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me Time, Same Place (7X03)

각본
제인 에스핀슨 Jane Espenson

감독
제임스 A. 콘트너 James A. Contner

주연
앨리슨 해니건....윌로우
Alyson Hannigan....Willow
엠마 콜필드....아냐
Emma Caulfield....Anya
사라 미셸 겔러....버피
Sarah Michelle Gellar....Buffy
미셸 트라첸버그....던
Michelle Trachtenberg....Dawn
니콜라스 브렌든....잰더
Nicholas Brendon....Xander
제임스 마스터즈....스파이크
James Marsters....Spike
캠든 토이....그날
Camden Toy....Gnarl

이번주 서니데일에서는...
영국에서 '재활치료'를 받던 윌로우가 드디어 서니데일에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반겨주리라 믿었던 친구들은 보이지 않고, 잰더가 일하는 공사장에는 피부가 벗겨진 시체가 뒹굴고 있군요. 같은 시각, 도착할 거라던 윌로우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공사장에서 피부가 벗겨진 시체가 발견되자, 스쿠비 갱은 그게 윌로우의 범행이 아닌지 의심합니다...

미심쩍은 귀환
'Same Time, Same Place'는 6시즌 3번째 에피소드였던 'Afterlife'와 거의 동일한 내용의 작품입니다. 두 에피소드 모두 오래간만에 돌아온 친구의 귀환을 다루고 있고, 이들이 잘못 돌아왔을지도 모른다는 친구들의 의심, 불쾌한 마인드 게임을 일삼는 초자연적인 악역과 같은 소재들도 공유하고 있지요. 둘 다 제인 에스핀슨의 작품이라는 걸 생각하면 전체적인 분위기나 스토리의 유사성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보다는 덜 비슷하지만, 불편한 귀환 이야기는 이전에도 많았습니다. 2시즌 첫번째 에피소드인 'When She Was Bad'이나 3시즌 두번째 에피소드인 'Dead Man's Party'가 대표적인 예죠. 이번 에피소드만 빼면 모두 주인공은 버피였습니다. 그러고보면 버피는 윌로우에게 툴툴거릴 자격도 없어요.

돌아온 윌로우
이번 에피소드는 일종의 윌로우 환영식입니다. 돌아온 첫날부터 초자연적으로 따돌림을 당하고 징그러운 괴물에게 생가죽까지 뜯어먹혔으니 결코 우리가 생각하는 환영식과는 거리가 멀지만, 원래부터 서니데일이라는 동네가... 변호해주려고 했지만 말이 안나오는군요. 이건 좀 심했습니다.

하여간 이 에피소드의 기능은 대충 다음과 같습니다. 윌로우와 스쿠비갱의 서먹서먹한 관계를 설명하고 나중에 그들을 '재결합'시키는 것이죠. 윌로우에게 가해지는 고문은 이런 서먹서먹한 관계를 지우는 '청소 작업'입니다. 하긴 친구가 사람 생가죽을 벗겨 죽이는 살인마일지도 모른다고 믿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바로 그 괴물에게 먹히기 일보직전이었으니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겠지요.

하지만 과연 이런 작업이 필요합니까?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렇겠지요. 그러나 그걸 고려한다고 해도 완전히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제 신경을 긁는 것은 윌로우에 대한 스쿠비갱의 태도입니다. 네, 윌로우가 지구를 멸망시키려고 하긴 했습니다. 던을 위기에 빠트리기도 했지요. 사람을 둘이나 죽였고요. 하지만 이들은 당시 이 캐릭터가 얼마나 깊은 절망에 빠져 있었는지를 까맣게 잊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마치 교과서라도 외우는 것처럼 'We saw her kill someone.'을 끝도 없이 반복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 말들은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합니다. 버피버스에서 살인이 대죄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원칙의 문제일 뿐입니다. 주변 사람들의 인간적인 반응은 조금 달라야죠. 이건 6년 동안이나 가족처럼 지내며 생사의 위기를 함께 넘긴 친구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이 아닙니다. 불신과 두려움은 당연히 있어야겠지요. 하지만 그것들은 그만큼이나 강한 애정과 함께 충돌하며 공존해야 합니다.

