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8 01:56
- 2024년작이구요. 런닝타임이 무려 2시간 24분입니다. 스포일러는 따로 안 적을래요. 얼른 적고 자려고... 도 있고 별로 정리할 의욕이 안 생기는 이야기네요.
(자세히 보면 끔찍한 사진이니 고어 싫은 분들은 흐린 눈으로 넘어가 주십... 죄송합니다. 하하;)
- 그러니까 대충 '섀도우'라고 불리는 어둠의 프로 용병 & 암살자 집단의 '13번' 멤버의 이야깁니다. 시작하자마자 야쿠자들을 상대로 화려한 액션을 펼치다가... 실수로 일반인을 쏘아 죽이고 멘탈 흔들리다 총 맞고 제압 당해요. 혹시나 해서 대기 중이었던 사부님의 활약으로 살아나긴 하지만 오지게 혼나죠. 그러고 다음 미션을 위해 자카르타로 홀로 파견되어 주어진 숙소에서 생활하다가 옆집 사는 아줌마가 조폭들에게 살해당하는 걸 목격하고. 홀로 남은 그 아들래미를 도우려다가 그만 자카르타를 지배하는 정치인 & 경찰 & 조폭 카르텔을 건드리게 됩니다. 뭐 이런 이야긴데요.
(우리의 짱 센 주인공. 마지막까지 쌓아 올리는 스탯을 보면 괴인급 살인 병기인 건 맞습니다만, 그게 폼이 안 나요. 왜냐면...)
1. 이런 '초인적 인간 병기' 이야기를 만드는 분들에게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애초에 설정이 그런 거라면 제발 주인공이 많이 두들겨 맞게는 하지 말아주세요. 명색이 인간 병기란 양반이 조폭 넘버 투나 쓰리, 그냥 부패 경찰 1인에게 1 vs 1로 쥐어 터지는 걸 보고 있노라면 영 깬단 말이죠. 이런 장르에서 호각의 승부, 쥐어 터지고 위기에 빠지는 주인공의 모습은 최종 보스나 좀 양보해도 최종 보스 & 오른팔 정도와의 격투씬이면 충분합니다. 결과적으로 대략 100명은 죽어 나가는 듯 하니 주인공이 세다는 건 알겠는데, 폼이 안 나요 폼이.
(주인공의 사부님 캐릭터입니다. 마지막에 강렬한 드라마를 선사하시는데 너무 쌩뚱맞게 강렬해서 그만 웃음이...)
2. 티모 타잔토가 만들었습니다. '마카브르', '밤이 온다' 같은 영화를 만드신 양반이고 이 영화는 대체로 '밤이 온다'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예전에 적었던 글을 찾아서 다시 읽어보니 닮은 점이 더 확실해지네요. 강력 문파(?) 소속 주인공이 그저 어린 아이 하나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엄청난 적들을 상대하게 된다는 기본 설정이 그렇구요. 액션의 장단점도 거의 똑같습니다. 네... 발전이 별로 없어요. ㅋㅋㅋ
그러니까 액션씬 자체는 꽤 화려하고 볼만합니다. 근데 그게 순간 순간들은 거의 괜찮은데 그 순간들을 이어 붙여 놓은 모양새에 빈틈이 너무 많다는 거죠. 다수의 적에게 포위 당한 상황에서 굳이 한 명, 혹은 두 명씩만 달려들어서 하나 퇴장할 때마다 한 명이 리필되는 식의 편의적 연출도 거슬리구요. 근접전 끝에 총을 잡은 적이 방아쇠를 당기지만 총알이 없네? 같은 연출은 영화 한 편에 한 번만 나오면 족할 것 같은데 대략 너댓 번은 본 듯 하구요. 주인공이든 소년이든 악당들 평소 하는 짓 보면 바로 죽었어야 할 상황을 몇 번을 겪는데도 별 큰 이유도 없이 두들겨 패서 가둬두기만 하다가 역습을 맞거나... 등등 이런 게 되게 많습니다. 이렇다 보니 가끔 나오는 '이건 괜찮은데?' 싶은 장면들이 살아나질 않아요.
