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걸 블루 Little Girl Blue (2023)

2024.08.24 00:29

DJUNA 조회 수:933


[루키]에 이은 올해 여성영화제의 두 번째 영화는 모나 아샤슈의 [리틀 걸 블루]입니다. 반대 순서로 보았다면 좋았을 걸 그랬어요. [루키]가 [리틀 걸 블루]보다 관객들의 정신건강에 훨씬 좋은 영화입니다. 여러분의 정신건강은 중요하잖아요. 그렇지 않나요?

아샤슈의 가족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모계 가족사죠. 아샤슈의 어머니 카롤 아샤슈는 아주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작가, 사진작가, 배우입니다. 그리고 그 파란만장한 삶의 이유 중 일부는 역시 작가이고 배우였던 어머니 모니크 랑주 때문이고요. 카롤과 모니크는 모두 자신과 어머니의 관계에 대한 글들을 써왔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모나 아샤슈가 이 어머니들과 딸들의 관계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만든 거고요.

영화는 카롤이 목을 매고 자살한 뒤에 시작돼요. 모나는 어머니가 찍은 사진과 쓴 글들을 정리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갑자기 뜬금없이 마리옹 코티아르가 모나의 집으로 걸어들어옵니다. 그리고 모나 앞에서 옷을 벗고 모나가 내민 죽은 엄마의 옷으로 갈아입고 가발과 안경을 써요. [미션 임파서블]에서 나오는 변장 장면 있잖아요. 주인공이 변장을 시작하면 카메라가 천천히 주인공을 한 바퀴 도는데 그러면 변장이 끝나 있는. 바로 그런 장면이 나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마리옹 코티아르는 그냥 가발과 안경만으로 완벽하게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는 것이죠. 보면 감탄이 안 나올 수가 없어요.

이야기는 심난하기 짝이 없습니다. 여러분은 프랑스에서 자서전적인 소설을 쓰는 이성애자 여성작가에 대한 선입견이 있나요? 모니크와 카롤은 그 편견을 뭉쳐 만든 거 같은 사람들입니다. 섹스와 사랑에 집착하고, 그런 것에 집착하는 자신에 집착하고, 그런 자신을 만든 엄마에게 집착하고. 모니크는 또 동성애자 남자에게 유달리 끌리는 타입인 모양인데, 일단 남편이 게이 그리고 장 주네 (사생)팬.

이런 삶은 이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어떤 도움도 되지 못합니다. 자학할 권리가 있는 법이니까 여기까지는 이해하려고 할 수 있는데, 이 때문에 딸들이 다쳐요. 카롤과 모나는 모두 엄마 주변의 남자들에게 학대당하고 폭행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남자 중 한 명은 바로 장 주네. 동성애자 남자가 미성년자 여자애에게 안전할 거 같아요? 그럴 리가.

모나 아샤슈는 이 영화를 통해 할머니와 어머니를 이해하고 그들을 얽어맨 운명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한국관객인 저에게 이 영화는 마리옹 코티아르를 무당처럼 데려와 하는 굿판처럼 보였어요. 그건 이 영화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코티아르의 연기가 정말 환상적이라는 뜻도 돼요.

정말 재미있고 그만큼이나 끔찍한 영화이기도 해요. 이 영화의 재미는 다른 사람들의 어리석음과 고통과 공포로 이루어져 있으니까요. 이 모계로 이어지는 고통이 감독대에서 끊어질 거라는 기대가 있어야 그럭저럭 안심하고 극장을 떠날 수 있는 거죠. (24/08/24)

★★★☆

기타등등
모나 아샤슈의 전남친이었던 영화감독 크리스토프 뤼지아는 당시 미성년자였던 아델 에넬에게 부적절한 접촉을 했다는 사실이 발각되어 얼마 전에 캔슬당했어요.


감독: Mona Achache, 출연: Marion Cotillard, Mona Achache, Marie Bunel, Marie-Christine Adam, Pierre Aussedat, Jacques Boudet,

IMDb https://www.imdb.com/title/tt26714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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