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세뱃돈을 받아서 그 돈 넣을 지갑을 사고 나면 넣을 돈이 없는 사태가 늘 발생했어요 . 지갑을 사기 위해 설날을 기다렸는지 허무를 즐기기 위해 일부러 그랬던 건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요.

비슷한 종류의 허무감을 들게 하는 것이 설거지한 그릇 말리기입니다. 건조대에 널어 말리는 걸 좋아해요 . 그런데 뜨거운 물을 쓰지 않는 이상 그릇이 완전히 마르는 데는 의외로 시간이 꽤 걸립니다. 조금 삐딱하게 놓으면 퇴근 후까지 소량의 물이 남아있기도 하죠.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서 세 끼니를 챙겨 먹다 보면 아침 설거지해서 널어 놓은 그릇이 점심 차릴 때쯤 마르더군요. 굳이 이걸 건조대에서 걷어서 싱크대에 넣었다가 다시 꺼내 음식을담는 일을 되풀이합니다. 왠지 그러고 싶어요.

세탁을 하고 나면 몸을 움직였으니까 샤워를 하고 싶어지는데 그러고 나면 또 빨래가 나오고, 욕실청소도 마찬가지죠.

세탁물통도, 식기건조대도,욕실도 기분 좋게 바짝 말라서 아무 것도 없는 시간이 거의 없어요.
아래 콘도 같은 집 글 보니 갑자기 벌떡 일어나 건조대 그릇 철수와 세탁물통 비우기와 욕실 청소를 하고 싶어 근질근질합니다. 이런 게 있는 이상 콘도 같은 집은 사진에서만 가능할 듯. 그 집도 제 집처럼 가려진 어딘가엔 세탁물이나 건조 중인 그릇 같은 게 있을 거예요. 하다 못해 건조된 그릇이 아직 방치된 식기세척기라도.
식기 건조기나 세척기 속 그릇들은 언제 치우세요? 다 마르면 즉시? 아니면 그 그릇이 필요할 때나 치워서 반쯤 보관함화? 아니면 저처럼 시치푸스의 그릇?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813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719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7702
75153 드디어 금요일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황금빛으로 가득한 냉장고를 개방합니다! [6] chobo 2013.07.05 3052
75152 남자와 여자의 연애스타일이 다르다는 건 잘 알려졌지만 [12] 닌스트롬 2013.07.05 4142
75151 수목 드라마 시청률 [3] 달빛처럼 2013.07.05 2181
75150 [바낭] 책이 안 읽혀요. [4] 가라 2013.07.05 1968
75149 이 놀이기구 탈 수 있겠어요? [8] 가끔영화 2013.07.05 1662
75148 올드 팝 - pilot on the airwaves [1] theforce 2013.07.05 921
75147 진중권 트위터 해킹당했네요. [12] 유상유념 2013.07.05 7544
75146 할머니가 되는게 두려워요. [16] 스위트블랙 2013.07.05 4453
75145 푸념에 대한 감사와 저의 이야기 - 전글에 이어지게 되는군요. [6] 늦달 2013.07.05 2188
75144 바퀴벌레 ㅠㅠ [2] Ricardo 2013.07.05 1306
75143 감시자들 [8] 그리스인죠스바 2013.07.05 3110
75142 혹시 빛을 보면 재채기하는 분 계신가요? [22] 잉여로운삵 2013.07.05 5330
75141 효리 상순이와 가을에 결혼하는군요 [11] 가끔영화 2013.07.05 5447
75140 지금 무릎팍 [1] 메피스토 2013.07.04 2358
75139 [윈앰방송] 우울한 인디, 모던락 ZORN 2013.07.04 866
75138 진짜 사나이 vs 용서받지 못한 자 [5] 샤워실의 바보 2013.07.04 2560
75137 네이버 웹툰 '수업시간 그녀' [18] 스위트블랙 2013.07.04 4937
75136 이틀 전 화요일 정독도서관 저자 강연 기록, 후기 (한윤형, 박해천 콘크리트 유토피아 -콘유 저자) [3] nishi 2013.07.04 2524
75135 [바낭] 오늘자 '너의 목소리가 들려' 잡담 [17] 로이배티 2013.07.04 3267
» 설거지와 그릇 관련 허무한 일 [9] 안녕하세요 2013.07.04 254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