드라마야 뭐 말할 것도 없겠죠. '그래도 밤이 온다보단 나았다' 정도가 가능한 가장 큰 칭찬인데 '밤이 온다'의 드라마란 게(...)
(뭐냐 이 옷은 무슨 스카페이스여? 라고 생각했는데, 다 보고 생각해 보니 정말 스카페이스였던 것 같아요. 오마주에 가깝게 활약을 합니다. 문제는 빌런이라는 겁니다만...;)
3. 이 감독님의 다른 영화들처럼 최대한 다채로운 방법과 도구들을 활용해서 버라이어티하게 인체를 깨고 부수고 부러뜨리는 데 가장 큰 관심을 두고 있는 작품입니다. 당연히 보기 불편하구요. 감독님의 전작들을 재밌게 봤다는 분이라면야 괜찮겠지만 고어 내성이 약한 분들은 안 보시는 게 좋겠구요.
역시나 이 감독님 영화답게 캐릭터들도 참 보기 불편합니다. 특히 빌런들은 한 놈도 빠짐 없이 애초에 막장 변태인 캐릭터들인데요. 물론 하나도 빠짐 없이 주인공에게 분리 배출 당하긴 합니다만. 하나 같이 다 정말로 불쾌하기 짝이 없는 놈들인데 이런 애들이 시작부터 끝까지 정말 끝도 없이 계속 튀어나오니 역시나 피곤합니다. 보는 와중에 '얘까지 해치우고 이야기 끝난 걸로 해주면 안 될까?'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돼요.
(불쾌한 악당들을 좀 더 불쾌하게 느껴 보시라고 정성 들여 제작한 마스크의 퀄리티를 느껴 보시죠.)
4. 이 영화를 보면서 생긴 궁금증. 원래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이렇게 '처절한' 걸 좋아하는 걸까요, 아님 그냥 요 감독님 취향일까요. '인도네시아 액션'이라고 하면 사실상 그런 처절 코드의 소장르가 되어 버린지 오래인데요. 처절함으로 시작해서 더 큰 처절함이 왔다가 그 다음엔 정말 이루 말도 못하게 처절한 상황이 벌어지고... 거기에 맞춰 주인공과 악당들의 신체 훼손도 점점 더 강렬해지고. 정말 어지간한 고어 호러 영화는 사뿐히 즈려 밟을 정도로 수위가 세단 말입니다.
아마도 '레이드'가 대박이 난 데다가 요 감독님 성향도 그와 비슷하니 그렇게 처절, 처참한 스타일이 나오는 건 이해합니다만. 이게 그쪽 사람들의 공통 정서 같은 것인지, 아님 유독 요 사람들만 이런데 그게 히트해버린 것인지 알쏭달쏭하더라구요. 흠.
(멀쩡한 총 두고 굳이 칼을 쓰는 장면들이 참 많이 나옵니다만. 주인공이 총 쏘는 걸 보고 휙휙 피하는 걸 보면 세계관 설정(?)상 그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하구요.)
5. 이것도 '밤이 온다'와 비슷한 점인데. 대놓고 후속편을 염원하는 엔딩으로 끝납니다. '밤이 온다'는 결국 속편이 나오지 못했는데 이건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근데 아마 나와도 안 볼 듯 싶어요. 이렇게 별 매력 없는 주인공이 나와서 혐오감 덩어리 악당들에게 피떡이 되도록 쥐어 터지다 간신히 간신히 하나씩 해치워나가는 구경을 두 시간이 넘게 시키는 시리즈... 같은 건 전혀 땡기지가 않으니까요. 레이드 비슷한 영화가 보고 싶으면 레이드를 다시 보자! 라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 두 시간 이십 분이었습니다.
