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과강

2024.09.09 14:19

돌도끼 조회 수: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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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홍금보 감독 작품. 홍금보의 두번째 감독작입니다.
 
飛룡이 아니고 肥룡입니다. 비만할 때 비.
肥룡, 즉 홍금보가 [맹룡과강]을 패러디해서 만든 영화ㅂ니다.

영어제목은 [엔터 더 팻 드래곤](그래서 서양쪽에선 이 영화가 [용쟁호투]를 패러디한 걸로 오해하기도 합니다만...). 아무래도 서양쪽에서는 이소룡하면 가장 유명한 영화가 [엔터 더 드래곤]이니까 편의상 [용쟁호투]의 제목을 갖다 쓴 것 같은데... 근데 '엔터 더 드래곤'이 '이소룡 등장!'이란 의미니까... 거기다 Fat을 붙이면 '홍금보 등장!'이 될지도... 이 영화가 홍금보의 첫 단독주연작이니까요.

홍금보는 70년대 초반에 이미 무술감독으로는 탑급이었지만 배우로는 악당 중간보스 정도 역할을 주로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77년에 [중원호객]으로 감독 및 주연배우로 데뷰하는데, 그 때만 해도 감독으로서는 아직 검증이 안되었던 때니까, [중원호객]은 홍금보답지 않은 요소들이 제법 들어간 영화였습니다. 회사에서 시키는대로 한 거겠죠. 글구 주연배우 홍금보의 흥행력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안전빵으로 진성을 투톱으로 붙였고요. 그 [중원호객]이 의외로 대히트하면서 홍금보의 발언권과 영향력이 더 커지게됩니다.

그니까, 아마도 본격적으로 홍금보가 자기 하고싶은대로 만든 첫 영화가 [비룡과강]... 그러니까 이소룡 영화중에 [맹룡과강]이 차지하는 포지션과도 비슷한 거겠죠.



시골에서 돼지치던 아룡이 홍콩으로 가서 친척집 식당일을 봐주게 되고 그동네 깡패들과 엮인다는 내용입니다.


이소룡은 홍콩에서 물건너 이태리로 갔지만 홍금보는 물건너서 간 곳이 홍콩입니다. '뚱뚱한 (아)룡이 물건너 (홍콩) 간다' 정직한 제목이죠ㅎㅎ
[맹룡과강]의 내용을 죽 따라가는 건 아니고, 기본적으로는 생전 처음 도시에 가본 촌놈의 이야기ㅂ니다. ([맹룡과강]도 그런 요소가 있긴 했죠.)
계속해서 이런저런 사건에 휘말리고 계속 엉뚱한 실수를 하다가 어찌어찌하다 보니 악당들을 때려잡게 되었다는...


스토리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그냥 아~주 허름한 이야기틀 안에서 홍금보가 펼치는 코미디와 액션이 연속되는 거죠.
골든 하베스트 제작 영화도 아니라 아주 빈티촌티가 나고 연출도 어설프고 코미디도 대부분은 많이 낡았습니다. 그래도 7,80년대의 홍콩 코미디에 익숙한 사람이면 나름 웃을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액션은, 홍금보니까요. 거의 50년을 바라보는 영화지만 지금봐도 꽤 박력있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하일라이트는 홍금보가 이소룡을 흉내내는 모습을 보는 거.


사실 홍금보를 이소룡과 연관시켜서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죠. 일단 이미지가 완전히 다르니까...
그런 사람이 이소룡 흉내를 내는, 브루스플로이테이션으로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었다는게 의외일 수도 있지만, 이소룡을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는 브루스플레이테이션 영화들과 달리 이 영화는 이소룡에 대한 홍금보의 존경심을 담아 브루스플로이테이션을 까고 있습니다. '어설프게 이소룡을 욕되게하지 말고 할거면 제대로 하라'고.

홍금보는 그럴 자격이 있죠. 숱한 짝퉁 이소룡들은 그저 영화속에 나온 이소룡의 모습을 보고 흉내내는 것일 뿐이지만 홍금보는 이소룡 생전에 알고지내던 지인이니까요.


글구 누구보다도 이소룡 역할로는 안어울리는 홍금보가 이소룡 흉내를 낸다는 게 중요한 거죠. 짝퉁 이소룡들도 이소룡과 얼굴이 닮고 안닮고를 떠나 일단 몸은 날렵한 무술배우들이었으니까, 홍금보는 외모만 봐선 무술영화에 주인공으로 나올 수 있을거란 생각을 아예 못할 그런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그런 몸으로 이소룡을 흉내내는데, 이게 어지간한 짝퉁 이소룡들보다 더 나은 겁니다. 그러니 재미있고 놀랍기까지 하죠.

견자단 나오는 동명영화가 그보다 40년 더 먹은 이 영화보다 별로라고 느껴진다면 그 이유가 크지 않을까 싶어요. 견자단은 뚱뚱하게 분장시켜봐야 평소에 날래던 견자단이라는 걸 다 아니까...


영화의 마지막은 [사망유희]를 패러디해서(, 탑에 올라가지는 않지만,) 세명의 다국적 고수들을 차례로 상대합니다.
첫번째 상대는 이해생이 짝퉁 짐 켈리 분장을 하고 흑인 가라데 고수로 나와서 좀 깨는데... 지금이라면 얼굴에 검은칠 하고 흑인인 체 하는게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오래된 영화니까 서양에서는 이걸 그냥 웃고 넘기는 모양이예요. 오히려 미국영화에서 백인이 아시아인인 체 하는 걸 까는 거라고 보는 시각도 있고... 근데 당시 홍콩 영화에 무술하는 흑인 배우가 나오는 게 드문 일도 아니었는데 굳이 이해생에게 흑인 분장을 시킨 걸 보면 진짜 의도가 있었을지도...?(아님 그냥 단순히 웃기려고 그랬거나 혹은 흑인배우 섭외비용을 아끼려고 했던 걸지도 모르지만...)

