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감독
주연
이번주 서니데일에서는...
'Older and Far Away' 이 작품은 6시즌 에피소드들 중에서 인기가 비교적 떨어지는 편에 속합니다. 그건 에피소드의 질이 낮아서가 아니라 던이 주인공이기 때문이죠. 던은 6시즌이 흐르는 동안 [버피]에서 가장 인기없는 캐릭터로 추락했는데 이 에피소드에서 던의 인기는 그 중 최악이었습니다. 수많은 시청자들은 세상을 구하기 위해 열심히 뛰는 언니에게 고함을 빽빽 질러대는 이 버릇없는 아이에게 진저리를 쳤습니다. 하지만 던에게도 할 말은 있고... 전체적으로 이 에피소드는 좋은 점이 많습니다. 일단 6시즌에 이처럼 낙관적인 느낌으로 가득 찬 에피소드가 있었던가요? 모델로 삼은 브뉘엘의 원작과는 달리, 이 작품은 별다른 냉소없이 모든 캐릭터들을 따뜻하게 어루만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거슬리는 느낌없이 편하게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6시즌 에피소드일 거예요. 물론 여러분이 극단적인 던의 안티 팬이라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요.
던 아마도 ME 작가들은 6시즌에서 심각한 정신적 상흔을 가진 문제 소녀로 던을 그리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문제는 버피버스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이 그걸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죠. 6시즌의 던은 1시즌 버피와 같은 나이입니다. (7시즌에서도 던은 고등학교 1학년인데 이건 좀 억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에피소드에서도 던은 자기가 분명히 고등학생이라고 밝히고 있으니까요) 당연히 시청자들은 던이 징징거리는 것 이상의 일을 해주길 바라는 거예요. 던을 위한 다른 도구들도 문제가 많았습니다. 오늘에서야 간신히 폭로되는 던의 도벽도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가져오지는 못했습니다. 그 뒤를 잇는 던의 슬레이어 이야기도 설득력이 없었고요. 던은 어떻게 보면 헐거운 계획 때문에 낭비된 캐릭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아이디어만 따진다면 던의 행동은 완벽하게 논리가 맞습니다. 던이 지난 1년 동안 겪은 일들을 보세요. 갑자기 자기가 자기가 아니라는 말도 안되는 소식을 접했고, 엄마가 죽었으며, 언니는 세계를 구하기 위해 자기 대신 몸을 던져 자살했다가 다시 살아 돌아왔지요. 오히려 정신이 멀쩡하다면 그게 이상하지 않겠어요? 오늘 던의 폭발도 이런 측면에서 이해가 됩니다. 생각해보세요. 던은 철저한 타자입니다. 인간도 아니고 주변 사람들과 진짜 인척 관계인 것도 아니죠. 그런데도 버피는 던을 위해 자기 목숨을 버렸고 스쿠비 갱의 다른 사람들도 던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습니다. 그렇다고 자신이 지금도 초자연적인 어떤 존재인 것도 아니에요. 그렇다면 던이 자신의 존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증거로 이용할 수 있는 건 단 하나밖에 없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애정이지요. 던은 지금까지 필사적으로 자신의 '가족'에 매달린 것도 그렇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던에게 '가족'으로부터의 소외는 곧 죽음이나 다름없습니다. 그것이 없다면 던은 더이상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거든요. 오늘 던이 보여준 폭발은 정말로 사람 신경을 긁을만 했습니다. ("Get out, get out, get out!") 던의 절망감을 묘사할 더 나은 방법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던을 징징대는 틴에이저로만 여긴다면 이 캐릭터를 필요이상으로 단순하게 보는 겁니다. 사실 던의 진짜 문제점은 징징거려야 할 때 징징거리지 않은 것입니다. 징징거림은 구조 요청입니다. 필요할 때는 해야지요. 하지만 6시즌 전체를 한 번 보세요. 던이 정말로 징징거린 적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치거나 그나마 간신히 모양만 유지하고 있는 '가족'을 분열시킬까봐 자기 고민을 혼자서만 씹고 있었지요. 오늘도 그런 감정이 압력을 못이기고 터져나온 쪽에 가까워요. 시청자들은 싫어했지만, 그 징징거림은 긍정적이었습니다. 여기서부터 버피와 던의 관계는 다시 오르막길을 오르기 시작했으니까요.
윌로우와 타라 흥미로운 딜레마일 수도 있겠지만, 이 에피소드는 그 주제를 그렇게까지 깊이 있게 다루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윌로우와 타라의 그 아슬아슬하면서도 흥분되는 재회 쪽에 더 신경을 쓰고 있지요. 서로에 대한 격렬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어떻게든 차분함을 유지하려는 두 사람의 묘사는 아주 좋습니다. 타라와 다른 사람들의 관계도 재미있습니다. 특히 스파이크와의 관계를 다른 사람들한테 숨기고 있는 버피가 타라와 상의하는 장면은 고전적인 '커밍 아웃' 이야기를 살짝 비틀고 있습니다. 둘의 관계를 아는 유일한 사람인 타라가 스파이크를 놀려대는 장면들은 약간 놀랍지만 그렇게까지 캐릭터에서 벗어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SPIKE: I had ... a ... muscle cramp. Buffy was, uh, helping. ...
TARA: How's that cramp, Spike? Still bothering you?
그밖의 여러가지... 아냐의 직장 동료 할프렉이 이 에피소드에 다시 출연합니다. 물론 이 소동의 원흉도 할프렉이었고요. 이 에피소드에서 할프렉은 흥미로운 정보 두 개를 제공해줍니다. 하나는 복수 악마들이 원래 배반당한 여자들의 복수를 해주는 것보다 훨씬 넓은 범위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죠. 아마 이건 이야기 진행을 위해 억지로 개조한 설정일 겁니다.
TARA: I thought vengeance demons only punished men who wronged women. 다른 하나는 할프렉이 스파이크를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분명히 스파이크를 보고 그의 진짜 이름인 '윌리엄'을 부르지요. 나중에 둘은 곧 모른 척하지만 그럴 리가 없습니다. 할프렉을 연기한 배우인 칼리 로샤가 5시즌의 'Fool For Love'에서 윌리엄을 걷어찬 시실리를 연기한 배우였다는 걸 알면 대충 이 장면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죠. (1) 할프렉은 원래 시실리다. (2) 칼리 로샤가 두 역을 모두 연기했다는 걸 아는 사람들을 위한 농담이다. 전 전자였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진상이 밝혀질지는 모르겠군요. 클렘이 다시 등장합니다. 이 악마는 등장한 횟수도 얼마 안되면서 은근히 인기를 얻고 있죠. 6시즌이 그만큼 어두컴컴했다는 증거일 겁니다.
기타등등 타라가 주문을 걸 때 스파이크는 다른 사람들과 바깥으로 나가기 위해 문 앞에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밖에 해가 떠 있다는 걸 벌써 잊었던 걸까요? (02/12/12)
DJUNA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