(그러고보면 이 소년과의 만남 장면은 또 '레옹'이었네요. 감독님 아이디어가 다 바닥나셨나... ㅋㅋㅋ)
- 종합하자면요.
그나마 조금 있는 드라마라는 건 대충 토핑만 되어 있는 수준이라 이입이 안 되는 액션 포르노(...)에 가까운 작품이었습니다.
먼저 적었듯이 장면 하나하나만 보면 괜찮은 것들도 많아서 인도네시아식 사지 분리 피칠갑 액션을 즐기셨던 분들이라면 한 번 시도해 볼만은 하겠습니다만. 이 구경을 두 시간 20분 동안 하는 게 나에게 맞나? 라는 부분은 신중하게 생각해 보시길.
암튼 전반적으로 뭐가 됐든 다 투머치이면서 특별한 매력은 없는 작품이었어요. 하지만 '밤이 온다'보다 발전한 부분들이 적지 않으니 그걸 재밌게 보신 분들이라면 재밌게 보실 수 있을지도 몰라요. 결정은 제가 하는 것이 아니니 전 책임 없습니다? ㅋㅋㅋㅋ 끝이에요.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주연 배우님이 정말 몸 바쳐 연기하셨다는 부분 되겠습니다. 잘 하셨어요. 영화가 별로인 건 배우님 탓은 아닌 걸로.)
2024.10.18 10:30
2024.10.18 10:34
저는 그 '밤이 온다'를 레이드 1, 2편 배우들이 거의 그대로 나오길래 가렛 에반스 감독인줄 알았는데 아니더군요. 레이드 시리즈도 수위가 쎄지만 밤이 온다는 보면서 액션의 쾌감 보다는 불쾌감만 늘어나서 초중반 쯤에 껐던 것 같아요.
이 작품은 그보다 더 낫다고 하시는데 이 감독의 특징 자체는 그대로인 것 같으니 별로 땡기지는 않네요. 주연배우님은 되게 매력있게 보이고 연기도 궁금하긴 한데...
여담으로 가렛 에반스는 조금 다른 장르에 도전했던 '복수의 사도'가 나름 괜찮았고 영국 드라마 '갱스 오브 런던'이 액션도 쩔고 그렇게 재밌다길래 언젠가 본다고 하다가 몇년째 시작을 못하고 있네요 ㅋㅋ 최신작은 공개예정인 톰 하디 주연의 액션물이라는 것 같습니다.
2024.10.18 13:41
이번엔 인도네시아 인가요? 로이배티님 덕분에 관람폭이 넓어졌습니다. ㅎㅎㅎ
2024.10.18 15:21
저는 인도네시아 잘 모르고..(액트 오브 킬링이 촬영된 나라라는 건 압니다) 해당 감독작품도 모르지만... 스틸컷들 보면은 왠지 닌자 어쌔신같은 일본인 아닌 사람들이 가상의 닌자에 사무라이들 쓰는 카타나 든 게 생각나네요.
1998년 인도네시아 폭동에서 약 1만명이 살해되었죠. 당시 유출된 사진을 보면 참수된 시신이 많았습니다. 그 때, 야생의 폭력성이 인니에 존재하는구나라고 느꼈습니다. 밀림/야생과 비슷한 환경에서의 삶은 일상이 폭력이죠. 잡아서 죽이고 껍질 벗기고..(우리는 마트에서 사먹지만). 인니 출장을 가더라도 그러한 인식 (학정, 독재, 학살 등)이 뇌리에 박혀서인지 다른 동남아 국가 보다는 약간 어두운 시선을 가졌었습니다. 위 영화가 gory 하다고 하니 괜히 그런 연상을 하게되네요. 감독의 성향이 많이 좌우하겠지만, 인니 사람들의 복수에 대한 정서가, 끝까지 처절하게 가야 분이 풀리는 것이 아닌지, 그런 것이 영화에 반영된 것이 혹시 아닌지... 어두운 생각을 하게 되네요. 인니 두리안은 정말 맛있는데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