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영화라네요. 런닝타임은 1시간 38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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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가 많이 사기입니다. 저런 차림새, 저런 아이템 다 나오긴 하는데 영화 분위기는 전혀 이렇지 않아요.)



 - 대략 60년대 매사추세츠 어딘가의 소도시에 아일린이라는 20대 처녀가 살고 있었어요. 경찰 서장까지 하고 은퇴한 알콜 중독 인간 말종 아빠를 돌보며 퍽퍽하고 재미 한 점 없는 삶을 꾸역꾸역 살고 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아일린이 일하는 교도소에 레베카라는 폼나고 섹시하고 매력 쩌는 의사 선생님이 부임을 해요. 한 눈에 이 분에게 반한 레베카는 갑자기 일상이 즐거워지는데요. 게다가 이 분이 대놓고 마구 플러팅을 시전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한 방에 훅하고 빠져드는 아일린이지만 요 레베카라는 양반은 관객 입장에선 딱 봐도 별로 좋은 사람일 리가 없어 보이는 데다가 영화의 장르도 로맨스는 절대 아니거든요. 과연 이야기가 끝날 때 쯤에 우리 아일린의 삶은 어떤 꼴이 되어 있을 것인지 심히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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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분위기죠. 답 없고 출구 없는 인생의 우울 청춘 아일린씨...)



 - 넷플릭스가 새 컨텐츠라고 들이미는데 주인공이 토마신 맥켄지이고 장르가 스릴러, 미스터리래요. 안 볼 수 있겠습니까. 앤 해서웨이는 딱히 좋아하는 배우까진 아니지만 그 비주얼은 깊이 인정하는 분이니, 또 맡은 캐릭터도 매력 쩌는 위험한 언니(?) 역할이라니 괜찮을 것 같았구요. 또 영화가 시작되고 한 십여 분 정도 보다 보면 참 그림도 예쁘고 음악도 잘 쓰고 이야기도 꽤 그럴싸한 분위기를 잡으며 흘러가요. 그래서 기대치란 것이 차츰 차츰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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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마신 맥켄지의 매력을 뜯어 먹을 수만 있다면 어지간한 건 다 감당할 수 있다... 라면 보셔도 좋습니다.)



 - 아. 대체 뭔가요 이게. ㅋㅋㅋㅋㅋㅋㅋ


 웃기게도 애초의 기대는 충족이 충분히 되었습니다. 두 배우들 참 잘 해요. 해서웨이는 그냥 캐릭터에 딱 들어맞게 캐스팅이 잘 됐더라구요. 눈에 확 띄는 미모에 화려하고 폼나고 멋진데 어딘가 좀 비어 보이고 공허한 느낌이면서 성품도 좀 별로일 것 같은. 그런 캐릭터를 맡아서 비주얼 80%, 연기력 20% 정도 배합으로 잘 소화해내구요. 토마신 맥켄지는 그야말로 '하드 캐리'라는 것을 합니다. 이게 제목대로 아일린 캐릭터를 원톱 주인공으로 해서 캐릭터 스터디를 하는 식의 이야기거든요. 그래서 사실상 혼자 다 해먹어야 하는 영화에서 정말로 다 해먹습니다. 각본도 나름 신경 써서 이것저것 디테일을 던져주긴 하지만 그게 이만큼 살아난 건 거의 배우 덕이 아닌가... 라고 생각하면서 봤어요. 인생 퍽퍽한 시골 동네 내향인 처녀였다가 생기발랄 미녀였다가 위험한 애착에 빠진 불안정한 젊은이였다가... 오락가락하는 게 캐릭터 하나로 자연스럽게 수렴이 되고 뭣보다 그냥 매력적이에요. 이 배우님 팬이라면 필히 보셔야 할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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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년대 스타일로 예쁘게 꾸민 팜므 파탈 '비주얼'의 앤 해서웨이를 즐기고 싶다면 역시 보셔도 좋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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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배우 구경 용으로는 괜찮습니다. 셰어 위검도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살리며 좋은 연기 보여줘요.)



 - 굉장히 느리게 흘러가는 이야기입니다. 보다 보면 '아니 그래서 대체 무슨 얘길 하려는 건데? 그거 언제 시작되는데?' 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ㅋㅋ 그러니까 주인공의 환경이나 여건들을 보면 이게 그냥 휴먼 드라마로 흘러갈 리가 없는 이야기인데 그게 당최 발동이 안 걸리거든요. 퍽퍽하게 살다가, 레베카 때문에 설레면서 변화를 겪다가, 근데 여전히 퍽퍽하다가, 좀 나아지는 듯 하다가, 결국 다시 퍽퍽하다가... 이런 걸 한 시간 넘게 보여주다가 드디어 '사건'이라는 게 벌어질 때 쯤엔 런닝타임이 30분도 안 남아 있어요.


