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산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43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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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포스터에 토끼가 안 보이는 건데! 라고 생각하신다면 이유는 어차피 영화에도 안 나오기 때문입니다.)



 - 주인공 모드는 독일에서 유학 중인 호주 처녀입니다. 1년 전에 실종된 쌍둥이 언니 때문에 집안이 파탄이 나서 부모님이랑 사이는 어색하고 본인은 우울하고... 게다가 자꾸만 너무나도 생생하게 언니 꿈을 꿔요. 꿈 속에서 언니는 멀쩡하게 살아 있는 대신 항상 어떤 집에 갇혀 무시무시한 사람들에게 학대를 당하고 있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게 그냥 꿈이 아닌 것 같단 말이죠. 그러던 어느 날 급기야는 백주 대낮에 아무 이유 없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버리는 사태가 벌어지고. 결국 모드는 귀국해서 직접 언니를 찾아 보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그 길엔 언니의 약혼자였던 랄프, 언니를 짝사랑했던 동네 경찰 헨리도 함께요. 그런데... 언니가 생전에 마지막 사진을 남긴 장소를 찾아가 보니 어처구니 없도록 쉽게 꿈 속의 장소가 짜잔~ 하고 반겨줍니다. 그리고 그 동네 사람들은 다 수상한 표정을 하고 수상한 눈빛으로 주인공 일행을 바라보겠죠. 그래서 이제 남은 이야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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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고생의 시작이죠 뭐.)



 - 그러니까 쌍둥이 사이엔 신비로운 무언가가 있다! 라는 오래된 떡밥을 바탕에 깔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호주산 인디 호러입니다. 

 일단 실종된 언니가 보내는 꿈 속의 구조 요청! 으로 스타트를 끊고요. 주인공 일행이 도착한 시골 마을의 기묘하고 불쾌한 분위기는 포크 호러 느낌이 낭낭. 잠시 후 주인공이 언니를 잡아간 놈들을 만난 후부터 벌어지는 일들은... 음.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부분이라 언급 않겠지만 역시나 익숙한 호러 설정들을 이것 저것 갈아타가며 진행이 됩니다.

 말하자면 익숙한 호러 블럭들을 이것저것 모아서 조립된 이야기인데, 중심에서 그것들을 꿰어 주는 역할을 하는 게 '쌍둥이의 신비' 이야기구요. 그런 식입니다만... 이런 얘기로는 영화의 특징이 잘 설명이 안 되는 듯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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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그 '포크 호러' 라는 게 어지간하면 잘 먹혀드는 걸 보면 시골, 자연에 대한 사람들의 사랑 같은 건 다 허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ㅋㅋ)



 - 느긋하게 분위기를 잡아가며 계속해서 툭툭 건드리는 불길함과 불쾌함으로 승부하는  '하이 컨셉 호러'가 무척이나 되고 싶었던 이야기... 라고 설명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네요. ㅋㅋ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냥 하이 컨셉 호러에 속하는 영화가 맞습니다. 다만 완성도가 그렇게 깔끔하지는 못해요. 여기저기 던져지는 암시들은 너무 뻔하거나 흐릿하게 흘러가 버리구요. 상황과 상황의 연결이 부자연스럽게, 좀 급전개로 흘러가 버리는 것도 있고. 결정적으로 응집성이 약합니다. 느릿느릿 가면서 살살 건드리더라도 마지막엔 그게 하나로 묶여서 한 번 폭발을 해줘야 하는데, 툭 건드리고 스쳐 지나가 버리고는 영영 돌아오지 않는(?) 것들이 많아서 클라이막스도 흐릿... 전반적으로 영화가 그냥 흐릿흐릿해요.


 근데 생각해보면 영화의 입장(?)은 좀 억울한 것이. 이게 이쪽 유행을 촉발시켰던 '미드소마'보다 2년 먼저 나온 영화에요. 그러니 아마도 그 당시에 이걸 봤다면 신선한 느낌에 훨씬 후하게 봤을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7년이나 세월이 흘러 이젠 이런 스타일도 좀 질린다... 는 얘기가 나오는 시점에 보게 되었고. 또 그동안 이런 스타일로 더 잘 만든 영화들이 많이 나와 버렸다는 게 문제입니다. ㅋㅋ 주목 받지 못한 선구자의 비애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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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장르라면 이렇게 폼 나는 나무 한 그루 정도는 또 나와 주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



 - 그래도 장점을 따져 보자면 뭐. 전반부는 썩 괜찮습니다. 이게 어떤 이야기로 흘러갈지 짐작이 안 가는 안개 속 상황 속에선 분위기도 꽤 그럴싸하게 잘 잡아내고 나중에 대충 흘러가 버릴 거라는 걸 모르는 상태에서 접하는 각종 떡밥들도 매력적이구요. 대충 그림이 잡힌 후, 영화의 에너지가 한 점에 모여야 할 후반부와 막판이 망해서 그렇지 전반부는 재밌게 봤구요.


