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작이군요. 런닝타임은 2시간 10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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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놓고 구라 포스터... 되겠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이미 지구는 끝장인데 무슨 얘길 하겠어요. ㅋㅋ)



 - 패트릭 윌슨과 할리 베리가 다른 누구 한 명(...)과 함께 우주에서 뭘 하고 있었는데요. 갑자기 뭔 벌떼 같은(?)게 나타나 어찌저찌 하더니 다른 누구 한 명은 빠르게 사망하고 할리 베리는 부상으로 의식을 잃습니다. 그러고서 누더기가 된 우주선을 홀로 수동으로 조종해서 지구 귀환에 성공해 영웅이 된 윌슨... 그러니까 브라이언 하퍼씨입니다만. 사고 원인에 대한 브라이언의 증언은 나사에 의해 묵살되고, 파울러(할리 베리)는 의식을 잃고 있었으니 보탬이 안 되고. 결국 하퍼가 영웅에서 헛소리만 늘어 놓는 사건의 원흉으로 추락해서 백수가 되는 우울한 전개 후 세월이 10년 쯤 흘렀습니다.


 당연히 달이 추락을 하겠죠. 그것이 'Moon Fall' 이니까요. 근데 그 징조를 최초로 눈치 챈 것은 나사가 아닌 우주 덕후 겸 '달은 인공 구조물이다!' 음모론 신봉자 하우스만이라는 녀석이었고. 이 양반이 자기 얘기 좀 나사에 전달해 줄 사람을 찾다가 하퍼에게 접근하면서 둘이 얽히구요. 그동안 나사 부국장까지 승진했던 파울러가 이 말도 안 되는 사태의 책임자 노릇을 하게 되면서 주인공 셋이 조합됩니다. 그리고 그 이후야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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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펜던스 데이에선 대통령이 전투기를 타고 이 영화에선 나사 국장이 우주선을 탑니다. 지구를 구하는 건 당연히 같구요.)



 - 지구 부수기 장인 롤랜드 에머리히가 일생 동안 하던 일을 한 번 더 했습니다. 라는 한 문장으로 이야기를 끝내도 괜찮은 영화입니다.

 과학 지식이나 개연성 따위 개나 줘 버린 막장 아이디어(하지만 재밌어 보임!) 하나를 중심에 세우고 그걸 핑계로 지구 전역을 때려 부수는 스펙터클을 만들고요. 캐릭터들은 헐리웃 재난 블럭버스터 영화들의 클리셰 캐릭터들 이것저것 가져다가 세워 놓고 각각에게 또 생기 없는 클리셰 가족 드라마 하나씩 부여해 주고요. 저 높은 곳에서 지구의 운명을 건 환타스틱한 활극이 벌어지는 가운데 지상에서는 주인공 관련자들이 차를 몰고 대재앙과 레이스를 벌입니다. 클라이막스엔 당연히 정말 말도 안 되는 액션들과 전혀 설득력이 없는 드라마들이 궁서체로 진지하게 펼쳐지고, 결국 우리의 주인공들은 재앙을 막아내고 가족 드라마를 몽땅 아주 깔끔하게 해결하면서 미소 짓겠죠. 뭐 대충 그런 식. 전형적인 에머리히 스토리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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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머리히는 지금까지 백악관을 몇 번 부쉈을까요? 재난 영화를 안 만들 때도 '화이트 하우스 다운' 같은 걸 내놓고 그랬으니... ㅋㅋ)



 - 초기 출세작들부터 워낙 개연성 따위 신경 안 써도 중심 아이디어와 거대한 볼거리들로 돈을 박박 긁어 모으던 양반이라서 그런지... 늘 비평가들에게 두들겨 맞으면서도 흥행은 대박을 내던 역사가 있어서 그런지. 제가 전에 봤던 이 양반의 다른 영화들과 비교해서도 각본이 훨씬 더 격하게 무성의해졌습니다. 


 그런 무성의함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달이 궤도를 이탈해 지구를 향해 하강한다!! 라는 지구적 사건인데 대처를 주인공 셋이서 다 해요. 물론 미국 정부에서 지원을 해주긴 하는데, 영화 내내 정보를 분석하고 의사 결정을 하는 건 정말로 주인공 셋. 나사 부국장과 누명 쓰고 은퇴 당한 전직 우주 비행사, 그리고 달 음모론을 신봉하는 핫도그집 알바생입니다. 예전 같았으면 그래도 전문가들 모여서 난상 토론 벌이고 좌절하고 이런 장면을 짧게라도 넣어줬을 텐데 이 영화엔 그런 거 없습니다. 특히나 외국 사정은 뉴스 장면으로 몇 초 지나갈 뿐. 이렇다 보니 이야기가 스케일에 비해 되게 작게 느껴집니다.


