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ne (6X11)

각본
데이빗 퓨리 David Fury

감독
데이빗 퓨리 David Fury

주연
사라 미셸 겔러....버피
Sarah Michelle Gellar....Buffy
앨리슨 해니건....윌로우
Alyson Hannigan....Willow
니콜라스 브렌든....잰더
Nicholas Brendon....Xander
미셸 트라첸버그....던
Michelle Trachtenberg....Dawn
엠마 콜필드....아냐
Emma Caulfield....Anya
제임스 마스터즈....스파이크
James Marsters....Spike
대니 스트롱....조나단
Danny Strong....Jonathan
애덤 부쉬....워렌
Adam Busch....Warren
톰 렝크....앤드루
Tom Lenk....Andrew
수잔 루탠....도리스
Susan Ruttan....Doris

이번주 서니데일에서는...
빠듯한 경제난, 마법에 중독된 윌로우, 던을 빼앗아가려는 사회복지과 직원, 같이 잔 뒤로 계속 귀찮게 주변을 맴도는 스파이크... 버피의 나날은 갈수록 꼬여만 갑니다. 스파이크가 붙인 '골디록' 별명에 진력이 난 버피는 결국 머리를 짧게 자르고 마는데, 하필이면 미장원에서 나오는 동안 기크 트리오가 실수로 쏜 투명인간총의 광선에 맞아버리고 맙니다. 투명인간이 된 버피는 오래간만에 해방감을 느끼지만 버피의 휴가는 생각만큼 좋기만 한 것이 아니었어요...

터닝 포인트
'Gone'은 6시즌에 몇 안되는 밝은 에피소드들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 에피소드는 경박한 필러 에피소드처럼 보이는 외양과는 달리 꽤 묵직한 임무를 띠고 있었습니다. 일단 이전 에피소드인 'Wrecked'으로 어두워진 분위기를 밝게하는 것이 최우선이었죠. 바닥까지 떨어진 버피와 윌로우의 이야기에 방향 전환을 제공해주는 것도 중요했고요. 결정적으로 거의 시리즈 절반이 지나갈 때까지 숨어 있던 기크 트리오가 바로 이 에피소드에서 버피에게 발각됩니다. 나중에 6시즌을 전체적으로 조망해보면, 상당히 많은 스토리 라인이 'Gone'에서 전환점을 맞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삶으로부터 해방된...
버피는 버피버스에서 투명인간이 된 최초의 캐릭터는 아닙니다. 이미 [버피]는 소외된 틴에이저 소녀 마시가 서서히 투명인간이 된다는 내용의 'Out of Mind, Out of Sight'에서 이 소재를 다룬 적 있어요. 잰더와 버피도 아직 그 사건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XANDER: Buffy, how did this hap ... wait a sec, have you been feeling ... ignored lately?
BUFFY: Yeah, ignored. I wish. No, this isn't a Marcie deal.

이 두 편의 에피소드에서 투명인간 이슈는 모두 직접적인 은유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Out of Mind, Out of Sight'에서 투명인간은 사회적 소외의 은유였습니다. 하지만 'Gone'에서는 사회적 의무와 책임으로부터 해방을 의미합니다.

그래서인지 버피는 이유없이 투명인간이 된 뒤에도 그렇게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속이 시원하다는 듯 밖으로 빠져나와 장난을 치면서 투명인간이 된 자신을 즐기고 있죠. [샤이닝]을 흉내내며 복지과 직원 도리스를 놀려대고, 지금까지는 다른 사람들의 안목이 두려워 주저했던 스파이크와의 섹스도 부담없이 즐기고요. 투명인간이 된 것만으로 버피의 문제 절반은 해결됩니다.

그러나 이런 해결책은 건전하지 않습니다. 그건 일종의 회피이며 도주이기 때문이지요. 버피와는 달리 스파이크는 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BUFFY: No! Maybe because for the first time since ... I'm free. Free of rules and reports ... free of this life.
SPIKE: Free of life? Got another name for that. Dead.

버피의 휴가는 경계 경보와 함께 중간에서 틀어지기 시작합니다. 버피가 계속 투명인간으로 남는다면 어느 순간부터 그녀의 육체가 녹아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Wrecked'에서처럼, 은유가 현실적인 위험으로 변형되는 것이죠.

은유가 은유로 남건, 그게 현실적인 위협이 되건, 교훈은 에릭 로메르의 영화처럼 명명백백합니다. 삶은 책임과 의무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것들을 포기한다면 우리의 존재 자체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죠. 'Gone' 에피소드의 투명인간 소동은 버피가 새로 얻은 삶을 받아들이는 첫번째 단계가 됩니다.

투명인간
'Gone'은 오래간만에 보는 거의 순수한 코미디입니다. 주인공들에겐 일종의 휴가같은 에피소드일 수도 있지요.

