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빗 정말 좋은데요?ㅠㅠㅠㅠ

2012.12.15 23:58

menaceT 조회 수:2699


왕십리에서 IMAX HFR 3D로 봤습니다. 이제 사운드 싱크 문제는 다 해결된 것 같으니 그 부분에 있어선 걱정 붙들어매셔도 좋을 것 같아요.


명작이라고 말하진 못하겠습니다. 올해 최고의 영화...도 물론 아닙니다. 단점이 너무 눈에 보이거든요.


일단 이야기를 너무 늘려놓은 게 티가 나요. '반지의 제왕'과 한 이야기로 묶고 싶은 욕심 탓에 강령술사와 라다가스트 비중도 높이고(정작 '반지의 제왕'에선 빼 놓고...), 프로도, 사루만, 갈라드리엘, 엘론드도 등장시키면서 좀 더 거대한 악에 대한 불안을 상정하면서 이야기를 크게 크게 몰아가는가 하면(다음 편엔 레골라스도 나온다죠?), 스란두일과 소린 간의 원한 관계를 구체적인 형태로 강조하고 진작 죽는 아조그를 소린과 깊은 원한 관계를 지닌 끝판 왕쯤으로 설정함으로써 3부작 내내 에레보르 탈환기와 더불어 큼지막하게 진행시킬 이야기 줄기들을 잔뜩 마련해 두었습니다. 문제는 원작 자체가 '에헤라디야~' '좋은 게 좋은 거지 뭐' 식으로 슬렁슬렁 이야기 전개시키면서 노래도 부르고 소동도 겪는 동화 분위기로 가던 이야기인지라(호수마을 vs 스마우그 부분이나 마지막 전쟁 부분처럼 진지한 부분은 대충 때우고 넘어가죠.), 원작에 따르는 이야기 전개와 영화에서 독자적으로 부풀려놓은 이야기들이 썩 잘 엉겨붙질 않고 늘어진다는 겁니다. 분위기도 영화로 오면서 지나치다 싶게 진지해져서 더 이질감이 들기도 하고요.

 

빌보, 간달프, 소린을 제외한 원정대원들이 병풍 수준이라는 것도, 위기 상황마다 호빗 종특빨, 운빨, 간달프빨로 대충대충 넘어가던 것도 원작의 분위기 상에선 나름 잘 어우러지던 요소들이었지만, 이렇게 거대하고 진지한 이야기에선 심하게 거슬립니다. '반지의 제왕'이랑 엮으면서 이야기 불릴 러닝타임의 반만 원정대원들 캐릭터 구축에 할애했다면 훨씬 더 좋았을 겁니다. '반지의 제왕' 때와 같은 감독이 '반지의 제왕'과 비슷한 컨셉의 호빗+마법사+원정대원의 원정기를 '반지의 제왕'과 비슷한 분위기로 풀어냈는데, 캐릭터들의 매력은 훨씬 못 미치니까, 이야기가 더 늘어져 보이고 '반지의 제왕'의 재탕 같아 보이는 게 어쩌면 당연한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2시간 50분이 지루하지가 않습니다ㅠㅠㅠ 아니, 오히려 정말 좋았어요! 톨킨이 만들고 피터 잭슨이 시각화한 그 세계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그래픽은 10년의 세월을 증명하듯훨씬 대단해졌고, 3D효과도 훌륭한데다, 병풍 캐릭터들을 데리고 펼치는 액션씬들도 연출 빨인지 몰라도 박진감 넘치고, 48프레임은 처음엔 tv 재연 다큐 같아서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는데 그 뒤부터는 그야말로 신세계더군요. 


특히나 후반부 고블린 굴 시퀀스는 이 영화가 가진 장점이 총망라된, 이 영화의 백미였어요. 저는 여전히 올해 블록버스터 중 최고는 '007 스카이폴'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액션 시퀀스만 놓고 보았을 땐 '호빗'의 고블린 굴 시퀀스가 올해 웬만한 액션 영화는 다 발라버리는 수준이었다고 생각해요.


사실상 1편에 해당하는 분량이 원작에서 제일 조용한 분량이고, 2, 3편에 해당하는 부분에는 스마우그와의 전투, 종족 간 전쟁 등 큼지막한 사건들이 하나씩 있는데다, 영화에서 불려놓은 이야기 전개로 보아 강령술사와 대적하는 부분도 나올 것 같고 '반지'와 엮으면서 여러 가지 큼지막한 사건들 많이 만들어낼 것 같아서, 다음 작품들은 더더욱 기대됩니다ㅠㅠㅠ




영화와는 별개로, 왕십리 아이맥스에서 매일 4회차 상영분마다 영화 시작 전에 '스타 트렉: 다크니스' 프롤로그 영상을 보여주는데, 이 영상도 참 좋았어요ㅠㅠㅠ 앞으로 예매하실 분은 꼭 4회차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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