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가든 (2023)

2024.08.21 23:13

DJUNA 조회 수:1532


[늘봄가든]을 보았습니다. 올해 여름에 개봉되는 유일한 한국 호러 영화라고 홍보되는 영화입니다. 감독 구태진은 [랑종], [살인자의 기억법], [추격자], [안시성]의 프로듀서이고 이 영화가 첫 감독작이라고 합니다.

제목의 [늘봄가든]은 곤지암 정신병원, 영덕횟집과 함께 대한민국 3대 흉가라는 제천 늘봄갈비를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무지 기회주의적인 기획이죠. [곤지암]을 보고 ‘나도 남은 두 개 중 하나를 골라서 영화에 써먹어야지’라고 생각한 티가 노골적입니다. 제천 사람들이 이 영화를 아주 싫어한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영화 상영 반대 서명도 받았다고. 영화는 실제 건물과 아무 상관이 없다는 자막으로 시작됩니다.

일종의 프리퀄입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서 늘봄가든이 흉가가 되었는지 보여주는 내용이죠. 영화는 주인공 소희의 남편 창수가 이유없이 자살하면서 시작됩니다. 창수는 소희에게 산속 단독주택을 남겼고 소희는 그 집으로 이사갑니다. 며칠 전에 찍은 집 사진에 죽은 남편의 모습이 찍혔는데도요. 당연히 그곳에서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진상을 캐던 소희는 남편이 찍은 것 같은 여자아이의 사진을 발견합니다.

영화는 흔해빠진 동아시아 호러영화의 공식을 따릅니다. 그리고 늘봄가든의 설정은 이 설정에 어떤 특별한 것도 주지 못해요. 영화의 집은 그냥 어디여도 상관없는 귀신들린 집입니다.

뻔한 재료를 사용했다는 건 장점도 단점도 아닙니다. 호러영화에서 스토리란 감독이 어떻게 그 재료를 잘 다룰 수 있는 지 보여주는 도구인 경우가 많으니까요. 평범한 소재일수록 만든 사람의 개성과 능력이 더 잘 드러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만든 사람에게 아직 이 장르를 잘 다룰 능력이 없다는 것만 보여줄 뿐입니다.

예는 잔뜩 들 수 있습니다. 애들 세 명이 지하실에 들어가는 도입부만 봐도 그래요. 세 명이 휴대폰 라이트를 켜는데 불빛은 네 개. 네, 새로운 해석을 기다리고 있는 익숙한 설정입니다. 그런데 영화는 이 기회를 써먹는 대신 대사로 설명해버립니다. 망했지요.

모두가 다 나쁘지는 않습니다. 남자 불량배가 여자귀신에게 살해당하는 중간 장면 같은 건 무리없이 잘 풀렸어요. 하지만 이 영화에는 망친 장면이 성공한 장면보다 많습니다. 그리고 흐름이 안 좋아요. 그 때문에 배우들이 고군분투하는 동안에도 '왜 저 사람은 저렇게 행동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 한둘이 아닙니다. 여러 모로 그냥 아쉬워요. (24/08/21)

★★

기타등등
실제 늘봄가든 건물은 영화 개봉 몇 달전까지만 해도 한식뷔페식당이었다고 합니다. 영화의 개봉이 폐업에 영향을 주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감독: 구태진, 배우: 조윤희, 김주령, 허동원, 정인겸, 박루아, 송지우, 추예진, 이중옥, 이지오, 최서윤, 우효원, 김라온, 다른 제목: Spring Garden

KMDb https://www.kmdb.or.kr/db/kor/detail/movie/K/3707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