 액션 장면들도, 가족 드라마도 다 마찬가집니다. 아마도 이 영화는 헐리웃 역사상 가장 웃기는 중력 묘사 장면을 보유한 영화로 기록에 남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영화의 핵심입니다!) 더불어 이런 영화 마무리의 필수 요소인 '가족의 봉합'을 이토록 무성의하고 잔인하게(?) 보여준 영화도 딱히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분명히 마지막에 감동적 드라마를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는 캐릭터들인데, 이들이 내뱉는 대사들은 시작부터 끝까지 이야기 전개를 위한 필수 정보 던지기 수준에 그치고 그냥 다짜고짜 달은 떨어지고 각자 열심히 액션만 해요. 그러니 '드라마' 같은 게 살아날 리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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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은 배우들이 여기저기 나오지만 당연하게도 싹 다 낭비됩니다. 저 아들래미 역 배우님 다른 영화에서 꽤 인상적이었는데 여기선 뭐 걍...)



 - 그래서 진지한 폼으로 완성도 얘길 하려 든다면 거의 폐급에 가까운. 초저예산 B급 SF 영화도 각본을 이따위론 안 쓰겠다... 싶은 물건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점을. 그러니까 농담기 빼고 진지하게 장점을 찾아보자면 한 가지가 있습니다. 당연히 스펙터클이죠. ㅋㅋ '도대체 말도 안 되잖아!'라는 신호를 끊임 없이 보내는 뇌의 기능을 잠시 정지 시키고 순수하게 스펙터클만 즐긴다면 후반부에 펼쳐지는 달 강하로 인한 재난, 그리고 그 속에서 펼쳐지는 액션들은 상당한 볼거리가 되어줍니다. 


 요즘들어 헐리웃 블럭버스터 영화들의 cg가 많이 부실해졌다는 얘기를 자주 듣게 되는데 이 영화는 예외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일단 하늘을 가득 메운 거대한 사이즈의 달이 보이는 가운데 지상의 온갖 것들이 하늘로 치솟는 배경 그림 자체가 워낙 압도적이기 때문에 거기에서 벌어지는 액션들도 덩달아 더 근사해 보이는 효과가 있구요. 이걸 뒷받침해주는 cg의 퀄리티도 준수합니다. 매의 눈으로 째려 보고 있자면 실제 물건이 아닌 '그린' 물건들 티가 나긴 하지만, 뭐 아무리 에머리히 영화라고 해도 일부러 헐뜯고 비웃기 위해서 보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집중해서 흠 잡을 것까진 없잖아요. ㅋㅋㅋ 어쨌든 근래 본 헐리웃 블럭버스터들 중에 볼거리로는 매우 상급이었다는 건 분명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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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꼭대기로 날아오는 배를 달려서 피한다! 라는 신묘한 액션이지만 뭐 스케일은 크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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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정신인 사람이라면 만들 일이 거의 없을 이런 해괴한 장면들을 쓸 데 없이 고퀄 cg로 구경할 수 있다... 라는 에머리히 영화 전통의 미덕을 충실히 계승합니다.)



 - 아. 그러고보니 맘에 들었던 게 한 가지는 더 있었군요.

 위에서 적은 주인공 3인방들 중 진짜 주인공의 스토리는 놀랍게도 썩 괜찮았습니다. 그게 누구냐면 우주 & 음모론 덕후 하우스만입니다. 영화의 진짜 스타인 패트릭 윌슨도, 할리 베리도 모두 납작하게 평면적인 클리셰 캐릭터들을 맡아 클리셰 스토리를 따라 클리셰 연기만 하는지라 아무런 생기도, 진심도 느낄 수 없는 무매력 종이 인형에 마무는 가운데 의외로 이 덕후 양반 스토리가 흐뭇하고 짠하고 그래요.

