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작이라네요. 런닝타임은 1시간 41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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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대 최고의 금사빠 커플이 펼치는 판타지 로맨스!!!)



 - 배경은 당시보다 조금 과거, 1999년입니다. 예고로 전학을 온 상룬이라는 남자애가 주인공이구요. 천재적 재능을 갖춘 피아니스트 지망생인데... 뭐 중요한 건 전학 온 첫 날에 학교를 돌아다니다가 낡아서 아무도 안 쓰는, 졸업식과 함께 철거될 운명의 옛 연습실에서 샤오위라는 미소녀를 마주치고 한 눈에 사랑에 빠진다는 거죠. 역시나 피아노 전공인지라 대화도 잘 통하고 음악으로 소통도 가능하고... 가장 중요한 건 그 쪽 역시 상룬에게 첫 눈에 반한 게 확실하다는 거죠. 몇 번의 교내 데이트를 거쳐 귀갓길 자전게 데이트도 하고 아주 그냥 보기 좋은 한 쌍의 바퀴벌레가 됩니다만. 이 여자애는 어딘가 몸이 안 좋은지 자꾸만 학교를 빠지고, 아싸처럼 겉돌기만 하면서 상룬의 애를 태워요. 하지만 첫 등장부터 대놓고 뭔가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는 게 분명한 이 여자애. 무엇이 문제이고 그 문제는 이야기를 어디로 끌고 갈지... 모르는 분이 있겠습니까????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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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잖아 그건... '말 할 수 없는 비밀'이야. 라며 영화 셀프 홍보를 계속하는 영화입니다. 정말 대략 예닐곱 번은 나온 듯요. ㅋㅋ)



 - 이상한 일이죠. 전 분명히 이 영화를 봤거든요. 극장에선 아니고 개봉하고 조금 시간 지난 후에 vod 같은 걸로 봤을 거에요. 영화를 튼 기억은 분명한데 이후의 기억이 아무 것도 없었어요. 그래서 일단 틀어 본 건데... 조금 보다 보니 안 본 게 확실하더라구요. 아마도 틀었다가 뭔 일이 생겨서 바로 껐거나, 아님 그냥 잠들어 버렸거나 그랬던 거겠죠. 그래서 십여년 만에 마무리 차원에서 재시도를 해 보았습니다. 그랬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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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독한 싱글남 주걸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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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장년 황추생과 펼치는 댄스 영화... 죄송합니다;;;)



 - 아무래도 17년 묵은 영화라는 게 크긴 하겠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이야기가 치밀하진 않습니다. 샤오위의 비밀이란 건 금방 추측이 가능하고 그게 다 티가 나요. 그걸 숨겨 보려고 머리를 쓴 훼이크 장면이 나오긴 하는데 그 또한 '아 이렇게해서 속이려고? ㅋㅋ' 라는 느낌으로 뻔했구요. 막판에 가서 숨겨둔 이야기와 영화 속 공식(?)이 다 정리가 되고 나면 그것 참 인위적이고 작가 편할 대로이기도 하지... 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반전 트릭을 제외하고 그냥 하이틴 로맨스로 보더라도 어색한 구석이 많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이야기가 참 헐겁죠. 너무 헐거워서 사실은 아무 의미 없는 장면을 수상한 눈으로 바라보며 막 추리를 하게 만들 정도로 헐겁습니다. ㅋㅋㅋ 애초에 둘이 사랑에 빠지는 전개부터 그래요. 마치 "그래요! 나는 운명을 믿어요!!!!!!" 라고 진지한 눈빛으로 외치며 세상엔 운명적인 로맨스가 반드시 존재한다고 설득하려 드는 낭만쟁이 사랑꾼의 이야기를 보는 기분이었어요. 그리고 전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하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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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시절 유행 스타일링이란 게 말입니다. ㅋㅋㅋ 얼핏 보면 미남자를 연기하는 최성국씨 같아요. 주걸륜씨 팬분들께 죄송...;)



 - 그런데 참 놀랍게도 이런 허술하고 나이브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가 먹히더라구요. 