코미디의 가장 큰 도구는 투명인간이라는 설정입니다. 부분적인 반투명함으로 존재감을 암시하는 최근 할리우드 영화의 투명인간들과는 달리 버피와 기크 트리오는 순수한 투명인간입니다. 그냥 아무 것도 안보여요. 특수 효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이런 완벽한 투명성은 은근히 희극적입니다. 예를 들어 오락실에서 버피와 기크 트리오가 벌이는 말싸움 장면을 보세요. 카메라는 아무 것도 없는 빈 공간을 이리저리 옮겨다니고 그 위에 배우없는 목소리만 뜨죠. 상황을 고려해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그래도 애들 인형 놀이처럼 건성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어요. 상황이 가볍게 느껴지면 설정의 어처구니없음은 곧 희극성과 연결됩니다.

버피의 행동 자체도 이 캐릭터의 기존 행동에 비해 밝고 가볍습니다. 이 친구를 지탱하고 있던 엄격한 도덕적 기준은 몸이 투명해진 바로 그 순간부터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합니다. 다행히도 투명 버피가 한 일들은 그렇게까지 나쁜 일들은 아니에요. 버피가 [샤이닝] 장난을 친 뒤로 불쌍한 복지과 도리스는 그 날 이후 꽤 애를 먹었겠지만요.

이주의 악당인 기크 트리오가 결코 심각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도 이 에피소드가 희극적인 중요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에피소드 후반에 밝혀지는 워렌의 음모는, 적어도 이들 중 한 명이 상당히 위험한 인물이라는 증거가 되지요.

던
오늘 던의 반응을 주목해주세요. 저번 주에 죽을 고비를 넘긴 아이의 당연한 반응과는 조금 다르니까요. 던은 자기 목숨을 위태롭게 한 윌로우에겐 비교적 차분하게 반응합니다. 하지만 직접 책임이 없는 버피에게는 윌로우를 방치했다는 이유로 냉담하게 굴죠. 그러다 버피가 투명인간이 되자, 던은 설명도 듣지 않고 잔뜩 겁을 먹습니다.

던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가족의 붕괴라는 걸 생각하면 이 모든 건 쉽게 풀립니다. 던에게 5시즌 후반부터 서니데일에서 일어난 모든 끔찍한 사건들은 '가족의 붕괴'라는 하나의 의미로 읽힙니다. 이 아이가 '가족'에 유달리 집착하는 이유가 있는데... 그 점에 대해서는 'Older and Far Away'에 대해 이야기할 때 다시 언급하기로 하겠습니다.

윌로우
윌로우에게 'Gone' 에피소드는 갱생과 속죄의 과정입니다. 일단 '마법=마약'의 은유는 여기서도 계속 이어집니다. 윌로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막 약을 끊은 중독자처럼 행동하죠. 여기서 기크 트리오의 덜떨어진 소동은 오히려 윌로우에게 자신을 가다듬을 수 있게 하는 기회를 제공해줍니다. 그 결과 지금까지 덜 썼던 윌로우의 탐정 실력이 다시 빛을 발휘하기도 하고요. '갱생'이라는 측면에서, 윌로우의 모험은 버피의 모험과 거의 평행선을 이룹니다.

윌로우의 속죄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을 먹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모양입니다. 우린 이미 'Something Blue'에서도 비슷한 예를 볼 수 있었죠. 'Something Blue'의 초콜렛 칩 쿠키와는 달리 'Gone'에 나오는 오믈렛은 그렇게 먹을만해 보이지 않았지만 말이에요.

헤어 컷
드디어 버피가 머리를 잘랐습니다! 이게 왜 그렇게 대단한 뉴스냐고요? 5시즌까지는 어림없는 일이었거든요. [펠리시티]에서 주연 배우 케리 러셀이 헤어스타일을 바꾼 뒤부터 시리즈 인기가 떨어졌던 걸 걱정했던 WB 사람들은 시리즈 배우들의 헤어스타일을 과격하게 변형시키는 걸 엄격하게 금지했습니다. 그래서 버피의 새 헤어스타일은 UPN에 이사왔다는 선언처럼 보이기도 하죠.

그러나 버피의 짧은 머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시즌에서도 6시즌과 비슷한 길이로 머리를 자르고 등장했으니까요. 그때는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에서 머리칼이 잘리는 장면이 들어있었기 때문이었지만요.

기타등등
1. "We're your arch-nemesises ... ses." 기크 트리오의 정체가 밝혀지는 장면에서 워렌은 nemesis의 복수를 몰라 쩔쩔 맵니다. 나중에 버피가 "I give you my arch-nemesises...ses."라고 중얼거리는 걸 보면 버피도 자신이 좀 없는 것 같고요. Nemesis의 복수는 nemeses입니다.

2. 도리스를 철저하게 골려먹고 던을 지키는 데 성공한 버피는 'Once More With Feeling'에 나오는 'Alive'를 휘파람으로 불며 복지과를 빠져나갑니다. (02/07/08)

DJ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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