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in | Synopsis | Staff | Cast | Gallery | Multimedia | Scripts
Reviews | Articles | FAQ | Trivia | Goofs | Links | Library | Forum

프리미어 00년 1월

그들의 열일곱은 창백했다

랩퍼처럼 즉석에서 줄줄이 '삐딱한' 시상을 뱉어내고 선생님과 세상 얘기하며 맥주잔까지 기울이는 효신. 그에게 그에게 학교는 닫힌 공간이었으며 유일한 출구는 친구 시은뿐이었다. 육상선수인 시은 또한 그녀와 교환일기장을 쓰며 은밀한 우정을 키워가는데, 이 은밀함이 점차 구속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시은은 결국 효신에게 절교를 선언하지만 우정(혹은 사랑?)이란 것이 그렇게 쉽게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무서웠던 첫 번째, 세련된 두 번째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는 애초에 [여고괴담] 1편과는 상당히 다른 영화가 될 것임은 예고한 바 있다. 여고라는 공간에서 여학생의 죽음을 다루며 1편의 맥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지만, 이를 요리하는 방법은 1편보다 다채롭다. 이는 설명보다는 상징적인 이미지로 시작되는 도입부에서 잘 드러난다. "첫째날, 한 아이가 죽었다. 머리가 텅텅 비어진 채. 아마도 진실을 기억했나 보다..."로 시작되는 주문은 이 내용이 담긴 교환일기장이 영화를 풀어가는 열쇠가 될 것임을 상징한다. 연이어 효신과 시은의 신체 일부가 끈으로 묶인 채 수중에 잠겨있다가 시은만 이를 풀고 수면 위로 떠오르는데 이것은 중심 인물의 관계 변화를 예언하고 있다. 도입부에서 전체 영화에 대한 메타포를 잘 살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효신과 시은이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은(저녁 노을 속 학교 옥상에 올라가 지붕 위를 걸어다니는 장면 등) 넓은 공간에서 여백과 색채, 그리고 실루엣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야기의 전개도 평면적이지 않고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면서 입체적으로 진행되는데 이 매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교환일기장이다. 이 일기장을 발견한 민아(김민선)기 효신(박예진)과 시은(이영진)의 관계를 알게 되는 과정이 플래시백으로 펼쳐지는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민아가 보는 환상도 영화 구성에 볼륨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본 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그것은 세련된 스타일 속에 작위적인 부분들이 군데군데 비춰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캠코더 속에 담긴 여학생들의 모습은 장난기 가득하고 유머가 있긴 하지만 여고 2년생의 교실 풍경이라기보다는 스튜디오에서 '연기하는' 학생들의 모습으로 비춰진다(물론 권위, 질서가 사라진 요즘 학교 실태를 보여주려는 의도를 감안하더라도). 또 효신과 시은의 교실에서의 열정적인(?) 키스 장면과 효신과 국어 선생님(백종학)의 관계 설정은 어설픈 레즈비어니즘과 뜻있는 젊은 교사의 고뇌를 표현하기 위한 작위적 설정으로 보인다. 효신이 옥상에서 캠코더를 들고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장면은 [메이드 인 홍콩]에서 여학생이 자살하기 전 영상을 떠오르게 한다(우연이겠지만.)

어찌 됐건,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는 1편만큼 섬뜩한 공포감을 주진 않지만 바로 그것이 연출진이 의도하는 바였을 테고, 세련되고 새로운 형식의 공포물을 보여주겠다는 목적은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김태용, 민규동(단편 [열일곱], [창백한 푸른 점] 공동 연출)이 이 장편 데뷔작에서 얻으려 했던 것이 그것뿐이라면 더 할 말이 없겠다. 하지만 정말 그것뿐이었을까.

채은혜 기자

back to revi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