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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국 본토에서 흥행대박이 나고 국내에는 넷플릭스에 올라온 '우리, 태양을 흔들자' 입니다.



일단 여주인공의 사정부터 소개가 되는데요. 신장이 스펀지처럼 되어버렸다는 '요독증' 환자인데 당장 시한부 인생은 아니지만 아주 칼같이 섭취하는 물, 식사량, 칼로리 등을 계산해야하고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금방 이상신호가 오면서 합병증으로 죽을 위험이 아주 높다고 합니다. 1주에 2, 3회씩 투석도 받아야하는데 이것도 정말 괴로운 과정이고 무슨 마약 중독자마냥 팔에 주사구멍이 수없이 생겨나서 보기에도 참 안쓰럽습니다.


유일하게 정상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당연히 신장이식을 받는 것인데 돈도 없고 이렇다할 연줄도 없는 평범한 '중국' 시민일 뿐인 그녀는 그냥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면서 기약없이 기다릴 뿐입니다.


이런 삶에 지칠대로 지친 여주인공은 급기야 시한부 말기 암환자 단톡방 같은 곳에 만약 여기서 자신과 결혼을 하고 장기기증에 동의하여 사후 신장을 이식해줄 분이 있다면 평생 은혜로 여기고 당신의 부모님까지 책임지고 모시겠다 뭐 이런 일종의 조건거래 광고영상을 올리게됩니다. 그러면 당연히 이 영화의 남주인공이 응답을 하겠죠? 그렇게 둘이 만나서 얽히고 섥히겠죠? 그러데 알고보면 이 남주인공도 더 복잡한 사정이 있겠죠? 뭐 그렇게 이런 장르물에서 뻔한 전개로 이어집니다.



그런데도 왜 그렇게 흥행이 잘되고 입소문도 좋았는지 알겠더군요. 이런 소재에서 관객들에게 로맨스와 감동을 떠먹여주기 위해 손쉽게 선택하는 민망한 닭살돋는 순간들이나 눈물을 억지로 쥐어짜는 연출이 거의 없다시피하고 서로 뻘쭘하고 어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만난 두 주인공이 어떻게 서로 이해하고 가까워지고 연애감정까지 이어지는지를 보는 사람에게 아주 깔끔한 감정선의 조절과 그럴듯한 상황 연출들로 설득시켜줍니다. 


게다가 원래 계약조건대로 무사히 결혼에 골인(?)한 뒤 남주가 신장을 이식시켜주는 슬프지만 감동적인 마무리가 될지 아니면 그 전에 이미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며 살아가는 여주가 어떻게 될지 아니면 둘 다 큰일나지 않을지, 가족들에게 이 계약을 들키면 어떻게 될지 등의 후반부까지 쉽게 예측이 되지 않아서 의외로 긴장하면서 보게 만드는 것도 있어서 2시간 넘어가는 꽤 긴 러닝타임이 별로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네요.


당연히 남녀 주연배우의 연기력과 케미스트리에 9할 이상이 달린 작품인데 그 부분에서 가장 성공적입니다. 남주는 여러가지 캐릭터 설정상 초반에는 좀 불쾌감까지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어쨌든 계속 보다가 보면 배우가 평소 이미지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나름 큰 리스크가 있는 배역을 맡아서 각본/연출의 의도대로 거의 완벽하게 해냈구나 싶구요. 여주는 그냥 오프닝 시퀀스부터 관객 입장에서 바로 100% 감정이입해서 끝까지 응원하면서 보게 만들어진 캐릭터이고 너무 뻔한 표현이지만 배우도 증말 사랑스럽고 씩씩하게 잘했습니다. 사진이랑 예고편만 보고 일본배우 미야자키 아오이가 생각났는데 막상 본편을 보다보니 데뷔 초 한국의 정유미 배우도 생각나더군요. 그냥 제가 보기에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 작품으로 둘 다 무슨 시상식에서 남녀주연상 나란히 받았다던데 충분히 그럴만하다 싶은 연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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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쓴대로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데 인터뷰 영상 같은 걸 보려고 유튜브에서 원제 我们一起摇太阳로 검색해보니 올해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풀버전이 떡하니 올라와있더군요. 허허.. 혹시 넷플은 안쓰는데 영자막으로라도 이거 꼭 보고싶다 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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