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의 랩소디 Lust for Life (1956)

2024.09.16 23:34

DJUNA 조회 수:422


[열정의 랩소디]는 빈센트 미넬리의 반 고흐 전기 영화 [Lust for Life]의 번역제입니다. 언제부터 이 제목이 쓰였는지는 모르겠어요. 제가 명화극장에서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제목은 [불의 사나이 고호]였습니다. 검색하면 방영일도 나오네요. 1982년 2월 20일.

영화의 원작은 미국작가 어빙 스톤이 쓴 동명의 전기소설입니다. 전 최승자가 번역한 까치 출판사 책으로 읽었는데 그 때 제목은 [빈센트 반 고호: 생의 불꽃 속에서]였습니다. 요새는 같은 번역이 [빈센트 반 고흐: 열정의 삶]이라는 제목으로 새로 나와서 팔리고 있습니다. 중간에 [빈센트,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라는 제목을 거친 적이 있는 모양이고.

영화는 반 고흐가 전도사 시험에서 떨어졌을 때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연대기 순으로 이 사람이 위대한 예술가로 성장했다가 비참하고 아리송한 죽음을 맞을 때까지 일직선으로 갑니다. 워낙 유명한 사람이니 어느 정도 미술에 관심이 있는 관객들에게는 익숙한 이야기지요. '꼭 어빙 스톤의 소설을 거쳤어야 했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다른 길이 상상되지 않으니까요. 그냥 모범적인 전기 영화입니다.

영화는 여러 장점이 있습니다. 일단 커크 더글러스는 매우 반 고흐스럽죠. 당시 활동했던 스타급 할리우드 배우 중 더글러스만큼 반 고흐스러운 사람은 없었을 거 같습니다. 안소니 퀸은 폴 고갱스럽다기보다는 그냥 안소니 퀸스러운데, 그래도 머리를 붉게 염색하고 반 고흐를 연기하고 있는 더글러스 옆에 세워놓으면 매우 폴 고갱스럽고 둘 사이에는 정말 불꽃 튀는 화학반응이 존재합니다. 안소니 퀸은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탔어요.

영화는 좋은 빈센트 미넬리 영화이기도 합니다. 화려한 색깔이 풍성한 로맨틱하고 열정적인 영화지요. 막 도입한 시네마스코프 비율은 반 고흐라는 인물에 실제 이상의 거대함을 부여하고요. 영화는 화가의 이야기이니만큼 미넬리의 다른 영화만큼 동적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동적인 반 고흐 영화가 만들어지죠. 정지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예술가가 주인공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뮤지컬 거장의 감각이 남아있는 겁니다.

단지 이 영화는 최고의 반 고흐 영화는 되지 못합니다. 할리우드 전기영화의 기준으로 보더라도 탑은 안 되는 거 같아요. 1950년대 중반의 할리우드의 나이브하고 교과서적인 접근법으로는 반 고흐라는 예술가의 역동성을 잡아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거죠. 커크 더글러스는 그 조건 안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반 고흐를 더 훌륭하게 연기한 배우들은 얼마든지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확실하게 튀는 안소니 퀸을 제외한 대부분의 조연들이 정말 50년대 할리우드식 전형적인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데, 이 역시 영화의 매력에 큰 도움은 되지 않는 거 같습니다. 여전히 이 영화는 한동안 반 고흐를 다룬 가장 유명한 영화로 여겨지겠지만, 슬슬 다른 영화를 챙겨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해요. (24/09/16)

★★★

기타등등
제가 좋아하는 영국 배우 파멜라 브라운이 반 고흐의 여친으로 잠시 나오고 이 영화에서도 좋긴 합니다.


감독: Vincente Minnelli, 출연: Kirk Douglas, Anthony Quinn, James Donald, Pamela Brown, Everett Sloane, 다른 제목: 불의 사나이 고호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49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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