 그러니까 인류에게 닥친 이 무시무시한 이 위기가 하우스만에겐 일생의 소망이 이루어지는 순간이거든요. ㅋㅋㅋ 멀쩡한 주인공 둘이 계속 정색을 하고 상황에 맞는 클리셰 연기를 하는 가운데 홀로 기뻐하고 감격하고 행복해하는 이 캐릭터를 보고 있노라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또 의외로 이 캐릭터가 본인 밥값 이상을 계속해서 해주거든요. 그런 좋은 대접(?)을 받을만한 캐릭터로 묘사가 되니 지구야 망하든 말든 이 양반이 행복해하는 건 참 보기 좋은 풍경이었다는 거. 뭐 그랬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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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판 스타들은 잊으세요. 이 영화의 원탑 주인공은 바로 이 분이십니다.)



 -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롤랜드 에머리히 영화잖아!'라는 걸 잊지 않으려 노력하며 최대한 관대한 마음으로 보려고 해도, 정말로 크리티컬하게 문제가 되는 부분 하나는 극복이 안 되더라구요. 그러니까 영화가 중후반쯤 되면 주인공들이 달로 가서 임무를 수행하다가 쿠쿵! 하고 사건의 진상(왜 갑자기 달이 낙하를 시작했는가?)을 알게 되는데요. 이 때부터 이야기 진행 템포가 화아악 느려지면서 지루해져요. 게다가 이 순간부터 영화의 장르가 살짝 바뀌는데, 여기서부터 새롭게 펼쳐지는 이야기나 액션들은 재미 면에서나 구경거리 면에서나 대체로 다 구렸습니다. 어차피 '음모론은 전부 다 사실이었다!!!' 라는 걸 컨셉으로 잡는 이야기이니 그런 쪽으로 가도 안 될 것은 없는데, 가려면 재밌게 꾸며줬어야죠. 이건 영 아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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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래도 이게 등장하는 장면에선 '매버릭'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더군요. 개봉은 같은 해에 했지만 매버릭은 한참 전에 만든 영화니까... 참고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을 듯?)



 - 뭐 더 길게 적어서 무엇하겠습니까.

 평소의 에머리히표 지구 파괴극입니다. 진지하게 봐 줄 구석이라곤 정말 0.00001도 없는 허랑방탕한 이야기이구요. 특히나 SF를 좋아해서 과학 지식 같은 걸 쌓아두고 그런 부분을 신경 쓰며 영화를 보는 분들이라면 진심으로 화가 날 수도 있을 멍청한 이야기입니다만.

 그래도 오래 묵은 음모론들을 종합해서 이야기를 짜내고, 거기에 음모론 덕후를 집어 넣어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부분은 의외로 재밌었던 부분이었습니다. 잠시 뇌를 내려 놓는다면 즐겁게 구경할 수 있을만한 고퀄 스펙터클 장면들도 많았구요. 전 예전의 영화들보다도 훨씬 더 격하게 말도 안 되게 달려 버리는 패기에 당황에서 그만 얼떨결에 재밌게 봐 버렸네요. ㅋㅋㅋㅋ 뭐 그랬습니다.




 + 제작비 구하기가 힘들었을까요? PPL이 정말 부적절한 수준으로 다량으로, 그것도 노골적으로 튀어 나옵니다. 나사 우주선 OS까지 진출한 카스퍼스키의 위엄이라든가. 평범한 세단을 액션 히어로용 차량으로 변신 시켜주는 혼다 렉서스의 스포츠 모드라든가. 회사는 물론 회사 대표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여러 번 언급되며 찬양을 한 몸에 받는 스페이스X라든가... 암튼 이런 게 너무 많고 또 노골적이어서 영화가 저렴해 보이는 느낌이었습니다. 적당히 좀 하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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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트 모드 온!!! 달의 중력을 극복하고 힘차게 달려라 렉서스!!!!!)



 ++ 이건 PPL이라기 보단 영화의 자본 문제겠지요. 중국과 합작으로 만든 영화라고 하고 그래서 중국인 캐릭터 하나가 하찮지만 적당히 존재감 있게 등장하구요. 막판에도 지구의 다른 나라들이 모두 불가능한 일을 중국이 중국산 제품으로 지원해주는 전개가 나오고 그래요. 위에서 언급한 PPL처럼 막 거슬리진 않았는데, 그래도 조금 신경 쓰이긴 하더군요.



