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ce More, With Feeling (6X07)

각본
조스 위든 Joss Whedon

감독
조스 위든 Joss Whedon

주연
사라 미셸 겔러....버피
Sarah Michelle Gellar....Buffy
앰버 벤슨....타라
Amber Benson....Tara
앨리슨 해니건....윌로우
Alyson Hannigan....Willow
니콜라스 브렌든....잰더
Nicholas Brendon....Xander
엠마 콜필드....아냐
Emma Caulfield....Anya
미셸 트라첸버그....던
Michelle Trachtenberg....Dawn
제임스 마스터즈....스파이크
James Marsters....Spike
앤소니 스튜어트 헤드....자일즈
Anthony Stewart Head....Giles
힌튼 배틀....스위트
Hinton Battle....Sweet

이번주 서니데일에서는...
갑자기 서니데일의 모든 사람들이 뮤지컬에 출연한 것처럼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이 모든 난장판 소동 뒤에는 스위트라는 뮤지컬 악마가 버티고 서 있었죠. 스쿠비갱은 사태를 바로 잡고 스위트에게 납치당한 던을 구출하기 위해 뛰어다니지만, 그러는 동안 그들도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출 수밖에 없어요. 그러는 동안 그들이 별로 노출시키고 싶지 않았던 속내가 하나씩 폭로되기 시작하는데...

뮤지컬
6시즌이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조스 위든은 언젠가 뮤지컬 에피소드를 만들겠다고 시청자들을 협박해왔습니다. 처음엔 다들 가볍게 넘겼지만 6시즌에 접어들자 그게 더 이상 농담이 아니라는 게 분명해졌죠. 여름 휴가 동안 위든은 뮤지컬 에피소드의 각본과 노래들을 써가지고 들어왔고 불쌍한 배우들은 공포에 떨면서 노래 연습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앨리슨 해니건은 필사적인 애걸 끝에 그 끔찍한 운명에서 '거의' 벗어날 수 있었지만요.) 그동안 'Once More, With Feeling'은 그 시즌의 가장 중요한 텔레비전 행사로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왜 뮤지컬일까요? 물론 가장 쉬운 답은 이게 4시즌부터 시작된 위든의 형식 실험들 중 하나라는 것입니다. 맞는 말이지만 여기엔 조금 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오페라와 뮤지컬은 두 개의 차원을 번갈아 탐색하는 장르입니다. 이들이 보통 사람들처럼 이야기를 하거나 레치타티보를 읊어댈 때 작품은 수평의 스토리를 진행시킵니다. 하지만 갑자기 이들이 아리아를 불러대면 지금까지 끌어온 모든 스토리들은 정지하고 수직의 감정을 캐죠. 노래는 우리가 보통 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감정과 심리 묘사를 동적으로 바꾸는 도구인 것입니다. 뮤지컬의 줄거리가 대부분 그렇게 단순한 것도 그 때문이죠. 우리가 일반적으로 스토리라고 생각하는 것이 들어가야 할 부분에 그런 감정 묘사를 채우니까요.

결국 'Once More, With Feeling'은 간단한 뮤지컬 스토리를 깔아놓고 버피의 수많은 등장인물의 현재 심리 상태를 표현하는 수단이었던 셈입니다. 이 작품이 6시즌 첫번째 위기 상황에 돌입하기 직전에 나왔다는 걸 생각하면 일종의 재정렬이었다는 걸 알 수 있지요.

이 에피소드는 뮤지컬로 성공했을까요? 빈센트 미넬리 정도의 완성도는 아닙니다. 어쩔 수 없는 학예회 수준이지요. [버피] 캐스트 중 뮤지컬 경험이 있는 사람은 자일즈 역의 앤소니 스튜어트 헤드밖에 없으니까요. 브로드웨이 뮤지컬 배우 힌튼 배틀이 그 갭을 채워주기 위해 게스트로 참가했지만 어쩔 수 없이 고정 배역들을 위한 이야기니까요.