 매우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계륜미 때문에 설득 됐습니다. ㅋㅋㅋㅋ 제가 본 이 분 작품이 '와일드 구스 레이크' 하나 뿐인데 이땐 이미 나이를 한참 먹은 후인 데다가 맡은 역할도 막 미모나 매력을 뽐내는 캐릭터는 아니었거든요. 근데 리즈 시절 대표작의 비주얼을 보니 그냥 거의 등장과 동시에 설득이 되네요. 이러면 어떤 남자애든 첫 눈에 반해야죠. 비주얼이 개연성!!! ㅋㅋㅋ 하지만 그 역은 인정 못함

 사실 이 캐릭터의 행동을 보면 (사연을 다 알고 봐도) 이해가 안 되는 것 투성이이고, 계속해서 좀 어색한 행동들이 보여요. 각본을 좀 다듬었어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긴 하는데 그 와중에도 그냥 좋은 겁니다. 하하. 역시 로맨스물은 비주얼!!!!!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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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약 미소녀 계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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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색 대문'이라도 얼른 봐야 하지 않나 하는 기분이 팍팍 들게 만드는 1시간 40분이었습니다. ㅋㅋㅋ)



 그리고 스토리야 어찌됐든 간에 장면 장면들은 참 낭만적, 로맨틱하게 잘 잡은 것들이 많아요. 여기에서 아주 조금만 더 나가면 바로 머리에 꽃 꽂고 달리는 "나 잡아 봐라 자기야~ 아핳핳핳아핳하~~" 가 되어 버릴 것 같은 스릴이 느껴지는데 아무튼 더 나가진 않고 딱 한계선에서 멈춰 주는 센스가 좋았습니다. ㅋㅋ 게다가 그 모든 장면들에 병약 미소녀 계륜미가 함께하니까요. 


 마지막으로 그냥 대놓고 작가 편할대로인 그 비밀의 설정들... 또한 참으로 유치함과 동시에 참으로 소녀 감상 폭발하는 로맨틱 무드가 묻어나더라구요. 솔직히 글로 읽었다면 아마 피식 웃고 말았겠지만 병약 미소녀 계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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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으로 전통적이고 정석적인 '로맨틱 장면'의 단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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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정직, 우직하게 밟아 나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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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였던 것이었습니다... ㅋㅋㅋ)



 - 아마도 저는 이제사 봤기 때문에 더 재밌게 본 것 같기도 해요.

 이제는 무려 25년 전이 되어 버린 영화 속 배경, 그 정서도 탑골스런 맛이 있어서 좋고. 고풍스런 학교 건물 속의 낡은 피아노실에서 어여쁜 교복을 입고 꽁냥거리는 선남 선녀 구경도 아주 정직하게 옛스러운 재미가 있었구요. 모르는 분이 없겠지만 어쨌든 스포일러이긴 하니 말할 수 없는 그 비밀의 설정도 원래 제가 좋아하는 류의 것이니까 좀 허술해도 그냥 관대하고 즐길 수 있었구요. 개봉 당시, 그 시절에 극장에서 봤다면 아마도 "아 이게 말이 되에냐아아악!!!" 하면서 꼬치꼬치 구멍 지적해가며 투덜거렸을 텐데. 지금 와서 보니 그냥 다 예쁘고 귀엽고 재밌네요. 허허. 

 뭐 이런 장르 싫어하는 분들에게 굳이 추천할만한 명작까진 아니겠습니다만. 그 시절의 그 센세이션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겠다... 라는 기분으로 즐겁게 봤습니다. 계륜미 만세!!! ...끝이에요.




 + 사실 이 영화에서 제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반전 같은 게 아니라 주걸륜의 피아노 실력이었는데요. 제가 이 분에 대해 아는 게 "말 할 수 없는 비밀로 유명한 인기 배우" 라는 것 밖에 없었기 때문이죠. 당연히 치는 척만 하는 줄 알았는데 진짜로 치고 있고 그게 또 되게 잘 치고... 그래서 대체 어떻게 찍은 거지?? 라며 감탄했는데. 애초에 실력파 뮤지션에 실제로 예고 다녔고 피아노도 전문적으로 배우셨다고... 허허;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어차피 다들 아시는 이야기이니 엔딩 부근만 간단히.


 그러니까 우리의 샤오위는 시간 여행 소녀였습니다. 1979년의 그 학교 피아노 전공 학생이었고, 어느 날 연습실 피아노 밑에서 정체불명의 낡은 악보를 발견했는데 거기에 미래로 가는 신비로운 곡이 적혀 있었던 거죠. 덧붙여 몇 가지 공식이 있습니다. 미래로 갔을 때 처음으로 눈에 띄는 사람과만 소통이 가능하고 다른 사람들 눈엔 안 보인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으면 곡을 빠르게 연주한다. 