두번째 상대는 백인 킥복서이고 마지막 끝판왕으로는 양가인이 쿵후 고수로 나옵니다.
이때까지 줄곧 이소룡을 모방한 절권도 스타일로 싸우고 있던 홍금보가 이 마지막 결전에서는 이전까지의 스타일을 확 뒤집고 양가인에게 역시 쿵후 스타일로 맞섭니다. 당시의 홍금보 스타일인 거죠.
계속해서 이소룡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던 홍금보가 마지막은 자기 스타일로 끝내는 겁니다. 뭔가 의미심장하게 느껴지죠ㅎㅎ 형님에 대한 존경심은 충분히 표했으니 이제 보내드리고 지금부터는 자기 시대라는...?



너무 낡은 영화라 지금 보기엔 큰 재미를 못느낄 수 있겠지만 이소룡팬이나 홍금보팬이나 전반적인 쿵후영화팬 모두에게 중요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양가인은 이전까지 장철 영화에서 중간보스급역할 단골로 나오다 처음으로 홍금보 영화에 출연했습니다. 그리고 이후로 홍금보 영화들을 통해서 쿵후영화를 대표하는 탑스타(들 중 하나)로 올라가게 되죠.

한국여배우 이해숙이 여주인공(여배우가 아무 의미가 없는 영화긴 하지만...)으로 나오고, 증지위가 조연출로 참여 및 엑스트라로 잠깐 얼굴을 비칩니다.
풍극안, 맹해, 원표, 진회의, 종발, 황하 등등등 쟁쟁한 인물들이 홍금보한테 얻어터지는 역할로 나오고 무술지도는 홍금보, 풍극안, 황하. 아직 홍가반 결성하기 전이네요.


재미있는 건 양소룡의 동생 양소웅이 여기서 홍금보한테 참교육 당하는 짝퉁 이소룡역으로 나옵니다.  형인 양소룡이 그전해에 [이삼각위진지옥문]에서 이소룡을 패러디한 역할로 나왔었는데, 홍금보가 보기에 그 영화는 어땠을지...ㅎㅎ

양소웅도 이름난 무술감독이 되어 21세기에는 [엽문]에서 홍금보와 함께 무술지도를 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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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란티노 이소룡 관련 이슈가 터졌을때 전 이 영화의 짝퉁 이소룡 장면이 생각났었습니다)






-갠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대사는 홍금보가 중국무술을 깔보는 서양사람들에게 중국무술을 홍보하면서 그말을 통역해달라고 하자 이해숙이 했던 말

'촤이니스 쿵푸 남바 완'ㅎㅎ


-홍금보가 버스안에서 여자한테 '저 이번에 내려요'라고 한다거나, '발가락이 닮았다'드립이 나온다거나... 뭔가 한국사람들에게도 익숙한 듯한 것들이 가끔씩 튀어나옵니다.

-우리나라엔 들어오지 않았고,(한국(출신) 배우도 몇명 출연하니 위장합작 조건도 맞추지 않았나 싶은데...) 홍금보가 유명해진 다음에 비됴로 ['홍금보'의 아룡]이라는 제목으로 출시되었는데 그걸 본 사람도 딱히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저도 비됴 빌려서 본 건 아니고 유선방송에서 틀어주는 걸 봤더랬어요)


-해외판 포스터 중에 홍금보 이름을 Samo Hung Kim Po라고 표기한 게 있는데 그걸 일본식으로 읽어서 홍금보의 일본 이름 '사모한킴포'가 나온 것 같습니다.(Kim은 아마도 Kam의 오기인듯...)


-일본에서는 비룡을 자기네식 말장난으로 '데부곤'(뚱보라는 뜻의 일본어 데부와 드래곤의 합성어)으로 바꿨습니다. 이후 일본에서 데부곤은 홍금보를 상징하는 말이 되죠.(사모한킴포는 너무 기니까...)

극장개봉당시에는 큰 반향이 없었지만 티비 방영시에 대박나서 그 후에 홍금보 나오(면서 성룡은 안나오)는 영화는 죄다 데부곤의 속편이 되어버리고 그렇게 일본에서만 존재하는 데부곤 시리즈가 생기게 됩니다. (허관문 영화가 전부다 [미스터 부] 속편이 되어 일본에서 미스터 부 시리즈가 생겨난 것처럼...) 그래서 일본에서는 홍금보를 아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영화ㅂ니다.

근데 견자단 데뷰작인 [소태극]이 일본에선 데부곤 시리즈 외전이라고 소개되었더랍니다. 그러니 견자단이 [비룡과강]과 아주 인연이 없었던 건 아닌...


-홍금보는 이후에 맥가하고 같이 나온 [수호비룡-빼빼 호랑이와 뚱룡-]에서 한번 더 이소룡 흉내를 냅니다.


-이 영화 촬영감독이 나중에 [강시선생]을 감독하게 되는 유관위이고 교굉이 연기하는 악당 이름이 구숙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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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표한테 뺏은 쌍절곤으로 원표(외 다수)를 패는 홍금보. 얻어맞는 사람들 면면이 아주 화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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