그래도 이들은 그럭저럭 뮤지컬을 꾸려나갑니다. 가장 잘한 사람은 노련한 앤소니 스튜어트 헤드와 굉장히 풍성한 감정을 보여주는 앰버 벤슨입니다. 나머지들도 꽤 합니다. 사라 미셸 겔러의 목소리는 가늘고 어린아이 같지만 그래도 생각보다는 들어줄만합니다. 엠마 콜필드는 놀랍게도 썩 잘하고 표현폭도 넓어요. 니콜라스 브렌든은 서툴지만 그게 캐릭터에 잘 어울리죠. 미셸 트라첸버그는 노래부르는 걸 조금 힘겨워하는 것 같지만 댄스 장면이 주가 되고 있고 꽤 좋은 댄서여서 별 문제는 없습니다. 제임스 마스터즈는? 흠... 경력에 비해 조금 불안정하게 느껴집니다. 아마 악센트를 섞어 노래를 부르는 게 장애가 되었을 수도 있겠지요. 앨리슨 해니건은? 아주 잠깐씩 한소절만 부르니까 상관없죠.

조스 위든이 작사 작곡한 노래들은 스타일의 잡탕입니다. 어떤 때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흉내내다가 70년대 유행가로 흘러가고, 록 뮤지컬이 되었다가 갑자기 댄스 영화로 뛰니까요. 음악적 일관성보다는 캐릭터에 노래를 맞추기 위해 신경 쓴 결과죠. 그래서 에피소드는 전체적으로 장기 자랑이라는 느낌도 듭니다. 그렇게까지 인상깊은 노래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능면에서는 다들 자기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벤슨이 부른 'Under Your Spell'은 꽤 중독성 강한 노래더라고요.

전체적으로 위든은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가능성을 즐기는 편입니다.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노래하고 춤을 추는 설정에 버피버스식 설명을 다는 것부터 그렇지요. 영화는 여러가지 장르 농담이 가득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아냐와 타라보고 버피를 도우라고 말하자 둘이 뛰어들어 백댄서가 되는 장면이 아닐까요? 윌로우의 "I think this line's mostly filler"와 같은 가사, 라임을 맞추기 위해 말도 안되는 가사들을 끌어들이고 나중에 그것 때문에 툭탁거리게 되는 아냐와 잰더의 노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데이빗 퓨리와 마티 녹슨이 깜짝 카메오로 등장해 노래를 부르는 것 같은 농담들도 빼놓을 수 없죠.

그러나 이런 유머섞인 장치들에도 불구하고 'Once More, With Feeling'의 내용은 어둡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당의정에 비유하기도 하죠. 버피는 부활 이후 이전의 생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친구들은 드디어 버피가 천국에서 뜯겨져 나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고요. 자기가 버피의 성장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 자일즈는 버피를 떠날 생각을 하고 있고 (하필 왜 이럴 때에?), 아냐와 잰더는 앞으로 그들을 맞을 미래에 대해 걱정이 태산 같으며, 던은 아직도 소외감과 도벽에 시달리고 있는 데다가, 스파이크는 버피에 대한 감정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들 중에서 가장 비극적인 존재는 타라겠지요. 사랑과 행복으로 가득 차 있던 초반부의 타라가 윌로우가 저번 에피소드에서 저지른 기억 상실 마법을 알아차리는 장면은 눈이 아릴 정도입니다. 뮤지컬 장르는 이런 이들의 마음 속에서 고여 있던 감정들이 고해 성사처럼 마구 터져나오면서 만들어내는 드라마의 씨를 수확하기 위한 설정이었다고 할 수 있을 거예요.

스위트가 떠나가자 우리의 주인공들은 맥없이 건물 안을 돌아다니며 'Where do we go from here?'라고 노래합니다. 앞으로 이들에게 남은 건 끔찍한 재앙의 연속 뿐입니다. 딱한 친구들...

기타등등
'Once More, With Feeling'은 다른 [버피] 에피소드에 비해 조금 큰 작품입니다. 러닝타임도 조금 길고, (그 때문에 42분의 표준 방영 시간에 맞춘 재방송 편집본이 따로 만들어지기도 했지요) 와이드 스크린으로 방영되었으니까요. 물론 광고 시간에 그렇게 신경쓰지 않고 4시즌부터 와이드스크린 버전으로 [버피]를 봐왔던 BBC 시청자들은 차이점을 별로 눈치채지 못하겠지만요. (02/10/16)

DJ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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