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인간우월주의

2011.12.28 23:36

callas 조회 수:3496

저는 강자와 약자의 구분에 있어서 인간과 동물을 굳이 구분해서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인간과 다른 존재의 고통을 같은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않는 인간중심적 사고가 얼마나 크게 뿌리내려 있는지 새삼 느낍니다. 

 

산채로 벗기는 동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러한 인간의 잔인함은 선택의 문제다. 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인간의 놀라운 냉정함과 이성과 인간중심사상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강자의 인간이 약자의 인간에게 행하는 착취와 학대에는 기겁하면서도,

강자의 인간이 약자의 동물에게 행하는 착취와 학대에는 매우 이성적입니다.

 

이런 태도에는 두 가지 지배자적 심리가 깔려 있겠죠.

하나는 우월한 입장에서 인간은 지구를 지배하고 있으므로 그럴 권리가 있다. 동물의 열등성과 인간의 우수성을 비교할 때, 그들은 양육강식에서

진 패배자일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들을 착취할 권리가 있다.

 

두번째는 냉소적인 입장에서 인간은 어쩔 수 없이 다른 존재를 착취한다. 그것은 엄연한 현실이며, 그것을 바꾸기는 불가능하다. 네가 그렇게

호들갑 떨며 이야기할지라도 마찬가지로 너도 나와 같은 착취범이다. 인간은 그 누구도 다른 인간의 착취를 비난할 권리가 없다.

 

 

서양의 제국주의나 혹은 그 잔해, 그리고 일본인의 한국인 착취 등에 대해서는 모두들 분개하고,

강자가 행하는 약자에 대한 약탈에 대해 그 야만성에 대해서는 맹렬히 비난하는데도,

인간이 행하는 동물에 대한 착취에 대해서는 이렇게까지 다른 잣대를 들이대어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물론 저도 육식을 하고, 또 도살을 간접적으로 묵인하고 있고, 마찬가지로 동물을 착취하지 않는다고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아니 솔직히 말해

저 또한 동물을 착취하는 입장임이 분명하지만,

그렇더라도 그들이 당하는 엄청난 고통의 일부가 내 큰 희생이 아니라, 나의 작은 불편한 선택에 의해 줄어들 수 있다면, 강자의 입장에서

약자인 그들의 상황을 이해해 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요. 인간사회에서 약자의 상황에 놓인 인간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다면 인간은 아니더라도 인간에게 있어 마찬가지로 약자의 입장인 동물의 고통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이렇게 말하면 다른 동물의 이만한 고통도 분명 있을텐데 왜 그건 무시하느냐. 라고 할지 모르겠는데, 세상이 하루아침에 바뀔 일도 아니고 제일 끔찍해보이는 것부터, 하지만 가장 우리의 생존권을 덜 위협하는 일부터 행하게 될 수 밖에 없지 않나요. 설마 모피를 입지 않으면 생사의 위협을 느낀다고 하시는 건 아니겠죠).

 

동물에 대한 잔인함은 당연하게 선택의 문제다. 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 왜 이렇게 당연한거죠.

 

아무리 동물이라지만, 나 자신이 약자의 상황에 놓여보았다면, 비록 인간은 아니더라도, 약자인 그들의

입장을 생각해볼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많은 것은 못해주겠죠. 어차피 우리는 동물을 죽일 수 밖에 없겠죠. 그렇더라도 그들이 그렇게 최악의 고통을 겪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런 비참한 죽음만이라도 막을 수 있게 하자는 이야기가 그렇게 듣기 싫고 이해가 안되는 사항일까요.

 

 

어차피 동물과 인간을 다르게 생각하시기 때문에 이해 못하겠지만, 인간의 피부를 산 채로 벗겨서 입고 다니는 외계인을 생각하면

참 끔찍하지 않나요. 이 말이 매우 비이성적이고 유치하고 감정적으로 들리시겠지만, 인간은 이성 뿐만이 아니라 감정도 있어야

인간이라고 생각해요.

 

네.. 그래도 결국 인간은 동물과 다르다고 하겠죠. 어찌 감히 이 대단한 인간님들과 하등한 동물을 같이 비교하겠어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837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740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7911
40977 모피를 입는 친구에게 모피 생산의 잔인함을 말하는 것 [14] hybris 2011.12.29 3589
40976 이전 글 삭제했습니다. 그리고 사과드립니다 [13] 루이스 2011.12.29 3343
40975 <치즈인더트랩> 2부 28화 혼란(2) [3] 환상 2011.12.29 4054
40974 '짝'에서 제일 우울한 장면 [4] 루비 2011.12.28 3651
40973 요즘 좋아진 국내 남자 배우 [2] 프레데릭 2011.12.28 1739
40972 새로 나온 비비씨 위대한 유산 [10] ginger 2011.12.28 2256
40971 돈없이 1인 출판을 하는 방법. [3] 자본주의의돼지 2011.12.28 2614
» 대단한 인간우월주의 [13] callas 2011.12.28 3496
40969 요리나 음식에 대한 책이 없을까요? [10] 살아 움직이는 2011.12.28 1576
40968 올해의 3대 키워드라고 하네요. [4] 전기양 2011.12.28 2107
40967 듀게에서 예전에 소개받았던 다이어리식 웹툰이었는데.... [7] mockingbird 2011.12.28 1639
40966 김문수인데 그래서 뭐 어쩌라고.jpg [15] fan 2011.12.28 5207
40965 오래된 인력거를 보고(스포 전혀 없음) 무도 2011.12.28 776
40964 전 500일의 썸머 보다 울었어요. [4] 마르세리안 2011.12.28 2669
40963 다른 직업도 그렇지만, 많은 기자들은 죽을맛이겠어요. [7] catgotmy 2011.12.28 2482
40962 각막염이 심각한데 병원좀 알려주세요 [1] 살구 2011.12.28 842
40961 듀9) 한미 FTA가 의료계에 주는 영향에 대해서 한국 외통부의 공식적인 정리 자료가 있을까요? Jordi Savall 2011.12.28 872
40960 김문수 녹취파일 [32] 안희 2011.12.28 5173
40959 오늘 하이킥... [16] DJUNA 2011.12.28 1777
40958 전 지오디팬이었어요 ^^ [15] 감동 2011.12.28 246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