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2 봤어요

2013.11.22 02:16

감자쥬스 조회 수:1711

친구2 봤어요. 그냥 봤습니다. 볼 생각이 전혀 없었던 영화였는데 이번에도 그놈의 1+1티켓에 혹해서리...

그렇게 보고 싶은 영화가 아니었기에 개봉 첫주 기간에 보는걸 최대한 늦춰서 수요일 마지막 프로를 봤어요.

영화는 예상대로 '친구'영화였고 전형적인 한국 조폭물이었습니다. 2000년대 국산 조폭물의 원조라 할 수 있는

곽경택이 다시 한번 만든 '친구'니 내공이야 다른 조폭물보단 뭐랄까, 우러나오는 맛이 조금, 아주 조금 더 깊이가 있다고나 할까요.

그러나 아무리 친구이고 곽경택의 조폭물이란 프리미엄이 붙어도 식상하고 전형적인 조폭물은 조폭물이었죠.

국산 조폭물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거나 식상한 관객들에겐 별로 즐겁지 못한 영화인듯 싶은데

제가 그런 쪽의 관객이어서 썩 재미있게는 보지 못했습니다.

 

확실히 친구1보단 딸리는게 친구1은 조폭물이긴 했어도 전반부 40여분은 80년대 고등학생 문화의 단면을 보여줬기에

응답하라 시리즈를 볼 때와 같은 향수와 재미가 있었죠. 품행제로나 해적 디스코왕 되다가 2002년도에 나왔고 친구1편이 2001년 봄에

나왔으니 친구1은 200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그려진 80년대 추억팔이의 시발점이었습니다.

친구2는 친구1에서 대단한 화력으로 먹혔던 추억팔이 정서를 대체할만한 요소가 없는 상태에서

대부2를 염두해두고 제작됐으니 처음부터 삐걱거리더군요.

 

친구1의 조폭물 정서는 형님, 아우 하며 지역 싸나이들의 의리와 배신과 질퍽한 욕설과 성적 농담이 난무하는 전형적인 국산 조폭물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보는데 친구2도 같은 감독이 만든거니 그런 테두리 안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습니다.

그런데 곽감독은 이걸 엉뚱하게도 대부2같은 마피아들이 등장하는 미국 느와르물의 정서로 합치시키려고 합니다.

토종 조폭물 친구에 대부2와 같은 미국적인 느와르물의 정서를 깔려다 보니 분위기가 내내 겉돌고 어색해요.

두 가지 정서가 섞인게 아니라 끝까지 따로 놉니다. 중간 정도부터 본격적으로 느와르물을 표방하고 있는데

전개나 구성은 투박한 국산 조폭물로 간다는게 문제입니다.

 

그리고 영화가 너무 산만합니다. 후반까지도 계속해서 여러 인물들을 왔다갔다 하는데 도무지 하나로 정리가 안 되는데다

중간엔 유오성 아버지로 나오는 주진모 얘기를 그리려고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과거 회상 부분이 극 전개에 꼭 필요했는지도 의문입니다.

주진모 부분도 로버트 드니로가 말론 브란도 메소드 연기를 했던 대부2를 염두해두고 삽입한듯한데 친구2에선 아버지 세대의 조폭 얘기는 생뚱맞아 보입니다.

암튼 영화가 무지 산만하고 잔인합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이 곽경택 감독 영화라 배우들 연기 질은 좋았어요.

유오성도 친구에 다시 나오니 친구 이후 10년 이상 주춤했던 스타파워와 연기력 모두가 살아난것처럼 느껴지고요.

유오성의 아버지로 주진모가 나오는걸 보면서 좀 웃음이..그래도 아버지와 아들 설정인데 외모가 너무 차이가 나는거아닌가 하고...

 

역시 친구라 그런지 극장에 남자끼리 영화 보러 온 사람들 투성입니다. 흔한 풍경이 아니라 친구의 힘을 느꼈어요.

오랜만에 희화하하지 않은 국산 조폭물이 나와서 그런가 남자 관객들이 집중 잘 하더군요.

보면서 2001년도에 일었던 조폭물 붐이 생각났습니다. 진짜 그해에는 대박친 조폭물이 엄청 많았죠.

친구,신라의 달밤,조폭마누라,달마야 놀자,두사부일체...

이중 속편이 안 나온 작품이 신라의 달밤 뿐이네요. 그전까진 두명의 남녀배우 중심의 멜로물이 대세였는데 말이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816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722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7733
80373 [부산 관련 듀나IN] 서면 혹은 초읍과 가까운 레지던스, 호텔 추천 부탁드려요. [6] 잠수광 2013.11.22 1288
80372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전과 임옥상 [4] 가르강튀아 2013.11.22 1612
80371 프로야구 2차 드래프트가 종료 되었습니다. [13] 달빛처럼 2013.11.22 1546
80370 [벼룩] 가디건들, 원피스, 스커트 당PONG 2013.11.22 2154
80369 지금 내복이나 히트텍류(웜히트 등등) 입고 계신분? [20] wonderyears 2013.11.22 2998
80368 [공지] 장률의 첫 다큐멘터리 [풍경]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DJUNA 2013.11.22 3177
80367 1박2일, 과연? [6] 닥터슬럼프 2013.11.22 2529
80366 May님 귤 맛있네요. [10] 루아™ 2013.11.22 1802
80365 요새 교통사고는 한의원 가는 게 대세네요 [9] 닌스트롬 2013.11.22 2900
80364 [스포] 배틀스타 갤럭티카... [3] 닥호 2013.11.22 1298
80363 바야흐로 '500:500 미팅 시대' [13] 자본주의의돼지 2013.11.22 3011
80362 클래식 그 은밀한 삶과 치욕스런 죽음 [4] 닌스트롬 2013.11.22 1870
80361 듀나인+걱정 공유) 인턴, 특히 디자인, 출판계열 인턴은 어떤 일을 할까요. [5] TESCO 2013.11.22 1976
» 친구2 봤어요 감자쥬스 2013.11.22 1711
80359 [윈앰방송] 인디락 2시까지 나갑니다. ZORN 2013.11.22 742
80358 [듀나In] 파워포인트 슬라이드 노트를 킨들 파이어 나 아이폰에서 보는 법? [3] espiritu 2013.11.22 1371
80357 하나 둘 [3] 선인장3 2013.11.22 804
80356 예쁜남자 장근석 양미경 정말 엄마 아들 같이 생겼네요 [2] 가끔영화 2013.11.22 2628
80355 [바낭] 이 주의 마지막 감자별 잡담 [10] 로이배티 2013.11.22 2295
80354 어느 언론인/교수/평론가의 가족사진 [1] 팔락펄럭 2013.11.22 242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