 그게 처음부터 샤오위가 주인공 외의 다른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굉장히 티가 납니다. ㅋㅋ 근데 하는 걸 보면 살아 있는 사람은 맞는 듯 하니 시간 여행자구나... 라고 금방 짐작이 가능했죠. 다만 방법과 목적은 수수께끼였는데, 샤오위가 워낙 쉽게 주인공에게 반하니 무슨 사연이 있는 애인가 보다... 하고 열심히 머리를 굴려보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사연 그딴 건 없고 그냥 닥치고 '걸 미츠 보이!!!' 였던 것. ㅋㅋㅋㅋ


 암튼 1999년의 이 학교에는 웃기는 운동부 콤비도 있고, 주인공을 짝사랑하는 예쁜 현실 여자애도 있고, 수십 년간 이 학교에서 일해 온 주인공 아빠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캐릭터들 가지고 코미디도 하고, 삼각 관계 로맨스도 하고... 하면서 전개되다가. 주인공이 짝사랑녀를 샤오위로 착각하고 키스하는 장면을 샤오위가 목격해 버린다는 전통의 전개가 튀어나온 후 샤오위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습니다. 충격 받아서 과거로 돌아간 후 주인공 아빠랑 상담을 하면서 이 체험을 털어 놓았는데, 이 망할 아빠놈이 학급 반장에게 그 얘길 해버렸고. 반장은 아주 나쁜 놈이어서 그걸 다 소문내고 샤오위를 미친 애로 몰아가며 왕따를 시켰어요. (사실 왕따인 건 그 전부터였던 듯 합니다. 그래서 미래에서 만난 훈남에게 그렇게 쉽게 빠져들었다는 듯...) 그래서 필요도 없는 정신과 약까지 먹어가며 인생 힘들어지고 엄마랑 사이도 안 좋아지고 천식은 더 심해지고...


 하다가 졸업식날 큰 맘 먹고 다시 1999년으로 돌아가 주인공을 만납니다만. 자기가 안 나타나는 동안 가까워진 짝사랑녀가 끼워 준 행운의 팔찌를 하고 있는 주인공 꼬라지를 보고는 더더욱 열받아서 과거로 돌아가 버리죠. 그리고 과거 시점에선 아마 텅 빈 교실에 앉아 책상에다가 '나는 너를 사랑하는데, 너는?' 이라는 낙서를 하다가 천식약이 없어서 죽어요(...) 그리고 1999년의 주인공은 마치 '프리퀀시'처럼 책상에 나타난 20년 전의 수정액 낙서를 (근데 1979년에 수정액이?) 목격하고선 답을 하겠답시고 필사적으로 하트를 그려 보지만 그게 과거로 가 닿을 일은 없겠죠.


 그러고 주인공은 샤오위의 집을 찾아가 샤오위의 엄마를 만나고, 엄마가 준 사진 한 장을 들고 자기 아빠에게 물어봐서 샤오위의 비밀을 모두 알게 됩니다. 그런데 오늘은 낡은 연습실을 철거하는 날! 그래서 우다다다다다다 학교로 달려가 출입 봉쇄해 놓은 건물에 여기저기 다쳐가며 진입 성공. 다 부숴져가는 연습실 피아노에 앉아 시간 여행의 멜로디를 (전에 샤오위에게 한 번 배웠고 주인공은 천재니까요) 몇 배속으로 우다다다 연주해대고.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철거용 거대 철구의 코앞에서 타임 슬립에 성공합니다.


 장면이 바뀌면 찢어지고 피 묻은 교복을 입은 주인공이 1979년의 교실로 가서 문을 열고. 거기에 혼자 앉아 있던 샤오위를 대면합니다. 처음엔 당황하는 표정을 짓던 샤오위는 이내 밝게 미소 짓고. "그리고 나는 샤오위와 함께 졸업 사진을 찍었다." 는 짧은 나레이션과 함께 낡은 옛 단체 사진 속 나란히 서 있는 둘의 모습이 보여요. 그렇게 끝입니다. 참 나쁜 놈이죠. 아빠는 어떻게 살라고 그렇게 단박에 내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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