 이런 류의 영화답게 그림도 불길, 불쾌하면서도 아름답게 잘 잡아내고 두 여성 주역 배우들의 연기도 좋습니다. 특히 악역으로 나온 배우님이 비주얼도 그렇고 연기도 그렇고 참 잘 해줘서 더 집중해서 볼 수 있었는데요. 뒷배경에 '흐지부지'라는 월페이퍼를 깔고 흘러가는 기분까지 들게 하는 막판의 어중간한 전개와 마무리를 구원해 줄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는 거...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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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가 인상적이셔서 찾아봤는데 출연작 중 본 건 하나도 없고 쌩뚱맞게 홀로 벨기에분이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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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분은 뭐 딱히 인상적인 건 없고 그냥 낯익어서(ㅋㅋㅋ) 찾아봤더니 '크로니클' 나오셨던 분입니다. 그 영화 재밌었죠...)



 - 그래서 뭐. 전반적으로 비추천입니다. 이런 장르 영화들을 하나도 안 본 분들이라면 모를까. 하다 못해 '미드소마' 하나라도 보셨다면 이 영화의 아쉬운 부분들이 너무 많이 눈에 밟힐 거에요. ㅋㅋ 

 다 보고 나서 검색해 보니 감독님이 단편만 다섯 편 찍고선 이게 입봉작이었는데. 불행히도 후속 작품이 하나도 없고 딱히 준비 중인 것도 없는 상태인 걸로 나오네요. 좀 아깝습니다. 영화에서 아쉬운 부분들이 거의 각본 쪽의 문제라서 남이 쓴 괜찮은 각본 들고 연출에만 전념하시면 썩 괜찮은 작품 하나 뽑아내실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뭐 어쨌든 이 영화는 추천 받기에는 7년 정도 늦은 작품이라는 게 제 결론입니다. 하하; 끝이에요.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주인공과 언니의 약혼자 랄프, 동네 경찰 헨리가 주인공이 보는 꿈, 혹은 환상... 을 따라 도착한 곳은 어느 산골의 캠핑촌인데요. 이상할 정도로 자꾸 쌍둥이들이 눈에 띄고, 모두가 주인공 일행의 시선을 피해 싸늘한 눈빛을 보내는 매우 수상한 곳이죠. 여기에서 자기들도 캠핑 온 외부인이라고 소개하는 네리다와 키스 부부를 만나 간만에 마음을 놓고 이야기 꽃을 피우는 일행입니다만. 잠시 후 주인공이 잠들었다 깨어나 보니 자신은 영 쌩뚱맞은 깊은 숲속 대저택 침대에 누워 있고 남자 둘은 간 데 없습니다. 그리고 그 집의 주인은 네리다와 키스였어요. 애초에 노리고 접근했던 거죠.


 그리고 이들은 주인공 모드에게 계속 이상한 테스트를 합니다. 피도 뽑아가고 몸 상태도 보고... 그러다가 갑자기 무슨 심리 테스트스런 이상한 질문들을 해대는데. 꾹 참고 열심히 답하다가 결국 열받아서 '훡유!!! 이딴 거 그만해!!!' 라고 반응을 하니 이들은 무심한 듯 시크하게 준비해 놓은 영상 하나를 틀어줘요. 거기엔 모드의 언니가 같은 사람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받고 있고, 놀랍게도 그 대답들이 모두 모드가 한 것과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그리고 그제서야 설명을 해주는 네리다에요. 우리는 쌍둥이간의 특별한 유대와 능력에 대해 연구 중이며 너와 니 언니는 그동안 우리가 구했던 실험체들 중에 최고로 훌륭한 성과를 내는 중이다. 니들을 절대로 해치지 않을 테니 우리들 연구에 순순히 협조해라.


 그래서 한동안 순순히 협조를 하죠. 어차피 도망갈 수 있는 것도 아니구요. 그러면서 요 저택 사람들에 대해 조금씩 알아갑니다. 일단 자기 말고도 수많은 실험체들이 있었고 그 중 다수가 이 저택 사람이 되어 살아가고 있어요. 어린 남자애도 있고 10대 여자애도 있고... 심지어 네리다도 처음엔 실험체로 시작해서 지금 중간 관리직이 되어 있는 것이고 이들의 위엔 훨씬 거대하고 힘이 센 조직 같은 게 있는 모양입니다. 갸들이 왜 쌍둥이 실험 같은 데 집착하는진 모르겠지만 이건 끝까지 안 알려주니 대충 넘어가구요(...) 그 과정에서 반전 비슷하게 언니 약혼자 랄프 역시 이 저택 사람이며 실험체였다는 걸 알게 돼요. 경찰 헨리는 모드가 끌려오던 날 이미 죽었습니다. 죽여 놓고 굳이 그 시체를 저택 앞 큰 나무에 기괴한 포즈로 묶어 놔서 탈출 시도를 하던 모드가 그걸 발견하고 쫄아서 다 포기하게 만들죠.