 근데 이건 당연히 별 문제가 아닙니다. 그래도 그동안 쌓아 올린 벽돌들이 알차게 활용되면서 클라이막스에서 제 역할 해주고, 그래서 임팩트가 있든 무슨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든 아니면 뭐가 됐든 재미가 있... 으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게 안 돼요. 그래서 뭐가 있겠지... 곧 뭔가 벌어질 거야... 아니 이 정도로 뜸을 들였으면 막판에 뭔가 믿는 게 있겠지? 라는 식으로 서서히 상승했던 기대감이 파시식. 와장창. 으로 끝이 나더라구요.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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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베카가 아니라 누가 됐든 이 중에서 딱 한 명과 친하게 지내야 한다고 하면 선택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 ㅋㅋㅋㅋ)



 - 그 클라이막스가 뙇! 하고 시작 되는 순간은 꽤 괜찮았어요. 의표를 찌르는 타이밍에 순식간에 상황이 아주 당황스럽게 뒤집히거든요. 문제는 그 상황이 수습되는 과정입니다. 굉장히 이해가 안 되는 비논리적인 상황이 연달아 벌어질 뿐더러, 그동안 봐 온 그 캐릭터와 별로 어울리지 않는 선택들을 해요. 뭔가 우당탕 쿠당하고 궤도 이탈을 하며 폭주해서 이야기를 맺어 버리는 느낌. 그나마 그 맺어진 상태도 매우 당황스럽구요. 이게 뭐지?? 뭔데? 라는 생각이 드는데 여기에서 한참 생각을 해 봐도 딱히 그럴싸한 답이 안 나옵니다. 대략 '이런 의도였나 보다' 라고 생각할 순 있는데 그래도 그걸 드러내는 방식이 구린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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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님께 물려 받은 얼굴 막 쓰기 스킬을 시전 중인 토마신 맥켄지양입니다.)



 - 그냥 제 개인적인 짐작이지만.

 아마도 만드신 분께선 히치콕 느낌 나는 스릴러 내지는 느와르 풍 이야기를 빚은 후에 일부러 거기에 좀 안 어울리게 빚어진 아일린이라는 캐릭터를 던져 넣고선 장르물의 형식을 빌린 아트 필름. 혹은 다층적 메시지를 담은 진지한 드라마... 같은 걸로 완성해 보고 싶으셨던 게 아닌가 싶어요.

 시도는 좋았고 실제로 그러한 요소들이 대부분 꽤 그럴싸한 폼으로 빚어져 있습니다만. 그 모든 걸 자연스럽게 하나로 꿰어내고, 마지막엔 깔끔하게 이야기를 맺는 것에서 좀 티나게 실패를 해버렸다... 라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마무리가 부실하니 보는 내내 괜찮았던 부분들까지 별 의미가 없어져 버리구요.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엔드 크레딧이 뜨는 순간 제 머릿 속엔 단 두 글자. "어쩔?"이란 생각 밖에 없었어요. ㅋㅋ


 그래서 그냥 배우들 팬이면 보시고 아니면 안 보셔도 되겠다... 라는 게 제 결론입니다. 토마신 맥켄지와 앤 해서웨이가 둘 다 많이 좋으시다면 그래도 꼭 보세요. 아일린의 아빠로 나오는 셰워 위검의 연기도 많이 좋았고 배우 구경으로는 본전은 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외엔... 그렇습니다. ㅋㅋㅋ 그나마 영화가 짧아서 보는 게 힘들진 않았으니 다행이었네요!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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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이런 그림에 끌리신다면 보셔야겠죠. 추천은 하지 않습니다만!)




 + 극중에서 해서웨이의 캐릭터가 주인공에게 '너같은 아담한 체구' 어쩌고 하는 대사를 치거든요. 근데 토마신 맥켄지 키는 165에요. 아무리 본인 키가 170이 넘는다 해도 키 165의 60년대 여성에게 아담 운운은 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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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시라구요. 그냥 본인이 격하게 큰 겁니다!! ㅋㅋㅋㅋ)



 ++ 나름 중요한 장면에서 'Tell Him' 이란 노래가 흘러나오는데요. 제게 그 노래는



 이걸로 단단히 인식이 박혀 있어서 괜히 웃었습니다. ㅋㅋ 

 앨리 맥빌 디비디도 다 사놔서 지금도 집에 있는데 디즈니에 스트리밍으로 다 올라 있는 걸 보니 세상 만사 허망...



