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Rookie (2023)

2024.08.23 23:13

DJUNA 조회 수:764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본 첫 번째 영화는 사만다 리의 [루키]. 리의 [빌리와 엠마]도 전에 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된 적 있지요. 가톨릭 여학교를 배경으로 한 귀엽고 건전한 청소년 영화였는데 이번 [루키]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의 '루키'는 주인공 에이스입니다. 아픈 아빠를 간병하느라 1년 동안 학교를 못 다닌 아이로 농구를 잘 해요. 새로 전학 온 학교에서도 농구를 하고 싶은데, 이 학교엔 농구팀이 없습니다. 수녀들이 학생들을 동성애자로 만든다고 싫어해서요. 하지만 이 학교엔 배구팀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배구는 학생들을 동성애자로 만들지 않는 것인가요? 그건 잘 모르겠고.

하여간 배구부 코치는 순전히 키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에이스를 배구부에 집어넣습니다. 규칙도 잘 모르는 애가 실수투성이이고 어리바리하니 당연히 팀 분위기가 안 좋습니다. 이게 꽤 오래 끌어요. 이 단계가 언젠가 끝난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신경이 안 쓰일 수는 없죠.

그래도 그 단계를 넘어서면 이야기가 비교적 편하게 풀립니다. 에이스가 배구팀에서 엄청난 역량을 발휘하는 식으로 전개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팀의 가치있는 일원이 되는 거죠. 여기엔 로맨스도 추가됩니다. 처음에는 껄끄러운 사이였던 주장인 자나가 그 상대입니다.

선량하고 단순하고 건강하고 명쾌한 영화입니다. 이 단순함 때문에 좀 얇게 보이긴 하고요. 영화는 학교 내 따돌림, 동성애, 성추행, 성차별과 같은 것들을 골고루 다루고 있는데, 그 때문에 많은 게 좀 쉽고 성급하게 풀린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다른 식으로 생각해 보면 애당초부터 에이스라는 애 자체가 그렇게까지 생각이 복잡한 캐릭터가 아니라 이런 전개가 오히려 어율린다는 생각을 했어요.

쉽게 넘어가기는 해도 그 안에서는 현실적인 이야기입니다. 클라이맥스를 과장하는 일도 없고 캐릭터들이 능력을 넘어서는 일을 벌이지도 않아요. 퀴어 로맨스물로는 커밍아웃 드라마를 넘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 에이스가 동성애자라는 건 큰 문제가 아닙니다. 엄마는 오래 전부터 알고 있고 에이스와 자나의 관계가 밝혀지는 부분에서도 드라마는 없죠. 가톨릭 학교의 호모포비아는 여전히 다루어지는데, 이 영화 속 수녀나 신부는 대놓고 학생들을 억압하지는 않아요. 그냥 못마땅해하고 쪽을 주는 정도죠. 하긴 [빌리와 엠마] 이후 거의 30년의 세월이 흘렀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면 우리는? (24/08/23)

★★★

기타등등
영화 후반에 나오는 알리사 발데스는 필리핀에서 실제로 유명한 배구선수라고 하더라고요.


감독: Samantha Lee, 배우: Pat Tingjuy, Aya Fernandez, Agot Isidro, Mikoy Morales, Alyssa Valdez, Che Ramos, Simon Ibarra, Joel Saracho, Echo Javie

IMDb https://www.imdb.com/title/tt28517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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