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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주연
이번주 서니데일에서는...
'Hush' 장르 실험이라고 할 수 있었던 'Once More, With Feeling'를 살짝 뒤로 밀어내면, 우린 앞의 두 에피소드들에 보다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는 걸 알게됩니다. 이들은 모두 [버피]라는 시리즈의 기본 설정을 일부러 뒤집은 작품들입니다. 'Hush'에서 위든은 [버피]의 가장 인기있는 요소인 수다스러운 대사들을 대부분 도려냈습니다. 'The Body'에서는 시리즈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환상적인 요소와 액션을 거의 지워버렸고요. 위든은 왜 이런 짓을 했을까요? 이건 [버피]라는 시리즈의 자기 검증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둘 다 시리즈의 가장 인기있는 요소를 지워버려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그 요소의 중요성을 재검토하게 하게 하고, 그 빈 자리를 이용해 새로운 스타일의 액션과 드라마를 시도하고 있었으니까요. 제한적으로나마 '무성 영화'를 만든다는 아이디어 자체에 위든이 매료되었을 가능성도 큽니다. 무성 영화는 영화의 가장 순수한 형태이니, 한번쯤 도전해볼만 하죠.
의사소통 위든은 약간 얄미운 방식으로 이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에피소드 도입부에는 수많은 대화들이 오가지만 그 중 어느 하나도 의사 소통이라는 기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합니다. 버피와 라일리는 거짓말만 하고 있고, 위카 그룹의 공허한 대화들은 윌로우와 타라와 같은 진짜 마녀들의 정보 공유 가능성을 막아버립니다. 심지어 아냐의 직설적인 대사들도 잰더의 감정 표현을 차단하는 역할밖에 하지 않죠. 하지만 이들이 벙어리가 된 뒤부터 사정은 바뀝니다. 소통 기능을 막는 공허한 말들이 사라지자 인간 관계가 갑작스럽게 진전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버피와 라일리는 첫 키스를 하고 (서로의 정체를 알기도 전에 말이에요), 수줍은 타라는 윌로우에게 접근할 용기를 냅니다. 거의 불꽃이 튀는 것 같은 둘의 첫 마법 역시 대사 없는 이심전심의 과정이고요. 심지어 잰더도 지금까지 머뭇거리며 언어화시키지 못했던 아냐에 대한 자기 감정을 표현할 기회를 잡게 됩니다. 소프 오페라 [버피]에서 언어의 부재는 소통의 통로입니다.
젠틀맨 이 에피소드의 악당은 젠틀맨이라는 동화 속의 괴물입니다. 아니, 젠틀맨이라는 괴물이 나오는 동화가 정말로 존재하는 건 아닙니다. 이야기를 위해 만들어낸 동화니까요. 일회용 악당을 위해 가짜 동화를 만들어내는 건 이 에피소드에서는 꽤 필수적인 작업입니다. 젠틀맨과 부하들의 행동은 동화 속의 괴물들처럼 형식적이고 상징적이니까요. 피해자가 비명을 지르는 걸 막기 위해 목소리를 지우는 행동, 7개의 심장을 강탈한 뒤 도시를 떠난다는 설정, 비명 소리에 머리가 터져 죽는다는 약점들은 [버피]의 기준으로 보아도 그렇게까지 사실적은 아닙니다. 여기서 대사의 부재는 은근히 이 설정을 살려줍니다. 캐릭터들이 말을 할 수 있다면 끝도없이 설정의 원인과 신빙성과 대해 떠들어댔겠지만 이 경우는 그럴 수가 없으니까요. 그 때문에 시청자들도 은근히 그 단순한 설명에 만족하게 됩니다. [버피]식 냉소주의도 어느 정도 제거되고요. 설명과 자기합리화용 냉소주의가 제거된 덕택에 젠틀맨 일당들은 은근히 무섭게 변합니다. 외모에서 풍기는 그 노골적인 희극성에도 불구하고 말이에요. 희생자가 비명을 지를 수 없고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다는 간단한 제한 역시 호러물 [버피]에 상당히 큰 공헌을 합니다. 주인공인 버피가 나오는 장면들보다 윌로우와 타라가 나오는 장면들이 더 강한 것도 그 때문이지요. 전자가 액션물이라면 후자는 호러물이니까요.
코미디 'Hush'의 코미디 대부분은 스쿠비갱이 필사적으로 의사 소통을 하려는 시도에서 나옵니다. 예는 수없이 들 수 있어요. 아냐의 섹스에 대한 노골적인 바디 랭귀지는 어때요? 생상스의 [죽음의 춤]을 배경음악으로 깐 자일즈의 그림 동화 강연은 어떻고요? 잰더는 당연히 윌로우의 '심장' 몸짓을 '젖가슴'으로 착각하고 스파이크는 공중파 텔레비전이 허용하는 한도 안에서 가장 욕에 가까운 제스처를 선보입니다. 목소리를 잃고 대체물로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자기들만의 어투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건 신기하기까지해요.
타라 타라의 탄생 배경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고 사정도 많습니다. 우선 이 캐릭터가 임시 방편용으로 태어난 건 분명합니다. 원래는 오즈와 베루카, 윌로우의 삼각 관계가 4시즌 끝까지 끌 예정이었다니까요. 타라가 탄생된 뒤에도 이 캐릭터의 운명은 불분명했습니다. 처음에는 4시즌 후반에 몇 회 등장할 계획이었고 윌로우와의 관계도 그렇게 발전할 예정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앨리슨 해니건과 앰버 벤슨도 막바지에 이를 때까지 윌로우와 타라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몰랐다고 하고요. 단지 둘 사이의 호흡이 굉장히 잘 맞아서 이야기가 연장된 것이지요. 그러나 지금와서 보면 이런 복잡한 탄생 과정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두 사람의 만남이 아주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그만큼이나 둘의 정서적 소통이 분명했던 거죠. 방영 때 분위기를 알고 싶으시다면 그 당시에 쓰여졌던 [Mighty Big TV (지금의 [Television Without Pity])]의 리캡을 읽어보세요. (Willow and Tara continue to hold hands and stare at each other. Suddenly I'm deafened by the intense racket caused by thousands of fan-fic writers madly typing Willow-and-Tara love stories. But that racket is drowned out by the even louder din of thousands of horny men posting to Buffy message boards, salivating about girl-on-girl action.) 위든은 이 에피소드로 공중파 시리즈 최초로 장기적인 레즈비언 커플을 탄생시켰다는 칭찬을 듣게 되었지만, 지금까지의 경로를 따라가보면 전적으로 이 사람의 공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오히려 배우들의 무의식적인 역할이 컸다면 컸죠. 하여간 'Hush'는 타라에게 아주 좋은 첫 등장의 기회를 제공해주었습니다. 대부분의 장면들에서 대사가 금지된 에피소드만큼 수줍고 소극적인 말더듬이 캐릭터를 소개하는 데 적절한 에피소드가 또 있을까요?
기타등등 2. 젠틀맨이 옛날 동화 속의 괴물이라면, 자일즈는 녹음된 소리가 소용없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요? 3. [다크 시티]와 'Hush'의 유사점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분명 젠틀맨의 설정은 영향을 받았을 거예요. 후반부에 버피의 비명 소리를 듣고 젠틀맨들의 머리가 폭발하는 장면은 팀 버튼의 [화성 침공!]에서 훔쳐왔을까요? 4. 오늘 소개되는 위카 그룹은 앰버 벤슨과 크리스토퍼 골든이 나중에 공동으로 각본을 쓴 코믹북 [WannaBlessedBe]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03/02/03)
DJUN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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