 +++ 포스터에도 떡하니 이름이 박혀 있으니 스포일러는 아니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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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 출연으로 짧게 나오십니다. 다시 한 번 명복을 빌어요.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워낙 엉망진창이라 뭘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감이 잘 안 옵니다만...;


 일단 하퍼 캐릭터는 수년 전의 그 비극 때문에 나사에서 잘리고, 이후로 좌절에 빠져 가족을 다 망쳤어요. 그래서 이혼 당했고 원래 아빠를 영웅으로 생각했던 맏아들은 양아치가 되어 차에 약을 싣고 음주 폭주를 벌이다 체포 되어 재판 중입니다. 전처는 돈 많은 자동차 세일즈맨이랑 결혼해서 잘 살고 있구요. 파울러는 군의 매우 고위 장성과 결혼했지만 이혼했고 어린 아들래미 하나를 두고 있네요. 마지막으로 하우스만은 뭐... 그냥 치매 어머니를 돌보면서 알바로 생활비를 벌고,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살며 음모론 덕후질로 삶의 재미를 찾는 우울한 인생입니다.


 암튼 달은 낙하를 시작하고, 하우스만은 하퍼를 찾아가 자기가 발견한 걸 알려주지만 시원하게 씹힌 후에 그걸 트위터에 올려 세상을 발칵 뒤집어 엎습니다. (최고에요 일론!!) 이때 나사는 곧바로 달 왕복선을 보내 원인을 파악해보려 하는데, 수년 전에 하퍼 인생을 꼬이게 만든 그 벌떼 같은 것이 다시 나타나 우주선을 박살내 버리네요. 근데 또 사실 나사는 달에 문명의 흔적 같은 게 있다는 걸 암스트롱 때부터 알고 있었대요. 쉬쉬하며 묻고서 아무 일 없길 바라고 있었는데 '아무 일'이 생겨 버린 거죠. 그래서 상황을 시원하게 포기해 버리는 나사. 응 지구는 끝났어. 가능한 놈들은 어디 벙커에라도 들어가 보자... 이러면서 국장이 사직서도 상부 보고도 없이 현장에서 곧바로 런. 그래서 부국장이었던 파울러가 졸지에 신임 국장, 혹은 국장 대행이 됩니다.


 이 즈음에 뒤늦게 하우스만이 옳았다는 걸 알게 된 하퍼는 그를 찾아가 대화를 나누는데, 그때 초고속으로 달의 중력 파워! 가 전개되어 해일이 마을을 덮쳐요. 어찌저찌 대충 살아난 둘은 각자 살아온 얘길 나누며 호감도를 적립하는데, 이때 졸지에 신임 국장이 되어 버린 파울러가 이들을 소환합니다. 정확히는 당연히 하퍼만 데려갈 생각이었지만 하퍼가 '난 얘랑 함께가 아니면 절대 안 가'라고 외치는 바람에... ㅋㅋ


 암튼 파울러의 브리핑은 이렇습니다.


 1. 달은 거대한 우주선이며 누군가가 궤도를 조종할 수 있다.

 2. 정황상 수년 전에 우릴 엿먹였던 그 괴생명체(?)가 달의 궤도를 조종해 지구로 처박으려 하는 듯 하다.

 3. 달의 그 괴생명체(?)는 문명의 흔적, 그러니까 송수신 기능을 갖춘 첨단 전자 기기에 반응한다. 

 4. 그러니 그런 첨단 기기가 없는 구닥다리 우주 왕복선을 타고 달로 날아가서 군에서 협찬 받은 EMP 폭탄을 날리고 돌아오면 고민 해결?


 구닥다리 우주 왕복선은 파울러 아들이 무심코 던진 드립에서 영감을 받아 박물관에서 주워 와 대략 고쳐 놨구요. 파울러의 전남편이 팍팍 힘을 써서 EMP 폭탄도 구해 놨구요. 이제 남은 건 그런 구닥다리 우주선을 수동으로 조종해서 지구로 귀환할 수 있는 능력자... 인 건데 그게 영화 도입부에서 하퍼가 해냈던 일이죠. 그래서 부른 것이고, 하퍼는 자기 아들을 감옥에서 빼내주는 조건으로 수락합니다. 