 뭐 암튼... 이야기가 뒤로 갈수록 헐랭해져서 요약도 어려운데요. ㅋㅋㅋ


 막판에 모드는 자기 언니가 이미 죽었다는 걸 깨달아요. 실험 돌아가는 꼴이나 자길 대하는 이 곳 사람들 태도 같은 부분으로 눈치를 챈 거죠. 네리다가 점점 그래도 조금씩 배려를 해주며 정을 주는 느낌이 들어서 따져 물었더니 반박도 안 하고 인정합니다. 계속해서 언니 몸에 상처를 내거나 하고서 모드의 몸 상태를 체크하는 식으로 실험을 하고 있었는데. 이 실험 결과가 너무 좋아서 '그럼 최종 단계로 가즈아!!!'하고 언니를 죽여 버린 거에요. 모드도 죽으라는 건가? 했는데 설명은 않지만 정황을 보면 둘 중 하나가 죽으면 죽은 쪽의 무언가가 살아 남은 쪽으로 옮겨가서 한 몸이 될 거라는 가설을 세웠던 듯 하구요. 영화 도입부에 독일 살던 모드가 갑자기 픽 쓰러졌던 그 순간 언니는 이미 죽었던 거죠. 이후에 이 집에서 모드 몸에 일어난 괴현상들(갑자기 손목에 자해 흔적이 생긴다거나)은 다 죽은 언니에게 생겼던 일들이 시차를 두고 모드에게 일어났던 건가 봅니다. 물론 자세한 설명은 안 해주니 걍 제 짐작이구요(...)


 이런 얘길 해주는 네리다의 의도는 '그러니까 너도 포기하고 그냥 시키는대로 하면서 우리랑 잘 살자'였지만 이 사실을 다 듣고 난 모드는 복수를 계획합니다. 일단 주방에서 빵 자르는 칼 하나를 훔쳐다가 숫돌에 갈아서 날카롭게 만들구요. 자기처럼 납치 당해 온 10대 여자애랑 유대를 쌓은 후 '너랑 나랑 둘이서 이놈들 혼내주자'고 계획을 세워요. 거사일은 뭔가 큰 이벤트가 벌어진다는 날인데...


 그 날 대저택 마당에는 아주 고풍스럽고 되게 비싸 보이는 차들이 우루루 몰려옵니다. 그러니까 이 실험의 배후이자 네리다의 상전님들은 돈이 썩어 넘치는 부자들이었던 것이고. 아마도 단순 악취미를 넘어서 어떤 동기가 있을 텐데 역시 안 알려줍니다. ㅋㅋ '마터스' 흉내겠죠 뭐 아마도 나치 쪽이거나 그쪽 사상을 신봉하는 사람들이었을 것 같아요. 쌍둥이를 갖고 유전의 영향 어쩌고 하는 실험을 했던 사람들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 나치 쪽이었고 그랬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암튼 이 갑부들은 저택에 와서 네리다의 브리핑을 듣고 cctv를 통해 모드를 구경합니다. 모드는 그런 줄도 모르고 숨겨둔 칼을 갖고 탈출하구요.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일이 있고 랄프가 죽지만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 생략하구요. 그 와중에 모드가 섭외한 10대 소녀는 주방의 식칼로 네리다를 공격해서 쓰러뜨리네요. 그래서 피 흘리며 죽어가는 네리다의 목소리로 이 실험의 의의가 설명되는 가운데 모드는 와다다다 저택 밖으로 나가 죽어라고 달리다가... 갈림길에 멈춰섭니다. 근데 이게 언니도 똑같이 겪었던 상황이거든요. 왼쪽으로 가야 하나 오른쪽으로 가야 하나. 망설이는 동안에 네리다의 나레이션으로 '쌍둥이 실험의 결과는 사람이 타고난 운명을 극복할 수는 없다는 것...' 비슷한 이야기가 들리고. 모드가 언니와 같은 결정을 할 것인지 다른 결정을 할 것인지 조금 궁금해지는 순간 영화는 뚝. 하고 끝이 납니다. 아니 이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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