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민 토킹Women Talking' 추천

2024.09.09 13:45

ally 조회 수:274

감독의 팬이기도 하지만, 관심있는 소재에다, 좋은 배우들도 많이 나오고, 평도 괜찮아서 개봉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난 여성영화제 때는 놓치고 상암동 영상자료원에서 상영한다기에 보러 갔습니다. 너무 정서적으로 힘든 영화라 그런지 몸 상태가 나빠져서 마지막 5분 정도를 남기고 일찍 나왔는데, 월말에 영상자료원에서 2차 상영할 때 다시 보러 가서 끝까지 보려고 합니다.

 

고립된 종교 공동체 마을에서 사는 여성들은 마을 남성들이 저질러온 연쇄 성범죄의 끔찍한 실상을 알게 된다. 용서를 강요하는 마을 장로들이 도시로 떠난 동안, 여성들은 공동체의 대책을 논의하러 헛간에 모인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미리엄 테이브즈의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 원작.”은 내용이 줄거리 입니다.

 

모든 끔찍한 일들이 다 벌어진 후의 대화가 중심이니 충격이 크지 않을 줄 알고 갔었는데, 제가 너무 현실을 만만하게 보았나 봐요. 예를 들어 범인들은 제가 막연하게 생각한 것처럼 일부 젊은 여자만 노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공동체의 여자들은 전부 대상이 되었고, 영화에는 그런 언급은 없지만, 원작 소설의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에서는 일부 남자도 범행의 대상이었다고 합니다. 폭행 장면은 없지만, 여자들이 기억하는 신체적 폭력의 흔적을 플래시 백으로 비추기만 하는데도 이것도 상당히 충격적입니다.  

그리고 이 범행은 상당히 장기간 진행되어서, 상황을 조작하려는 장로들의 가스라이팅이 심각했고요. 그 결과 자신들의 피해를 부정당한 여자들의 자살에서부터 성병, 실어증, 공황장애까지 2차 피해도 심각합니다. 사건이 밝혀진 후에도, 여자들이 범인들을 용서하지 않거나 공동체를 떠나면, 그들이 진실하게 믿는 천국에 가지 못한다는 장로들의 협박도 당연히 따라오고요. , 이와 병행해서 벌어지는 친족 폭력에도 조명을 비추는데, 이게 또 청소년 집단 강간과 트랜스젠더 정체성 이야기와도 연결이 됩니다.

 

그래서 영화가 너무 끔찍하기만 하느냐….당연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본인도 같은 폭력의 희생자이지만, 아직 어린애라서 어른들이 긴긴 이야기를 하는 동안 지루해서 자기들 끼리 노는 여자아이들의 우정과 장난은 귀엽기 짝이 없고요. 유일한 남자이자 대학교육 받은 지식인으로 여자들의 말을 기록하는 인물은 본인의 아픔을 감추고 도움이 되려고 애를 씁니다. 큰 상처를 안은 사람들이 서로 소리지르며 싸우다가 얼싸안고 함께 찬송가를 부르는 모습은 감동적입니다.

 

저는 성당에 간지 몇십 년은 되는 불량신자이지만, 아직 몇몇 찬송가는 기억하고 있는데요. 제 할머니가 좋아해서 매년 그분 연도 때 부르는 노래가 영화에서 여자들이 부르는 찬송가로 나오는데 감정을 제어하기 힘들더군요. 

보기 힘들지만 여러 번 보면서 다른 이들의 생각과 의견에 귀기울일 만한 영화입니다. 개봉을 못한 게 아쉽지만 기회가 되시면 보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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