 준비는 후닥닥 끝나서 바로 출발하려는데, 발사 직전에야 부스터 하나가 고장난 걸 알게 되어 작전 자체가 나가리가 납니다. 에이 그냥 우린 다 망했네. 하고 신속하게 임무 종료, 전원 즉각 대피 방송을 보내는 파울러. 근데 나사 직원들 다 퇴근하는 동안에 우리의 오타쿠님께서 '아니 달의 진행 속도가 왜 이리 빨라?'라며 계산기를 마구 두드려 보더니 달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무거운 물체이고, 그래서 중력도 그만큼 강하니 달이 접근했을 때 대략 요만큼(?)만 떠오르면 달의 중력에 끌려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거래요. 그래? 그럼 하자. 라고 의기투합하는 주인공들. 일이 이 꼴이 될 줄 모르고 기지로 불러놨던 하퍼와 파울러의 자식들 + 중국인 젊은이 하나를 험비에 태워서 파울러 전남편이 무려 대통령과 함께 있는 거대 지하 벙커로 출발 시킨 후 바로 미션을 진행합니다. 로켓 발스아!!!! 간발의 차이로 중력 해일(?)의 파도를 헤치며 우주로 날아 오르는 우리의 3인!!!!!


 뭐 그렇게 달에 도착은 했는데. 그리고 벌떼 같은 괴생명체도 유인을 해냈는데 이 망할 놈들이 emp 폭탄이 실린 포트에 접근을 안 합니다. 그러더니 쌩뚱맞게, 근방에서 시동 끄고 지켜보고 있던 주인공들 쪽으로 와서 우주선을 아작내려고 해요. 그러다 하퍼가 우리의 하우스만님께서 사진 찍는다고 폰을 들고 있는 걸 발견하고 두들겨서 부숴 버리니 상황 종료. 그 조그만 핸드폰까지 감지하고 온 건데... 그럼 왜 폭탄 포트엔 무관심하지? 라며 셋이 브레인 스토밍을 하다가 결론을 냅니다. 저것들은 전자 기기에만 반응하는 게 아니라 전자 기기 + 생명체에 반응하는 거다. 왠지 모르겠지만 전자 기기를 쓰는 생명체를 제거하는 게 목적인 듯 하니 폭탄 터뜨리려면 우리가 폭탄과 함께 있어야함. 엉엉.


 하지만 이제 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요. 2시간 안에 파울러의 전남편, 미국의 군인들이 달 본체에 갖고 있는 핵무기를 몽땅 쏴버리겠다는 말도 안 되는 계획을 진행 중이거든요.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emp 폭탄을 실은 우주선을 조종해서 달의 내부로 향하는 주인공들입니다. 그리고 한참을, 수십 킬로를 수직으로 강하한 후에 이들 눈에 들어온 것은... 실로 말도 안 되는 사이즈의 거대한 우주선 내부겠죠 당연히. 작업용 장비, 전투용 우주선에 심지어 논밭까지 갖춰져 있고 중심부엔 백색왜성을 가둬서 동력원으로 쓰고 있네요. 이렇게 우주선 투어를 대충 하다 보니 역시나 그 벌떼 같은 게 달려들고, 그래 그냥 우리 죽고 너도 죽자. 라며 emp를 터뜨리려는 순간! 갑자기 내부의 벽이 열리며 주인공들이 탄 우주선만 빨아들이고 벌떼를 차단합니다. 주인공들은 사이 좋게 기절. 


 잠시 후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하퍼는 이 우주 시설을 관리하고 있는 인공 지능과 대화를 나누며 대략 아래와 같은 설명을 듣습니다.


 그러니까 달은 거대한 인공 구조물입니다. 겉보기엔 멀쩡해 보여도 깊은 내부로 들어가면 거의 환타지급의 오버 테크놀로지로 가득한 우주선이죠. 이것들을 만든 사람들은 다른 은하 녀석들인데.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유토피아를 건설했지만 인공 지능 하나 잘못 설계해서 그들의 반란에 탈탈 털려 버렸고. 멀리 멀리 도망가 보려고 요 달처럼 생긴 우주선을 아홉 대나 만들려고 했는데 흑화 인공 지능들에게 걸려서 다 박살나 버리고 요거 한 대만 간신히 도망쳤대요. 그래서 우주를 정처 없이 헤매다가 태양계를 발견하고, 아 여기 생명체 만들기 딱 좋은데? 하고 지구를 창조한 거죠. 참고로 요 달 우주선(...)은 용도가 인력 수송이 아니어서 외계인은 하나도 없었고. 대신에 이게 '방주' 같은 용도였기 때문에 그 지구에 외계인의 DNA, 그리고 외계 별에서 가져온 오만가지 DNA를 뿌려서 자기들이 살던 별과 똑같은 환경으로 지구를 창조한 거라네요. 그렇게 '후손'으로서 지구인을 만들고선 걍 궤도에 둥둥 떠서 구경하고 있었는데. 그 먼 은하에서부터 흑화 인공지능들이 추격해 왔고. 요 달 우주선은 물론이고 이들의 창조물인 인간까지 한 큐에 날려 버리기 위해 달의 궤도를 수정해서 지구에 충돌시키려는 중이다... 이런 이야깁니다.


