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4 23:38
- 손에 손 잡고!! 1988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32분이구요. 스포일러는... 이 게시판 분들에게 그런 게 있을까요.ㅋㅋ 그냥 본문에도 다 집어 넣어서 막 적겠습니다.
(당시 아직 톱스타와는 거리가 멀었던 마이클 키튼 이름을 굳이 제목에 저렇게 박아 놓을만큼 무명 배우(!) 천지였던 영화였습니다만. 이후에 그들은...)
- 어여쁜 언덕 위의 하얀 집. 주인은 젊은 부부 바바라와 아담. 아이가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어 보이지만 둘이 사이도 아주 좋고 대체로 그냥 행복합니다. '이 집은 애 키우는 부부를 위한 집!' 이라며 자꾸만 비싸게 팔아주겠다고 달라 붙는 부동산 업자가 좀 귀찮긴 하지만 뭐 괜찮아요. 하지만 곧바로 교통 사고로 둘 다 죽어버리죠. 그러고는 125년 동안 이 집에서 살아야 하는 지박령의 운명이 되는데, 새로 이주해 들어온 인간들이 문제입니다. 우울증 딸래미와 소심한 남편까진 괜찮은데 예술 한답시고 계속 집을 뜯어 고치는 여자 쪽이 문제에요. 도저히 그 괴상한 취향을 참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귀신답게 겁을 줘서 쫓아 보려 하지만 그것도 소질이 필요한 영역인지라 쉽지가 않고. 급기야는 '생체 퇴치 전문가'라는 싸이코 귀신 비틀주스의 도움을 받으려 하게 되는데...
(그 무명 or 신인 배우들의 상태를 봅시다. 아이고 볼드윈 아저씨 풋풋한 거 보세요...)
- 며칠 전에도 했던 얘기지만 위노나 라이더는 제가 처음으로 배우 덕질을 하게 만들었던 분이십니다. 그래서 극장에서 볼 수 있었던 영화는 대부분 극장에서 보고 그랬죠. '기묘한 이야기'를 보기 시작했던 것도 이 분의 재기의 발판 비슷한 위치라서 그랬던 거구요. 게다가 전 팀 버튼도 아주 좋아했었고 이 영화도 좋아했어요. 그러니 무려 36년만의 속편이 극장에서 개봉을 한다니 당연히 봐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이번에도 제 게으름이 이겼습니다. ㅋㅋㅋㅋ 흥행이 망해서 금방 내려 버리기도 했지만 뭐 암튼. 엊그제 보니 이미 vod가 출시 되었더라구요. 그래서 vod로라도 봐야겠다. 그런데 1편을 먼저 보고 다시 보는 게 좋지 않을까? 뭐 이런 흐름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요즘을 기준으로 봐도 이렇게 만만한 호구 귀신들이)
(이렇게 무시무시한 인간들(?)에게 시달리는 내용의 영화는 별로 없습니다. ㅋㅋㅋ 캐서린 오하라 표정의 똘끼를 보세요... 하하.)
- 36년이라는 숫자도 어마어마하지만 '곧 40년'이라고 생각하면 더 무섭지 않습니까. 그리고 비틀쥬스 1편은 세상에 '팀 버튼 스타일'을 처음으로 알린 작품이라는 의미가 있는 사실상 '비긴즈'에 가까운 작품인데... 이후로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우리는 모두 팀 버튼의 스타일에 적응을 해버렸죠. 아니 그렇게 적응을 한지도 이미 20년은 지나지 않았겠어요. 그러니 요 1편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 같은 건 이제는 기대할 수 없는 게 당연하겠구요. 이런 사정으로 인해 과연 이걸 지금 봐도 충분히 재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보았는데요.
당연히 그 시절에 처음 보는 순간 느꼈던 그 신선함, 놀라움은 없습니다. 대신 그 시절 그 임팩트에 대한 추억이 보글보글 끓어 오르더군요. 실사가 미니어처로 슬쩍 교체되는 도입부의 거대 거미(ㅋㅋㅋ)씬이라든가. 당시에는 꽤 신선한 아이디어였던 지옥의 관공서스런 묘사. 인간에게 오히려 쫓겨다니는 처량하고 선량한 귀신들. 그렇게 좀 모자라고 부족한 캐릭터들에 대한 애정이라든가. 그리고 예상을 뒤엎고 '권선징악' 이딴 거 없이 그냥 다 함께 어우러지는 대동단결(...까진 아니지만 ㅋㅋ) 강강수월래의 마무리까지. 그 시절에 비디오와 볼록 티비로 처음 이 영화를 접할 땐 그냥 신선함의 연속이었죠. 시각적인 측면에서도 그랬지만, 이야기가 품고 있는 메시지와 감성이 더더욱 그랬습니다. 이렇게 '아싸'들을 따스하게 품어주는 코미디는 제겐 거의 처음이었어요.
