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회의에서 업계는 새 기술을 둘러싸고 찬반양론이 뚜렷이 갈렸다. 오가가 CD 샘플을 재생하자 장비 제조업체가 잘 나가는 LP를 죽이려 한다며 음반사 소유주들이 격분했다. “진실은 레코드 홈에 있소! 진실은 레코드 홈에 있단 말이오!” 그들은 이렇게 소리쳤다. --- p.146

(카라얀의 무덤 앞) “거기 누구예요?” 그녀가 울부짖었다. “뭘 원하는 거죠?” “나예요, 카를로스 클라이버.” 세상에서 가장 은둔하길 좋아하는 지휘자가 그곳에서 흐느껴 울고 있었다. “여기 올 수밖에 없었어요. 그는 내가 가장 존경했던 사람이니까요.”--- p.162 

이제 마에스트로들은 전화기를 붙잡고 일을 하게 해달라고 사정해야 했다. 아바도는 베를린에서 일거리를 잡기 위해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점심식사를 했다. 그렇게 해서 그가 얻은 최고의 일거리는 골치 아픈 EMI의 성악가 커플 로베르토 알라냐와 안젤라 게오르규의 반주를 맡은 일이었다. --- p.206 

EMI는 헬싱키 오페라 오케스트라 출신으로 《플레이보이》 누드모델로 등장한 바 있는 가슴이 풍만한 바이올리니스트 린다 브라바를 내세웠다. 데카는 몸에 착 붙는 속옷을 걸친 여성 현악 4중주단 ‘본드’로 맞불을 놓았다. 섹스어필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음반사들은 사연으로 승부하기 시작했다. 캐나다에서 늑대를 키우며 사는 피아니스트, 불이 들어오는 빨간 양말을 신은 피아니스트 하는 식으로 말이다. 트랜스젠더 매춘부로 BBC의 리얼리티 드라마에서 피아노를 연주했던 재키 매컬리프는 데카와 계약했다. 앞을 못 보는 팝가수 안드레아 보첼리는 클래식으로 전향하여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지휘한 베르디의 「레퀴엠」에서 억지로 한 자리를 맡았지만, 성악적으로는 재앙이었다. --- p.204


상업적인 성취는 깊이보다 흥밋거리로 이룰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보다는 겉치레가 주가 된다면 겉의 화려함속에 망조가 드리운다는 증거지요. 간혹 음악은 아날로그 LP로 들어야 진짜라고 지나치게 강한 주장을 펼치는 분들이 있죠. 그들도 음악보다 오디오 기기에 관심이 많은 분들만큼이나 음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아닐까요. 음악은 희귀레코드, 레코드 홈, 늑대속에 있지 않아요.


오늘 글을 쓴 이유는 책 추천입니다. 노먼 레브레히트의 이 책은 나무가 아깝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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