 그래서 흑화 인공지능들을 털어주길 바라는 달 인공지능은 박살난 주인공들 우주선을 싹 다 고쳐주고 심지어 업그레이드까지 해주고선 행운을 빌어줍니다. 주인공들은 그걸 타고 달 우주선 내부에서 화려한 추격전을 벌이다 잠시 흑화 인공지능을 따돌렸구요. 이제 누군가 한 명은 EMP 폭탄과 함께 남아서 자신을 희생하고 흑화 인공지능을 없애야 하는 상황. 하퍼가 당연히 자기가 하겠다며 블라블라 폼을 잡는 동안에 우리의 오타쿠 하우스만님께서 슬쩍 EMP 폭탄이 담긴 포트로 가서 문을 잠가 버려요. 달이 인공 구조물이란 게 밝혀지고, 이 곳에서 외계인 인공 지능을 만나고, 또 나의 희생으로 지구를 지킬 수 있다니 이건 나에겐 완전한 축복이고 포기할 수 없는 기회다. 니들은 지구로 가서 이 모든 사실을, 결국 내가 모두 옳았다는 걸 알려달라! 네... 그래서 대략 그렇게 됩니다.


 참고로 주인공들이 이러는 동안에 지상에서는 하퍼와 파울러 가족의 액션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하퍼의 아들이 파울러의 아들과 중국인 젊은이를 데리고선 험비를 운전해 쓰나미로부터 도망치고, 달의 중력이 만들어내는 아수라장을 뚫고 나가고... 하다가 길 막고 도와달라는 척 하던 강도들에게 차를 빼앗겨요. 근데 마침 운 좋게도 바로 그 근처에 하퍼의 전처 가족이 있었기에 거길 찾아가서 합류하는데. 마침 또 달이 가까운 데를 스치고 지나가며 산소를 다 날려 버린다네요. 그래서 하퍼 아들과 새 아빠가 산소통을 찾아 헤매다가 문득 "난 너를 내 진짜 아들로 생각한다. 너도 날 아빠로 생각해주지 않겠니?"라고 묻자 하퍼 아들은 "네." 라고 대답합니다. 심플하고 좋죠.


 암튼 산소통을 들고 나가던 가족들은 아까 그 강도를 다시 만나서 산소통을 빼앗길 위기에 처하는데요. 하퍼 아들에겐 하퍼가 아까 '혹시 모르니까'하고 맥락 없이 건네 준 권총이 있었습니다. ㅋㅋㅋ 그래서 상황을 역전시키고 산소통을 싣고 우리의 무적 렉서스에 몸을 싣고 달리는 가족들을... 조금 전의 강도들이 험비를 타고 쫓아와요. 달의 중력 때문에 길가의 차들이 날아가고 땅이 갈라지고 집들이 실시간으로 분해되는 가운데 스포트 모드를 켠 무적의 렉서스가 모든 장애물을 극복하고 적들을 싹 다 궤멸 시켜서 승리!!!! 합니다만. 이제 길이 다 끊겨서 파울러 남편 빽을 써서 들어갈 수 있었던 벙커에 도착하긴 글렀구요. 그래서 급한대로 근방의 깊은 터널 속으로 들어가 어떻게든 버텨보자... 며 산소 마스크를 쓰고 타박타박 걸어가는 주인공들인데요. 그 과정에서 방금 전에 화해한 하퍼 아들의 새 아빠가 집안 막내의 산소 마스크가 고장난 걸 보고는 자기 것을 양보하고 조용히 쓰러져 죽어 버립니다. 아니 한 번씩 나눠 쓰며 숨 쉬면 되잖아


