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TV를 보았다]는 제인 쇼언브런의 두 번째 장편영화입니다. 이 사람의 첫 장편인 [우리는 모두 월드 페어로 간다]도 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된 적 있지요. 쇼언브런은 트렌스페미닌인 논바이너리 감독이고, 우린 어쩔 수 없이 이 감독의 영화를 해석할 때 이 사실을 염두에 두게 됩니다. 이번 영화는 엠마 스톤과 그 사람 남편이 제작을 맡았고 A24에서 배급을 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오언이라는 흑인 남자애입니다. 1996년 대통령 선거 때, 아이는 선거장으로 쓰인 학교에서 매디라는 2살 위의 백인 여자애를 만납니다. 매디는 [핑크 오페이크]라는 제목의 초자연현상 소재의 청소년 드라마에 푹 빠져 있었고, 오언을 그 드라마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그리고 이 시리즈가 5시즌을 끝으로 캔슬될 무렵, 매디는 사라져 버려요. 남은 오언은 마을에 남아 극장 직원으로 일하면서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데 갑자기 매디가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 드라마와 관련된 이상한 이야기를 해요.

매디가 [핑크 오페이크]에 대해 떠드는 걸 들어보면 데자뷔가 느껴집니다. 1990년대 말에 방영을 시작한 청소년 드라마. 여성 주인공. 초자연현상을 다룬 서스펜스 액션물. 강한 퀴어 분위기. 컬트 팬들. 이게 뭐겠어요. [버피]죠. 심지어 [핑크 오페이크]의 두 주인공 이름은 이자벨과 '타라'입니다. 최종 보스는 '빅 배드'라고 불리고요. 게다가 40분 쯤 지나면 [버피]에서 타라를 연기한 앰버 벤슨이 오언의 친구 엄마로 카메오 출연합니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원한과 울분에 가득 찬 [버피] 팬의 회상입니다. 그 버피 팬이 윌로우/타라 쉬퍼인 건 너무 당연해 보이고. 심지어 [핑크 오페이크]가 5시즌으로 끝나고 허구의 6시즌이 등장하는 것도 우연이 아닌 거 같아요. 6시즌 이후를 다시 쓰고 싶다는 의지가 보인달까. [버피] 1시즌이 방영된 게 1997년. 쇼언브런은 87년생. 조스 위든이 어린애에게 정말 나쁜 짓을 했네요.

여러 면에서 퀴어 영화입니다. 일단 매디는 동성애자입니다. 그리고 [핑크 오페이크]는 자신을 퀴어로 정체화한 틴에이저들이 영광할 모든 걸 갖고 있는 것으로 그려지죠. 그리고 영화 후반의 설정에 따르면 오언의 몸과 인생은 5시즌에 클리프행어로 끝난 드라마의 두 주인공 중 한 명이 갇혀 있는 허구의 감옥입니다. 이건 거의 감추지도 않은 트렌스젠더 해석이죠.

점프스케어가 많은 호러물은 아닙니다. 장르적으로 무서운 장면은 별로 없어요. 하지만 모든 꿈을 어린 시절 본 텔레비전 시리즈에 저당 잡혀 현실에서 어떤 의미도, 무게도 느끼지 못한 남자가 끔찍한 일상에 감금된 채 늙어가는 걸 바라보면서 무덤덤할 수는 없지 않겠어요? (24/08/26)

★★★

기타등등
감독은 [우리는 모두 월드 페어로 간다]와 [빛나는 TV를 보았다]에서 이어지는 3부작을 기획하고 있다고 해요.


감독: Jane Schoenbrun, 배우: Justice Smith, Brigette Lundy-Paine, Helena Howard, Lindsey Jordan, Conner O'Malley, Emma Portner, Ian Foreman, Fred Durst, Danielle Deadwyler

IMDb https://www.imdb.com/title/tt15574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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