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감독
주연
이번주 서니데일에서는... 에피소드는 시리즈의 전체 스토리와 상관없는 뱀파이어 사냥에서 시작합니다. 역시 마무리 성격이 강하죠. 지금까지 버피가 어떤 존재였는지를 다시 돌이켜보게 하는 장면입니다. 지금까지 5시즌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들이 마무리 지어집니다. 글로리는 던의 피를 흘리는 의식으로 차원의 문을 열려고 하고 버피 일당은 글로리를 막으려 하고요. 버피 일당은 간신히 글로리를 저지하지만 잽싸게 선수를 친 닥이 이미 던의 피를 흘린 뒤였습니다. 던은 세상의 종말을 막기 위해 투신 자살하려 하지만 버피가 대신 몸을 던져 차원의 문을 막습니다.
버피의 죽음 '종종 5시즌으로 이야기가 끝났으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버피의 죽음은 분명 시리즈의 끝을 장식하는 장엄한 마무리가 될 수도 있죠. 하지만 언급할 몇가지 이유 때문에 전 이 이야기가 아주 끝이 될 수 없다고 믿습니다. 우선 버피가 순교자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자신의 몸을 던져 세상의 종말을 막고 동생을 구했으니까요. 분명히 숭고한 행동이죠. 하지만 버피에게 그런 행동은 비교적 쉬운 일이었다는 걸 잊어서는 안됩니다. 버피는 최근들어 삶의 의욕을 잃고 있었어요. '죽음이 선물'이라는 계시는 오히려 상당히 달콤한 유혹이 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슬레이어들이 모두 죽음에 대한 갈망을 맘 속에 품고 있습니다. 그게 그 끔찍한 직업에서 그들을 해방시켜주는 유일한 길이니까요. 이런 입장에 있는 사람에겐,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걸 보는 것보다 자기가 그 사람 대신 죽는 게 훨씬 손쉬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숭고하지만 어느 정도 이기적인 행동이기도 해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아직 스토리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이죠. "Dawn, the hardest thing in this world... is to live in it." 이라는 버피의 대사는 6시즌에 오히려 버피 자신을 졸라매게 됩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건 버피가 던을 꼭 동생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수도사들이 버피를 빌어 던을 만들었다면 던은 오히려 딸에 가까운 존재죠. 버피가 쉽게 자살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일 겁니다. 2세에게 세상을 물려주고 떠나는 건 비교적 쉬운 일이에요. 던의 탄생과 조이스의 죽음을 통해 버피는 직간접적으로 '엄마'가 된 겁니다.
윌로우와 타라 최근들어 윌로우의 능력이 갑자기 향상된 것은 이 친구의 한계를 모르는 탐구열 때문이라기보다는 타라에 대한 사랑 때문입니다. 그러고보면 지금까지 계속 주춤거리던 버피가 글로리를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도 던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고요. 결국 이들이 글로리를 이길 수 있었던 건 글로리가 그처럼 경멸하고 외면했던 인간적 감정이 있었기 때문이죠. 윌로우의 활약으로 타라는 다시 제정신으로 돌아왔습니다. 언제나 생각하는 건데, 버피버스에서 아이러니를 섞지 않고 이처럼 노골적인 대사를 낭송할 수 있는 사람들은 윌로우와 타라밖에 없는 것 같아요.
TARA: Willow ... I got so lost. 글로리네 아지트로 스쿠비 갱을 인도하는 사람은 정신 나간 타라입니다. 하지만 타라는 정신이 나간 도중에도 글로리의 다른 희생자들보다는 낫더군요. 자일즈를 바라보며 '살인자!'라고 외치는 장면을 보면, 이 친구는 정신이 나가도 뭔가 특별한 능력이 있는 모양입니다. 타라가 자기 정신으로 돌아온 뒤 처음으로 윌로우와 한 건 오래간만에 본 조인트 마법이군요. 왜 얘들이 이걸 자주 하지 않았는지 궁금했습니다.
아냐와 잰더 종종 보면 아냐는 착한 일을 참 열심히 합니다. 그것도 목표를 세워놓고 도전하는 것처럼 해요. 아냐에게 '선한 일'이란 인간성을 획득하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하여간 야구 방망이를 들고 글로리의 아지트로 뛰어드는 아냐의 모습은 오늘 에피소드 중 몇 안 되는 밝은 장면이었어요. 잰더가 아냐에게 청혼을 했습니다. 근데 잰더의 본심을 아냐가 제대로 찔러 본 건 사실인 듯 해요. 세계 종말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면 잰더는 청혼하는 데 훨씬 뜸을 들였을 겁니다. 잰더의 엄청난 실수였어요. 이 친구가 이 짓만 안했어도 6시즌은 훨씬 밝아질 수 있었습니다.
자일즈 버피버스에서 살인은 아주 중요한 죄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사방이 식인 괴물들과 시체들로 넘쳐나는 시리즈인데도 그렇죠. 시리즈는 '슬레이어의 살인'이라는 소재를 상당히 여러번 다룹니다. 2시즌의 'Ted', 3시즌의 'Consequences', 6시즌의 'Dead Things'가 바로 그 주제를 다룬 에피소드들입니다. '힘을 가진 자의 책임'은 이 시리즈에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만약 하나씩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슬레이어가 자신의 살인을 정당화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되겠어요? 자일즈의 살인이 흥미로운 건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 에피소드에서 살인은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영웅은 의도적인 살인을 해서는 안되지요. 자일즈의 살인은 겉보기에 완벽한 도덕적 승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비교적 더러운 잡일을 처리할만한 제2인자의 존재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듯 합니다.
기타등등 버피가 던 대신 자살할 수 있었던 논리인 '서머스 가족의 피'는 좀 약한 논리 같지 않던가요? 아무리 던이 버피의 몸을 빌어 태어났다고 해도요. 다른 평행 우주에서 뛰어나온 러브크래프트식 괴물들은 차원의 문이 닫힌 뒤 어디로 갔을까요? 특히 날개달린 용은요? 소문에 따르면 텍사스로 날아갔다가 주경계선을 넘자마자 격추되었다고 합니다만. :-) 버피가 죽었으니 6시즌은 어떻게 될까요? 더그 페트리는 BBC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 Buffy died at the end of season five, so in season six there's no Buffy. She's dead, she's gone, that's it, it's over. So, it will be a lot of sitting around talking, drinking coffee, missing her. A lot of homework, a lot of doing taxes. Someone will buy a car at some point in the season. That was David Fury's pitch I believe, and that's pretty much, it. It will be a lot like Friends, but not as funny. (02/06/18)
DJUNA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