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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주연
이번주 서니데일에서는...
스페셜 다음에...
레베카 랜드 커쉬너
기억상실 'Tabula Rasa' 에피소드의 기능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인공들은 모두 상당히 심각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고 자신의 감정과 사고에 대해 확신을 하지 못합니다. 자신이 버피의 성장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자일즈는 영국으로 돌아가려 하고, 버피는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확신이 없습니다. 윌로우와 타라는 정말 끔찍한 갈래길에 서 있고, 잰더와 아냐의 관계도 보기만큼 단단하지 않습니다. 이 에피소드는 캐릭터들의 기억을 모조리 지운 뒤 백지 상태에서 상황을 다시 정리하게 합니다. 결과는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기억상실에 걸린 아냐가 끌리는 건 잰더가 아니라 자일즈입니다. 잰더는 도대체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고요. 자일즈와 스파이크는 얼떨결에 부자 관계가 됩니다. 던과 버피는 자기네들이 자매라는 걸 알기도 전에 서로에 대한 강한 애정을 느낍니다. 가장 강렬한 순간은 거의 대화가 없는 윌로우와 타라 사이에서 일어납니다. 둘은 기억이 없을 때도 거의 자석처럼 서로에게 끌리는 사이입니다. 그들은 서로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면서도 키스 직전까지 갑니다. 과연 이런 설정은 이들에 대해 무얼 말해주고 있을까요? 우선 분명한 건 던과 버피, 윌로우와 타라의 애정이 아주 단단한 토대에 서 있다는 것입니다. 서로에 대한 그들의 애정은 거의 유전자 속에 새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윌로우와 타라에게 에피소드의 결말은 비관적이지만 에피소드의 전체적인 내용이 주장하는 건 훨씬 낙관적입니다. 이들이 아무리 컴컴한 나락 속에 떨어져 있다고 해도 결국 모든 난관은 해소될 거라는 거죠. 권총을 든 삼류 악당이 집 근처에서 날뛰지만 않는다면 말이에요! 다른 이들은 조금 불분명합니다. 아냐가 자일즈에게 끌린 건 어느 정도 의무감 때문입니다. 순전히 자기네들이 약혼한 사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물론 아냐가 자일즈에게 거부감을 느끼는 사이가 아니라는 건 분명하지만 말이에요. 이건 아냐와 잰더 사이가 위태롭다는 증거일까요? 꼭 그런 건 아닐 겁니다. 윌로우와 타라처럼 처음부터 얽힐 수밖에 없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서서히 서로에게 익숙해지며 애정을 쌓아올릴 수 있고, 그런 애정도 가치가 있는 법이니까요. 자일즈와 스파이크의 관계는? 역시 아냐와 비슷합니다. 이들이 서로를 부자 관계라고 생각한 것도 오해 때문이었으까요. (그래도 꽤 타당한 추측이긴 했죠. 나이 차가 적당한 두 영국 남자들이 같은 건물 안에 있었으니...) 의미가 어쨌던, 랜드 키쉬너는 이런 설정을 통해 상당히 성공적인 코미디를 끌어냅니다. 자기가 여자인지 확인하기 위해 자기 가슴을 움켜쥐는 윌로우나, 자일즈의 영국 악센트를 놀려대다 자기도 영국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스파이크처럼 엉뚱한 추론 과정을 놀려대는 게 'Tabula Rasa' 코미디의 기초입니다. 이들은 이전 기억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예전 같았다면 절대로 못했을 말들을 막 합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지금까지 [버피]와 [앤젤]을 따라온 시청자들에겐 상당히 웃기지요. 예를 들어 스파이크가 자신의 존재를 설명하는 대사와 버피의 답변을 한 번 들어보세요.
SPIKE: I must be a noble vampire. A good guy. On a mission of redemption.
I help the hopeless. I'm a vampire with a soul. 이런 식의 농담은 자일즈의 새 자동차나 영국식 어투에 대한 정곡을 찌르는 지적, 뱀파이어들을 처음보고 비명을 질러대는 스쿠비 갱 (맨 위의 사진을 보세요), '스파이크'라는 자기 이름을 이해하지 못해 버피의 말뚝을 가져가는 스파이크, 마법으로 끝없이 불어나는 토끼들에 질겁하는 아냐와 같은 다른 농담들에도 적용됩니다. 모두 버피 캐릭터들에 대한 짓궂은 주석 역할을 하죠.
이들이 다시 기억을 되찾으면 코미디는 순식간에 쓴맛나는 드라마로 전환됩니다. 타라는 윌로우 곁을 떠나고, 자일즈는 영국으로 돌아갑니다. 버피와 스파이크는 다시 키스를 나누지만 그 뒤에 일어난 일들을 생각해보면 이 역시 그렇게 밝은 결말은 아닙니다. 기억상실 소동은 그들에게 아무런 교훈도 주지 않은 걸까요? 그건 아닙니다. 그들이 서로에 대해 어떤 기초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아는 건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과거에 내린 결정이나 실수가 잊혀져야 한다는 건 아니지요. 'Tabula Rasa'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깔면서도 현재의 무게를 무시하지 않습니다.
오늘의 대사들
기타등등 [버피]의 불어 더빙 버전에서 잰더는 알렉스입니다. 그렇다면 그 사람들은 던이 잰더를 알렉스라고 부르는 장면을 어떻게 처리했을까요? ;-) (얼마 전에 확인했습니다. 그냥 알렉스로 처리했다더군요. 게으른 인간들 같으니.) (02/06/24)
DJUN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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