 +++ 전 자꾸, 자꾸, 자꾸만 토마신 맥켄지를 생각할 때 머릿 속에서 케이틀린 디버와 섞어 버립니다. 한 두 번은 그럴 수 있는데 두 배우 모두에게 호감 가진지 한참이 지난 요즘도 이러는 걸 보면 정말 뇌의 노화가!!! ㅠ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다시 간단히 요약하자면 아일린의 엄마는 돌아가셨구요. 언니는 시집 가서 멀리 살고 본인은 탈출할 기회를 놓치고 고주망태 망할 영감탱이에게 붙들려 봉양을 하며 살아요. 당연히 배은망덕한 영감탱이는 고마움 따윈 모르고 맨날 폭언을 일삼으며 아일린의 자존감을 지저세계로 끌어내리죠. 게다가 아일린 본인도 그다지 적극적이거나 능동적인 양반은 못 되어서 그런 시궁창 환경에 물들어 그 좋은 젊은 날을 퍽퍽하고 무의미하게 보내고 있죠. 그래도 마음 속의 당연한 욕망 같은 건 멀쩡히 있어서 남몰래 커플들 나쁜 짓(?)하는 거 훔쳐 보며 자위 행위를 한다거나. 교도소의 핸섬한 총각을 몰래 훔쳐본다든가... 이러긴 합니다만.


 아일린에 비해 새 정신과 의사로 부임한 레베카는 되게 전형적인 캐릭터입니다. '깨어 있는 지식인 여성'이라고나 할까요. ㅋㅋ 겉으로는 하하 호호 웃으며 모두와 잘 지내는 듯 하지만 실은 이 시골 마을 교도소의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들을 좀 경멸하고 있구요. 종종 규칙 같은 걸 일부러 어겨가며 자신의 그런 외적 & 내적 멋짐에 취해 사는 듯한, 좀 밥맛 없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게 처음부터 막 드러나는 건 아니지만 결론은 그래요. 결혼에 관심 없고 자꾸만 아일린에게 들이대며 데이트 신청하고 그러는 걸 보면 동성애 성향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미 적었듯이 워낙 자뻑에 '나는 신세대다!'라는 식의 캐릭터라 그냥 재미로, 충동적으로 그랬을 수도 있거든요(...)


 암튼 요 레베카와 동네 술집에서 아주 폼나게 차려 입고서 데이트도 하고, 거기에서 레베카에게 온갖 칭찬의 말을 듣고 또 둘이 부둥켜 안고 다정하게 춤도 추고, 심지어 헤어질 땐 짧게나마 입술에 키스까지 받아 버린 아일린은 순식간에 행복함이 치사량을 넘겨서 혼자 술집에 돌아가 과음을 하고는 온 차와 본인 옷과 머리 등등에 아주 걸쭉한 토사물을 대량으로 배출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그 상태로 외박까지 해 버려서 아빠의 걱정을 사요. 이 인간은 딸래미를 하녀 부리듯 하며 그렇게 허세를 부려대지만 사실 요 하녀가 사라지는 건 원치 않으니까요.


 그러고 출근했더니 레베카는 크리스마스를 집에서 보내겠다느니 하는 연락을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아쉬운 맘을 안고 집에 돌아온 아일린은 아빠랑 모처럼 좀 편안한 분위기로 담배도 나눠 피우고 함께 술도 한잔 하는데... 이때 이 망할 놈의 아빠는 또 "세상엔 주인공 인생 사는 인간과 엑스트라 인생을 사는, 아무도 못 알아보고 존재의 의미도 없는 인간이 있는데 후자가 바로 너야." 같은 얘길 아주 정색하고 해서 아일린의 맘을 후벼파구요. 


 그런데 이때 레베카에게 전화가 와요. 자기가 지금 집에 혼자 있는데 와서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자네요. 또 다시 행복 수치가 치사량을 넘긴 아일린은 또 죽은 엄마의 옷으로 아주 예쁘게 차려 입고, 나름 와인 한 병까지 선물로 사서 레베카가 불러준 주소로 출동하는데요. 이게 사람 사는 집인가... 싶을 정도로 난장판인 집에서 본인만 어여쁘게 나타난 레베카와 즐거운 대화를 나누죠. 근데 뭐 요리를 주겠다며 통 치즈와 통 피클을 툭 던져 주고선 그릇과 칼을 못 찾아서 '아 뭐 꼭 잘라 먹을 필요 있나?' 이런 소릴 하며 혼자 폼나게 웃던 레베카님께선 갑자기 아주 진지한 이야길 하겠다며 정색하고 아일린에게 마음의 준비를 시켜요. 그래서 우왕 나 지금 고백 받는 건가!! 하고 설레는 아일린입니다만. 레베카가 꺼낸 이야기는... 사실 자기가 지금 이 집 주인을 지하실에 결박해 놓은 상태이니 좀 도와달라는 겁니다(...)


