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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신과 국어 선생은 어떤 관계인가요? 둘은 정말 같이 잤나요?

역시 분명하게 설명되어 있지 않습니다. 시은의 질문에 대한 효신의 대답은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 BBS의 많은 분들은 효신의 코가 빨개지는 것을 '피노키오 효과'라고 보았습니다. 그 말이 거짓말이라는 뜻이지요. 방명록에서 BAT?님은 같은 의견을 지지하는 다른 증거를 제시해 주셨습니다. 시은과의 키스가 첫 키스라면 고선생과는 키스하지 않았다는 말이래요. 하지만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코가 빨개졌다는 것은 태연한 태도와는 달리 전에 울었다는 뜻도 된다는군요.

영화와는 달리, 처음 각본에서는 보다 분명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시은이 이렇게 말하지요. "요렇게 코가 빨개지는 건 거짓말을 했다는 증거야. 그렇지?"

둘이 같이 잤건, 자지 않았건, 둘 사이의 관계는 일반적인 교사-학생의 관계와는 다릅니다. 의존적인 사람은 국어 선생 쪽입니다. 씨네21의 인터뷰에서 두 감독은 국어 선생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고 선생은 효신 안에서 자신의 고독과 무기력을 이해해 줄 유일한 친구를 보았던 슬픈 어른이다. 매혹당하고 끌려다닌 것은 고 선생쪽이다."

다음은 민규동 감독님의 추가 설명입니다.

"'잤어? 했어?' 장면에서 코가 빨개졌다고 주장하는 시은의 말뜻은 이해하신대로 피노키오 효과를 응용한 대사입니다. 거짓말을 하니깐 또 코가 빨개졌잖아. 라고 연습했지만 너무 길어져서 뺐습니다.

'너 그렇게 벽 오래 쳐다보면 사람이 미친대'라고 이야기했던 시은이는 여러 장면에서 갖가지 미신을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빨개진다는 것도 그런 시은이의 엉뚱한 믿음의 한 종류입니다.

시은이는 다른 사람들 말에 신경을 많이 쓰고 외모와는 달리 많은 부분에서 여성적인 취향을 가진 아이로 묘사하고 싶었습니다. 효신이에게 있어서 시은이는 남성 부재의 사회에서 대리만족을 시켜줄 이성애의 왜곡된 출구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성관계를 맺었는가가 영화에서 중요한 관심사로 떠오를 게 분명했지만, 그 사실을 영화밖 진실로 돌리고 일부러 구체적으로 해명하지 않은 이유는, 보는 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성관계라고 하면 성기 위주, 삽입 중심으로 사고하고 있다는 사실을 조롱하고 싶었던 의도에 있습니다.

이 장면은 내부적으로 많은 논란이 있었고, 300만명 정도가 반대하고 극소수(두 명 정도)가 고집해서 겨우 삭제를 모면한 장면인데... 사실은 너무나도 중요한 장면입니다.

영화속에서 효신 시은은 아직도 학생들로만 묘사되어 왔습니다. 이 장면에서 둘은 명확히 독립된 성적 주체로서 하나의 여성으로서 대화를 나눕니다.

둘의 짧은 대화는 배타적인 소유관계로 환원할 수 없는 이상적인 여성끼리의 관계 즉 동성애를 공유하는 순간을 보여줍니다. 시은이는 효신의 말이 진실이더라도 효신이를 걱정하지 고형석을 질투하지 않습니다.

말없이 효신이를 기다리고 안아주는 시은의 태도에서 남녀 관계에서는 불가능한 어떤 절대적인 치유의 가능성들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효신이가 임신해서 죽었다는 연안의 주장은 아무 근거 없는 이야기이고 양호선생님이 효신에게 임신증상이랑 똑같다고 놀린 건 무책임한 질투였습니다. (삭제된 장면이지만 이 무감한 처녀 양호 선생님은 그날 식중독 걸린 학생들을 치료하다가 심한 입덧을 하게 됩니다)

고형석 선생님이 효신의 가방에서 꺼낸 물건 중에 연두색 패드봉지에는 생리대가 가득하군요. 오늘 효신이가 아파서 양호실을 간 건 생리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명백한 밝히기를 피한 건 고선생과의 관계를 따라가는 관객들의 뻔한 유추방식이 보나마나 효신이를 성적 피해자로 볼 것임이 분명했기 때문에 영화속에서 그런 유추가 전혀 근거없는 것임을 밝히는 증거를 배치했으되, 그걸 구체적인 반전으로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효신이가 고형석 선생님에게 성적 학대를 받을만큼 그리고 울며 도피할만큼 어리고 소극적인 아이가 아니란 걸 알 수 있습니다. 남녀의 성관계가 암시되면 여자가 무조건 임신을 하게 되는 공식은 영화 속에서 진부하게 쓰이는 진실 아닌 진실 중의 하나입니다. (주인공은 총을 맞고도 쉽게 죽지 않는 것 같은 약속들.)

아마 성관계가 있었더라도 서로에 대한 배려로 피임을 하지 않았을까요? 효신이가 우는 건 배타적인 남녀관계로의 상승을 요구하는 고선생님의 요구가 결국 둘 사이에 형성되었던 정신적인 유대관계를 끊어야하는 현실로 이어지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성관계의 여부가 효신과 고형석을 바라보는 유일한 중심 모티브로 남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고형석의 자살이 효신을 임신시킨 것 그리고 임신으로 인한 자살에 대한 자책감 때문이라고 느끼신 분들은 한번쯤 뒤집어서 다른 느낌으로 둘 관계를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원이가 한 말이죠... '임신? 했으면 어때...' 임신했다고 자살한다니... 그런 일은 제발... 상상도 하기 싫은 일입니다. 이 지점은 어떤 말도 쉽게 꺼낼 수 없는 너무나 복잡하고 민감하고 어려운 이야기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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