AI의 존재가 나오는 것에 대한 설명을 이 애니를 통해서 하는 게 이 작품의 본래 의도라면, 

머 그 점에 있어서는 시리즈 전체에서 꼭 필요 없는 외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정말 웃겨요. 덤으로 그다지 설득력도 없고요. 인간에게 인간의 장단점을 배운 AI가 인간을 어떻게 대할지 어쩔지 고민하기 이전에 

뭔가 AI의 사고 속에 인간을 보호한다거나 등의 기준을 세우거나 기타 제약을 준다거나 하는 것도 가능했을 텐데…,

하여튼 과학자라는 인물이 좀 설득력이 없고 그 결과물인 AI나 기타 등등 부류도 되게 상투적이란 인상인데다, 전개는 예측 못하게 한다~에만 몰두한 나머지 뭔가 이야기로는 구멍이 뚫린 기분입니다.

저는 SF전문은 아니지만 DJUNA님이나 SF작가들이면 그런 공상과학적 설정만 있고 생각이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작품 아닐까 평가하지 않을런지 싶어질 지경이에요.


뇌만 인간이고 전신이 기계인 인간 부류와는 반대 개념인 존재나 기타 등등, 일본제 터미네이터에서 생각할 수 있을 만한 건 대충 하고 있습니다만, 

공각기동대 만들던 데서 만들었기 때문에 어째 공각기동대처럼 싸운다 싶을 사람도 있을 겁니다.

요즘 인기 있고 비싼 여자 성우를 주역 중 한명으로 배치 했는데, 이 성우가 요근래엔 좀 이중적인 인물을 많이 하던 케이스라 이 성우가 맡은 인물 나온 시점에서 대충 예측할 사람도 있었을 거라 봐요.

(이 작품에서 카일 리스 격인 인물은 베르세르크 극장판에서 캐스커 역을 한 성우…)


내용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뭔가 시간대 따져봐도 좀 이상해요.

터미네이터 1편과 견주어 생각하면 XX를 지키라고 보낸 카일 리스 역할의 인물이 죽지 않고 살아서 후손을 보고 그 후손이 또 뭔가의 이유로 터미네이터를 보낸다는 이중으로 꼬인 구조가 되는데 

미래의 젊은 카일 리스하고 과거에 갔다 미래까지 살아남은 늙은 카일 리스가 같이 존재하는 시간이 생기는 데다가, 너무 늦게 후손을 보는 것처럼 되는 지라 이게 타임 패러독스가 아닐 수가 없기도 하고 

하여튼 뭔가 이야기 적으로 구멍이 숭숭 뚫린지라 이게 '일본 애니가 된 터미네이터라니 뭔가 신기하다'같은 식이 아니면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 것 같거든요.


하여튼 개인적으론 비추입니다만 한번 보고 잊어버리는 정도는 되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이거 볼 시간에 넷플릭스 애니 중 아무거나 다른 거 보는 게 나을 거에요. 


덤으로 종종 하던 농담인데, 터미네이터2 끝나고 사라 코너와 존 코너 母子가 미국에 그대로 남아 있었으면 터미네이터3 루트를 타는 거고, 경찰을 피해서 멕시코로 도망가면 다크 페이트 루트로 가는거다~라는 식으로

이 애니는 같은 시간대에 일본을 무대로 하는 다른 터미네이터 이야기고, 동시에 그놈의 존 코너 이외에도 기계들에 맞서 싸우는 영웅이나 구세주는 다른 여럿이 있었을 수 있고 또 기계들도 인간과 싸우기 위해 다른 수단을 사용하고…

뭔가 원인과 결과가 맞물려 돌아가는 터미네이터 세계관 특유의 운명론을 갖고서 일본식 개똥철학 좀 넣어서 변주했다는 정도가 의의긴 합니다만, 이것도 일본인이 하는 핵 이야기 나오면 괜히 똥밟은 기분 든단 말이죠.

이게 로튼 토마토니 뭐니 등에서 평가가 좋다니 개인적으론 믿어지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론 이건 그냥 카레 맛 나는 똥인지 똥 맛 나는 카레인지도 모를 혼종일 뿐이에요. (차라리 귀멸의 칼날 애니 전편을 다시 돌려보는게 낫겠다 싶습니다)


그냥저냥 한번 볼 정도는 된다고 생각하지만, 카메론의 상업영화 터미네이터들보다 못하고 이후 이어진 터미네이터 프렌차이즈 영화나 드라마들과 비교해도 '일본적인 감각'이 들어갔다는 정도 이외에는 그냥 무난하게 재미없는…

아니 뭐 보기도 전에 당연한 거 아니냐 하시는 분도 계실지 모릅니다만, 


처음부터 큰 기대를 한 건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퀄리티는 유지하지만 내용적이나 시간적으로 낭비를 하는 물건도 드물지 않나 싶아요.

이 애니에 들어갈 돈과 공을 (한국에선 존재감이 제로에 가까운 애니인) 그렌다이저U에 들였으면 차라리 어땠을까 싶어지는 슬픈 중년이었습니다. -_-

(아니 진짜 기생수 애니와 영화가 원작 팬들에겐 욕을 먹었어도 이 애니보단 확실히 낫지 않나 싶어요.)