 그리고 이때! 미합중국 대통령이 버티고 있던 거대 벙커의 사람들은 떨어지는 달을 향해 핵공격을 결의하고 있었죠. 영화에서 늘 보던대로 두 명의 군인이 각자의 열쇠를 꺼내 꽂고는, 대통령의 지시에 맞춰 돌려!!! 야 하는데 파울러 남편이 안 돌립니다. 너 뭐 해? 얼른 돌려!! 라고 외치는 주변 사람들. 하지만 파울러 남편은 열쇠를 빼는 걸로도 모자라서 권총을 빼들고 벙커 안의 사람들을 위협하며 외쳐댑니다. 난 나의 촉을 믿겠다! 내 와이프는 나를 한 번도 실망 시킨 적이 없다!! 지금도 와이프가 해 낼 거란 확신이 드니까 이 열쇠는 아무도 못 가져가으아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게 진짜... 이대로면 아무리 해피 엔딩이 되어도 이 인간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명령 불복종 정도를 넘어 대통령을 총으로 위협하고 인류의 운명을 본인 촉에 맡기겠다고 당당하게... ㅠㅜ 물론 핵을 쏴도 달은 좀 부숴질지라도 낙진으로 지구는 멸망이니 애초에 미합중국 우두머리들이 잘못한 거긴 합니다만. 뭐 암튼.


 이젠 뭐 남은 게 없죠. 하퍼와 파울러는 무사히 일을 마치고 지구로 귀환. 터널 속 가족들 또한 무사 생존. 군에서 보낸 헬기를 타고 하퍼 & 파울러는 자식들 & 가족들과 만나구요. 이때 참으로 파렴치한 장면이, 하퍼가 전처에게 '니 남편은?'하고 물어봅니다. 고개를 가로 젓고 슬퍼하는데... 그러니까 하퍼가 돌아갈 곳을 만들어주기 위해 착하고 희생적인 우리의 현남편님을 죽여 버린 거죠. ㅋㅋㅋ 왠지 참 대충 넘어간다 했습니다...


 이걸로 끝! 이면 섭섭하겠죠.

 장면이 바뀌면 달 우주선 내부입니다. 아까 영웅적으로 지구를 구하고 사망하신 하우스만 박사님이 촤라락 허공에 나타나요. 이 분이 죽기 전에 달 우주선의 착한 인공 지능이 이 분의 의식을 카피해 놨다가 그걸 재생한 거라고 합니다. 몸이 살아난 건 아닌 거죠. 그래서 우리 하우스만님께선 외계인의 거대 우주선을 운영하는 인공 지능으로 다시 태어나 진정진정 행복한 영생을 즐기게 되었다... 는 해피엔딩입니다. ㅋㅋㅋ 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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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371 내 안에 어른 있다 상수 2024.09.30 71
127370 다나카 유코, 다나카 요시코 [2] 김전일 2024.09.30 169
127369 프레임드 #934 [4] Lunagazer 2024.09.30 31
127368 뎀벨레 엔리케 싸움->이강인 선발? [6] daviddain 2024.09.30 66
127367 다니엘라 루아 토크쇼 catgotmy 2024.09.30 47
127366 `더 글로리` 송혜교 엄마 역 박지아, 뇌경색 투병 중 별세 [2] 왜냐하면 2024.09.30 277
127365 구숙정 토크쇼 [1] catgotmy 2024.09.30 159
127364 super- 하면 먼저 생각나는 노래는? [14] 왜냐하면 2024.09.30 213
127363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2] 조성용 2024.09.30 272
127362 Kris Kristofferson 1936 -2024 R.I.P. [5] 조성용 2024.09.30 185
127361 John Ashton 1948 - 2024 R.I.P. [2] 조성용 2024.09.30 123
127360 미 대선 잡담 092924 [2] theforce 2024.09.30 165
127359 트랜스포머 원 (스포) [2] skelington 2024.09.30 110
127358 르브론 제임스의 논란이 되는 사진은 AI 합성 daviddain 2024.09.29 195
» [넷플릭스바낭] 황당, 유치함도 이 정도면 재미가 될 수 있... '문폴' 잡담입니다 [12] 로이배티 2024.09.29 364
127356 다이앤 크루거 인터뷰 catgotmy 2024.09.29 121
127355 [넷플릭스] 원데이 앳 어 타임, 굿 키즈 온 더 블럭, 영 셸든 [6] 쏘맥 2024.09.29 161
127354 야구 커뮤에서 논란이 되는 기사 ㅡ “2030 여성의 야구장 습격, 올해 숏폼 허용이 촉매제 됐다” [16] daviddain 2024.09.29 456
127353 프레임드 #933 [4] Lunagazer 2024.09.29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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