(그냥 표정만 봐도 웃긴 장래의 배트맨 아저씨.)
(이것이 팀 버튼 스타일이다!의 시작이었던 기괴하게 귀여운 미술 디자인들.)
- 그리고 재밌습니다. 네, 지금 다시 봐도 여전히 재밌더라구요.
이야기 전개는 빠르고, 막 나갈 땐 요즘 말로 '약 빤 듯이' 막 나가주고요. 주인공 부부가 책 읽고 열심히 공부해서 야심차게 시전한 빙의 뮤지컬 장면 같은 건 지금 봐도 참 웃겨요. 그 시절의 아날로그 수공예 특수 효과는 팀 버튼의 디자인과 딱 맞아 떨어져서 부족하단 느낌이 안 듭니다.
배우들 보는 재미도 아주 좋습니다. 마이클 키튼이 최고의 연기를 펼쳐 준 비틀쥬스 캐릭터는 제 기억보단 분량이 적지만 나올 때마다 아주 화려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웃겨 주고요. 알렉 볼드윈이 이렇게 소탈하고 정이 가는 캐릭터를 맡았던 적이 또 있을까요. ㅋㅋ 고스 스타일 우울 소녀 위노나 라이더는 그냥 딱 그 양반 인생 캐릭터를 정립했구나... 라는 느낌이었구요. 캐서린 오하라의 악녀 딜리아 캐릭터는 이런 양반이 고작 2년 후에 '나 홀로 집에'에서 그런 엄마 역할을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아주 신나게 어처구니 없고 재수 없구요. 근데 또 그 와중에 굳이 죽어 나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만 재수 없더라는 거. ㅋㅋㅋ
(지나 데이비스의 미래 커리어를 생각하고 보면 조금 더 웃깁니다. ㅋㅋ)
(전반적으로 이 영화의 특수 효과는 낡았다기 보단 빈티지라는 느낌이죠. 특히 감독님 스타일과 잘 어울리구요.)
- 아니 뭐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제가 이제사 뭐라뭐라 떠드는 것도 좀 웃기고 그럽니다.
매우 노인스럽게 말하자면 '그 시절에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의 놀라움을 느낄 수 없는 요즘 젊은이들이 불쌍해!!' 라는 기분으로 즐겁게 봤습니다. ㅋㅋ
오래 묵은 영화지만 낡았다는 느낌보단 '이제 고전이 되었구나' 라는 느낌이었어요. 특히 마지막의 위노나 라이더 공중 부양 장면 같은 건 아예 흑백 고전 시절 헐리웃 영화들 느낌 낭낭한 게 신기하더라구요. 팀 버튼도 어디 외계에서 떨어진 감독이 아니니까 당연한 거겠지만요.
그래서 옛날 추억 떠올리며 지금 다시 한 번 감상해 보셔도 매우 만족하실 거다... 라는 재감상 추천의 말로 마무리합니다. 아주 좋았어요. 그럼 이제 속편을 봐야 하는데 과연 제가 짱 비싼 신작 vod의 가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 ㅋㅋㅋㅋ 뭐 그러합니다. 끝이에요.
(메어리 포핀스 시절 옛날 헐리웃 영화들 느낌인데 배경에 귀신이 있을 뿐이랄까요. ㅋㅋ 암튼 흥겹고 좋았습니다.)