 그동안 계속 중요할 것처럼 나오던 소년 범죄자가 있었는데요. 엄마와 나란히 자고 있던 본인 아빠를 침대에 누운 그대로, 포크로(...) 찔러 죽인 녀석이었거든요. 레베카는 계속 이 녀석에게 집착하고 있었는데, 분명 저 아빠가 아들놈에게 몹쓸 짓을 했을 거라는 확신을 갖고 애 엄마 집을 방문해서 막 다그치다가 그만 부상을 입혔고.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난리를 치니 재갈 물려 지하실에 묶어 놓고 자기 도와줄 만만한 호구로 아일린을 불렀다... 뭐 이런 상황입니다. 처음엔 자리를 뜨려던 아일린이지만 레베카가 막아서며 온갖 스윗스윗한 말들로 설득을 하자 금방 마음을 고쳐 먹고선 자기 아빠 권총을 들고 와요. 이걸로 위협해서 자백을 받자!! (뭐라고???;;;) 라며 함께 지하실로 내려가서 진짜로 총들고 위협을 하구요. 결국 엄마에게 고백을 듣는 데 성공하죠. 갸 아빠가 오래 전부터 본인 아들을 성폭행 해왔던 겁니다. 그런데 아들을 지켜줘야 할 엄마란 양반은 자기 아들을 성폭행한 후의 남편이 기분 좋아져서 자신에게 잘 해주는 게 좋아서 은연중에 방조를 넘어 협조까지 하고 있었던 것이고요. 


 문제는 이 아줌마가 이런 얘길 늘어 놓다가 본인 감정이 끌어 올라서 "이런 하찮은 행복을 원한 게 그리 큰 죄더냐!!!" 라고 외쳐대는데, 그 와중에 자꾸만 동네 유명 모쏠 아싸 캐릭터인 아일린에게 "넌 이런 거 모르지만", "넌 영원히 이런 감정 알 길 없겠지만" 같은 말을 추임새 마냥 집어 넣다가... 빡친 아일린이 총을 쏴 버립니다. 그리고 이제 총까지 맞았으니 더욱 더 처치 곤란해진 아줌마를 진정제 팍팍 먹여 재워버리고 해결책을 의논하는데. 이미 아드레날린이 대폭발 중인 아일린이 막 아이디어를 내요. 어차피 우리 아빠 술 취하고 아무 데나 총 휘두르는 거 동네 주민들이 다 안다. 이 아줌마 집으로 싣고 가서 총 맞아 죽은 걸로 꾸미고 아빠에게 덮어 씌우면 고민 해결! 그러고 우리 둘은 뉴욕 같은 데 가서 행복하게 씐나게 살자! 알러뷰!!!


 그러자 레베카는 대놓고 떨떠름한 눈으로 '이 광인을 어쩔...' 이란 표정을 짓지만 어쨌든 말로는 오케이 하구요. 대신 자기는 이 집에 증거를 없애게 좀 남아 있겠다 그러네요. 레베카는 신이 나서 집에 가고, 아빠에게 덮어 씌운 후 바로 사랑의 도피를 떠나기 위한 준비를 하지만... 당연히 아무리 기다려도 오기로 한 레베카는 오지 않습니다. 그러다 잠에서 깬 아빠가 '지금 어디 가려고?'라고 묻고. 아일린은 포기한 표정으로 '먼저 주무세요.' 라고 말한 후 집밖으로 나와 총 맞은 아줌마를 싣고 동네 외곽의 외딴 호수 앞에다 차를 세우고 시동을 켜서 차의 배기 가스가 다 차 안으로 들어오게 해둔 후 (사실은 세팅 안 해도 다 들어옵니다. 차가 고장난 상태였어요.) 타박타박 도로로 걸어 나와 히치하이크를 해요. 한참을 그리 하다가 결국 트럭 한 대에 얻어 타고 어딘가로 떠나가는 아일린의 모습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 그러니까 사실 레베카는 팜므 파탈 같은 것도 아니에요. 레베카가 막판에 저지른 일은 정말로 충동적 & 실수로 저지른 일인지라 아일린을 유혹한 게 특별히 이 일을 위한 밑밥 같은 게 될 수가 없거든요. 게다가 상황이 막 돌아가니 자기 머리론 해결책 생각도 못 해서 아일린을 부르는 것이고. 또 양심적으로 경찰에 자수할 생각도 없으면서 집 주인 아줌마를 처리할 용기도 없고... 그냥 입 열 때마다 이놈들 다 지루해 나는야 하버드 하버드 드립을 치며 잘난 척 허세만 쩌는 중2병 찌질이였던 겁니다. ㅋㅋ

 뭐 이런 게 이 영화의 톤에 맞긴 합니다. 아일린의 인생은 넘나 지루하고 하찮아서 필름 느와르 속 팜므 파탈의 음모 같은 게 출동할 급도 안 되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하찮게 할 거라면 아주 격하게 그 하찮음을 표현해주면 좋았는데. 그게 되게 애매한 느낌으로 대충 넘어가 버려서 그냥 레베카 캐릭터의 매력을 영화 재미에 야무지게 말아 먹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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