슬프게도 이 에피소드에서 스쿠비갱들은 영혼이 빠져나간 듯 합니다. 그냥 위에서 내려온 대본을 진짜 감정없이 그냥 읊기만 하는 것 같아요. 특히 던의 반응은 거의 캐릭터와 맞지 않아서 당혹스럽습니다. ("So Giles is blaming Giles, and we're blaming us. Is anyone gonna blame Willow?") 이러다보니 과연 윌로우가 이런 친구들에게 사과를 해야하는 건지도 의심스러워지고요. 버피와 윌로우가 나누는 마지막 장면은 그런대로 따뜻하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그래도 친구들과 직접 대변하기 두려워한 윌로우가 자신에게 건 마법 때문에 스쿠비 갱과 윌로우가 서로를 보지도 만지도 못한다는 설정은 꽤 좋은 것이었습니다. 그 자체가 효과적인 은유이기도 하지만 윌로우의 두려움과 슬픔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하죠. 윌로우와 스쿠비 갱의 엇갈리는 만남도 꽤 영리하게 표현되었습니다. 특히 이들이 학교 지하실에서 스파이크를 만나는 장면을 보세요.

오늘의 악당
오늘의 악당은 사람 생가죽을 벗겨먹는 그날 Gnarl이라는 악마였습니다. 다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골룸과 비교하더군요. 하긴 생긴 게 비슷하긴 했습니다.

그날의 기능은 'Afterlife'에 나오는 인스턴트 악마와 거의 같습니다. 무시무시한 헛소리로 사람들을 괴롭히긴 하지만 정작 대단한 능력이 있는 괴물은 아니죠. 어떻게 보면 말뿐만인 존재인 것입니다.

아냐
오늘 에피소드에서 가장 가치있는 인물은 아냐였습니다. 가장 쉽게 좋아할 수 있는 인물도 아냐였고요. 아냐와 윌로우의 만남은 조금 덜컹거렸지만, 그건 아냐가 자기 속을 감추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죠. 일단 둘이 맘을 열기 시작하면 아냐의 어설픈 감정 표출은 무척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거의 공허하게까지한 다른 스쿠비갱 일원들의 반응에 비교하면 더욱 와닿고요.

아냐와 윌로우가 악마를 찾아내기 위해 주문을 거는 장면은 4시즌 'Goodbye Iowa' 에피소드를 기억하는 윌로우/타라 쉬퍼들에게는 굉장히 아프게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아냐가 주문 전후에 하는 "This isn't going to get all sexy, is it?"이나 "It did get a little sexy, didn't it?"과 같은 대사를 성적 유혹으로 읽었지만 그렇게 볼 필요까지는 없는 것 같군요.

스파이크
딱 한 마디. 드라마 퀸 스파이크보다 미치광이 스파이크가 보기 낫군요.

던
오늘 에피소드에서 던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장면에 따라 조금씩 어긋납니다. 우선 전 "Is anyone gonna blame Willow?"가 그애답지 않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던은 스쿠비 갱 중 윌로우의 고통을 가장 잘 이해해야 하는 캐릭터입니다. 과연 이런 대사가 당연한 것처럼 나올 수 있을까요?

하지만 스쿠비 갱이 악마 탐색을 나서는 장면에서 던은, 옆에서 커다란 혹처럼 앉아있는 잰더와는 달리 자기 일을 깔끔하게 해치웠습니다. 던의 능력이 다방면으로 확장되는 중이라고 할까요.

마지막으로, 마비된 던을 스쿠비 갱이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장면은 꽤 웃겼습니다. 엠마 콜필드와 미셸 트라첸버그는 모두 담담하지만 상당히 효율적인 슬랩스틱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오늘의 잰더 놀리기
이 에피소드의 가장 유쾌한 장점 중 하나는 세 번이나 등장하는 잰더 묵사발 내기입니다. 가장 처음 등장하는 건 잰더의 노랑 크레용 연설 놀리기지요.

XANDER: I used yellow crayon. It was a thing from when I talked to Willow on the bluff. I hope she gets it.
DAWN: Oh, tell us again what you said.
XANDER: Well, I was talking from my heart and I knew Evil Willow wasn't really ready to- You were kidding.
DAWN: Mm-hmm. A little bit.
BUFFY: We've heard the crayon speech a few times. Not that it's not great, of course.
XANDER: I saved the world with talking from my mouth. My mouth saved the world.

이 장면은 버피와 던의 '어따, 이제 그만하면 됐다'식 표정을 첨가하면 완벽해집니다.

다음 장면은 순전히 잰더의 떨어지는 지능을 놀려대기 위해 첨가되었습니다.

BUFFY: Or, we could be smart. Sorry, Xander.
XANDER: What?
BUFFY: W-whoever did this had to get blood on them, which means they left a trail.
DAWN: Right, minute traces of blood.
BUFFY: And we have a way to track it.
DAWN: We have a- Oh, I get it.
XANDER: What? How? What's going on?

최종적이고 가장 결정적인 묵사발 내기는 스파이크의 몫입니다.

SPIKE: I'm insane. What's his excuse?

기타등등
오늘은 슬레이어 지망생이 살해당하지 않았습니다. 그걸 보고 또 투덜거리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더군요. (02/10/14)

DJ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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