+ 지니티비 유료 vod로 봤어요. 이 양반들이 또 속편 개봉한다니까 사악하게 대여를 없애고 '소장판'만 남겨 놓고 가격을 올려 놨더군요. 하지만 상냥하신 쏘맥님의 가르침으로 장기 고객 쿠폰을 써서 공짜로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10.15 01:08
2024.10.15 23:03
사실 팀 버튼만큼 자기 스타일이 확고한 사람이면 자기 복제란 표현도 좀 애매한 것 같아요. 제겐 아다치 미츠루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그냥 본인이 장르랄까요... ㅋㅋㅋ 뭐 발전이 없고 언제부턴가 옛날 해먹던 가닥을 우려 먹는 걸로 버티는 중이라는 건 공감합니다만. ㅠㅜ
웬즈데이 드라마도 아주 막 만족스럽진 않았어요. 그래도 재미는 있었고 웬즈데이랑 이니드 캐릭터 때문에 시즌 2도 나오면 볼 겁니다. 배우들 더 나이 먹기 전에 빨리 나와랏!
올려주신 링크는 보고 뿜었습니다. 이건 뭐 그냥 갖다 썼네요. 얼굴만이지만... ㅋㅋㅋㅋ
2024.10.15 02:05
2024.10.15 23:09
흘러간 사람들(?)이 그 시절에 그 당시 명작을 보며 감동했던 느낌을 젊은이들이 절대 똑같이 느낄 수는 없듯이, 그 반대도 마찬가지겠죠.
말하자면 저는 에이리언 1, 2, 3을 안 본 세대 사람들이 '에이리언 로물루스'를 보면서 느끼는 재미가 어떤 것인지는 짐작할 수가 없으니까요. ㅋㅋ
그러니까 결국 태어나서 처음 본 타임 루프물이 '사랑의 블랙홀'이든, '나비 효과'든 혹은 '해피 데스 데이'든 간에 그런 걸 처음 본 순간엔 다들 비슷한 감흥을 느끼고 그러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역시나 탑골 포지션에서는 "그 쪽의 최고는 라떼 나왔던 그거라고!" 라는 기분이 들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하하.
2024.10.15 13:28
2024.10.15 23:11
그래요 만화 시리즈도 있었죠! 그건 어쩌다 아주 잠깐 밖에 못 봐서 잘은 모르지만 대략 이미지들은 기억 납니다. ㅋㅋ
미국 외에선 망했다지만 미국 흥행은 꽤 괜찮았다니 속편이든 티비 시리즈든 뭔가 더 나와주면 좋겠... 는데 배우들이 좋아할지는 모르겠네요. 어차피 웬즈데이도 나왔으니 웬즈데이랑 크로스 오버라든가(...)
쿠폰은 정말 감사합니다. 그거 보니깐 유효 기간이 두 달도 안 남았던데 몰랐으면 그냥 만료 시킬 뻔 했어요!! 무한 감사!!!!!
2024.10.15 14:40
2024.10.15 23:12
문제는 감독과 배우들이 3편을 하고 싶냐는 부분일 듯 한데요. 배우들은 그래도 대략 반길 것 같은데 감독 생각을 모르겠네요. ㅋㅋ 일단 웬즈데이 두 번째 시즌부터 만들어 놓고 봐야겠죠.
2024.10.15 23:32
2024.10.15 23:40
아 그랬군요! 그렇담 얼른 2편도 챙겨 본 후에 3편은 꼭 무조건 반드시 극장에서 보는 걸로 속죄해야겠습니다... ㅋㅋㅋ 설명 감사합니다!
2024.10.15 15:32
비데오로 빌려봤었는데,,당시 비데오 빌리는데 한참 고민했었죠... 당시 극장 개봉 안 한 영화의 사전 정보는 그리 많지 않았기에, 비데오 표지 그림으로 내용을 유추하며...아 이거 빌려가면 욕먹을까? 이러면서 한참 골랐던 기억이 납니다. 비틀쥬스 보고나서 신기해서. 여러 번 되돌려 봤었습니다. 당시 VHS비디오..프론트 로딩! 이런게 신 기술이었던 시절, 하얀 가로줄 같은 노이즈들도 생기고 그랬기에..저 영화를 극장에서 봤으면! 했었습니다. 발칙하고 신기한 팀 버튼의 시작이었죠..