= 와이어트 어프와 카우보이 전쟁

이건 다큐드라마 입니다. 그렇다고 뭐 MBC에서 일요일 오전에 하는 그 서프라이즈 부류 까지는 아니고, 시간적으론 짧은 편인 에피소드를 몇개 계속 이어나가는 식으로 진짜 드라마인데 , 

생각보다 에피소드 중간중간에 나오는 연구자들의 고증이나 증언 등이 있고 또 각편의 끊는 타이밍이 좋은 편이라서 꽤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아마도 「OK목장의 결투」 같은 영화 등으로 한국에서도 이름은 알만한 전설급 총잡이 와이어트 어프와 그가 얽힌 'OK목장의 결투'의 실제 전후 상황이나 전개 등을 보여주는 다큐드라마입니다.

거기에 당시 남북전쟁이 끝난 이후의 미국 내부 상황 같은 것도 언급하고 있어서 꽤 볼만한 다큐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무난하게 재미있습니다. 치정극이기도 하고 복수극이기도 하고 범죄 음모와 법정극 등등의 여러가지 내용과 기타 상황이 얽히면서 꽤 흡인력이 있다 생각합니다.


이 드라마 보고 나서 검색을 해보니, 한국어 위키백과에 '와이어트 어프' 개인의 개별 항목이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어 위키백과에서 와이어트 어프를 검색하면 케빈 코스트너의 영화가 뜨지, 본인 항목은 뜨지 않고… '오케이 목장의 결투'는 있어도 와이어트 어프는 없네요.


어쨌든 이 다큐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와이어트 어프는 여러가지 의미로 재미있으면서 재미없는 사람입니다. 

좋은 의미로던 나쁜 의미로던 그냥 평범한 사람이 특수한 기술을 익혀서 세상을 살아나가려고 하는데, 세상이 썩고 시스템이 불안해서 원치 않은 악명과 오명을 뒤집어 쓰는 이야기기도 하고,

하여튼 오래 살아 남아서 자기 변호를 했기 때문에 그나마 죽은 이후에라도 악명이 사라지고 나름 전설급 취급을 받게 되는 '살아남은 자가 강자' 같은 이야기기도 합니다.


결국 와이어트 어프는 1926년인가까지 살아서 80세 때 죽었는데, 말년은 헐리우드의 서부극 영화에서 총싸움 고증을 했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오래 살아서 자기 체험담을 남기긴 했기 때문에 이 사람이 마구 총질하고 다닌 사람은 아니었다는 걸 후세 사람들이 알게 되기도 했고, 이후 영화 소재로 차용되어 알려지게 되기도 했으니…


어쨌든 와이어트 어프는 실제로 건파이트를 여러번 해보고 살아남은 마지막 서부 총잡이~정도로 쳐줄 정도는 되겠지만 실제로는 사격보다는 주먹질에 능했다는 말도 있고,  

과거 서부극이 그리 사실적인 총싸움을 묘사했는지에 대해선 미지수이기 때문에 왕년에 총 좀 쏴본 노인네의 총싸움 고증이 1차대전 이후의 영화판에 얼마나 리얼함을 보증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저 개인적으도 와이어트 어프에 대해선 창작물을 통해서 본 게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얼마나 정확한 지식이 있었는가 싶으면 부끄러울 정도입니다만… 

하여튼 이 드라마를 보고나니 그래도 너무 나쁜 짓 하지 말고 착실하게 살아야 행운도 생긴다, 착하게 살아야 자기에게 좋은 말을 해줄 사람도 생긴다~라는 교훈을 얻었다 정도로… ㅎㅎㅎ


와이어트 나오는 창작물 중에서, 일본 격투 만화 좀 오래봤다면 알만한 "수라의 각"이란 만화가 있는데, 

'수라의 각'에서 배가 난파해 미국 서부로 흘러온 일본인 무술가 집안의 젊은이에게 지는 서부의 보안관으로 나왔던 와이어트 어프 생각하면, 

이 다큐드라마의 와이어트 어프는 그냥 평범한 주인공이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원칙을 지켰기 때문에 거품도 악명도 잘못도 있는 인물이지만 어쨌든 천수를 누리고 살아남았구나 싶은 것입니다.

(이 드라마에서도 중요하게 나오고 OK목장의 결투 영화에도 나오는 와이어트 어프의 친구이자 동료였던 닥은 젊은 나이에 총이 아니라 병으로 죽었단 말이죠)


어쨌든 이래저래 새로 알게 되는 게 있다면 재미있는 것이지요. 

터미네이터 제로보단 진짜 2배 이상은 재미있게 본 다큐드라마였습니다.


이것저것 보긴 했는데, 확실히 기억에 남고 다른 사람들이 관심 가질 만한 건 이 정도 뿐이네요.


하여튼 간만에 뻘 소리 좀 써보고 갑니다. 

다들 좋은 주말 되십시오.


:D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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