2024.10.15 23:13
저희 집 비디오는 프론트 로딩이었습니다! 하하. 근데 베타맥스 방식이라서 영화를 빌려 볼 수 없으니 그냥 티비 프로그램 녹화 머신이 되었던... ㅠㅜ
맞아요 비디오 빌리러 가면 그 와장창 아무렇게나 꽂혀 있는 무더기들 속에서 이것저것 신중하게 고르는 재미가 있었죠. 잘 모르는 영화를 선택해서 집에 들고 오면서 느끼는 설렘도 있었구요. 어찌보면 낭만은 불편에 정비례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ㅋㅋ
2024.10.15 18:44
2024.10.15 23:15
저 시절 위노나는 그저 찬양이었습니다. ㅠㅜ 지나 데이비스도 귀여웠는데 정말 나중에 그렇게 풀릴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이 소심한 서민 귀신님이 액션 여전사라니. ㅋㅋㅋㅋ
맞아요. 그냥 추억의 영화라서가 아니라 정말 좋았습니다. 이런 영화를 처음으로 접하고 감동하던 그 시절이 그립네요.
2024.10.16 18:56
저도 속편 개봉을 기다리면서 몇달 전에 오랜만의 복습으로 봤어요. ㅋㅋㅋ 속편 관련 얘기도 하고 싶은데 아마 감상 후에 또 올려주시겠죠?
말씀대로 지금의 저희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그 팀 버튼 월드의 시작을 이제와서 다시 지켜보는데 흐뭇하기도 하고 묘하게 감동까지 있더라구요. 대부분 출연진이 당시에는 아직 무명이었다는 것도 새삼 놀라워요. 보다보면 위대한 감독들은 캐스팅에 대한 안목도 남다른 것 같습니다. 스필버그 선생님도 언제 어디선가 캐스팅도 곧 디렉팅이다 뭐 이런 얘기를 강연 같은 거에서 하셨다고 줏어들은 것 같습니다.
마이클 키튼은 확실히 타이틀롤인데도 거의 양들의 침묵 앤소니 홉킨스 비슷하게 스크린 타임은 적지만 임팩트로 지배하는 그런 모습이었고 배우로서 신나게 이거저거 시도해보며 놀 수 있는 역할을 맡아서 그렇게 즐긴 것 같아요. 그런데 배트맨 1편 제작당시 왜 그렇게 팬들이 반대 청원을 하고 그랬는지도 이해가 가더군요. 브루스 웨인/배트맨과 너무 연결이 안되지 않습니까? ㅋㅋ 차라리 조커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을 이미지였어요.
지나 데이비스, 캐서린 오하라(이 작품 미술감독님과 여기서 만나서 결혼하셨더라구요?)의 풋풋한 모습도 너무 귀여웠고 위노나 라이더의 이 작품과 가위 손에서의 센치한 고스걸 포지션을 지금의 제나 오르테가가 물려받는 것 같아요. 알렉 볼드윈은 정말 느끼하거나 어딘가 얄밉지 않은 젊은시절 배역을 찾기 어려운데 신선하더군요. 하필 최근 불미스러운 사건에 엮여서 지금까지 시달리고 있고 앞으로 복귀가 가능할지 걱정이 됩니다.
2024.10.17 00:34
네 당연히 보고 올릴 생각인데... 아직은 vod 가격이 가격이... ㅋㅋㅋㅋ
맞아요. 보면서 '이게 그 세월의 시작이었구나' 라면서 뭔가 감동적인 기분이 들었습니다. 감독도, 스타일도, 배우들도요. 특히 위노나 라이더 캐스팅은 정말 어쩜 이렇게 배우 인생 내내 계속될 캐릭터를 딱 잡아냈는지... ㅋㅋ
아. 말씀 보고서야 기억 났습니다. 맞아요 마이클 키튼 반대 청원이 있었죠. ㅋㅋㅋ 개봉하고 흥행 초대박이 나면서 자연스레 묻혔지만 정말 다들 싫어하는 분위기였죠.
알렉 볼드윈은... 저번 총격 사건부터 해서 말년에 참 일이 많네요. 어디까지 이 양반 잘못인지도 다 애매한데 욕 하는 사람들도 이해는 되고. 복잡합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이 영화는 아주 좋아한다~급은 아니지만 확실히 매력이 있긴 하죠. 요즘 팀 버튼도 자기 스타일에 빠져서 자기 복제 하는 기분도 좀 들긴 하지만요…
여담으로 비틀쥬스의 영향은 섬나라 게임 쪽에서도 숨겨져 있습니다.
진 여신전생2에서 타천사 '베텔기우스'가 그 영향 하에 있죠… 별 이름이 되었지만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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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웬즈데이 드라마도 보긴 했었는데…
하여튼 이번 속편도 보긴 봐야 할텐데 에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