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에서 에이리언 2 까지

2024.09.18 12:57

돌도끼 조회 수:254

제임스 카메론은 로저 코먼의 뉴월드 영화사를 퇴사하고 자메이카로 갔습니다. [피라냐]의 속편을 찍기 위해서였죠.
[피라냐]는 코먼이 제작한 영화였지만, 코먼은 영화를 만든 뒤에 협업했던 이탈리아 제작자에게 속편 권리를 넘겨버렸습니다. 속편을 만드는 이탈리아 제작자가 코먼의 회사에서 일하던 카메론을 감독으로 스카웃한 거였습니다.

이제 감독된다고 좋아라했던 카메론은 현실이 자기 생각과 완전히 다르단 걸 깨닫게 되고, 영화도 본인 생각과 완전히 다르게 나왔습니다. 크레딧에서 자기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지만 그것도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이게 개봉되면 이제 막 시작한 감독인생은 그대로 쫑나는 거 거의 확정... 망했다고 생각한 카메론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자구책을 강구합니다. 자기가 직접 시나리오를 써서 감독을 겸한다는 조건으로 끼워팔기를 하자는 결론을 내고는 각본을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카메론이 내세울 경력이라고는 뉴월드에서 한동안 특수효과쪽 일을 한 것 밖에 없으니, 각본에는 반드시 특수효과를 이용한 장면이 들어가야 했습니다. 그래야 자기가 감독을 해야한다고 주장할 당위성이 생기니까.
그렇다고 특수효과를 너무 많이 넣으면 제작비가 상승해서 자기같은 듣보에게 감독을 허락할 확률이 낮아지게 되니까, 전략적으로 짜낸 아이디어가, 미래에서 온 주인공들이 현대를 배경으로 지지고볶는 이야기였다고 합니다.

작전(?)이 성공해, 완성된 [터미네이터] 각본으로 카메론은 감독직을 따내게 됩니다. 헴데일 영화사가 돈을 대고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주인공으로 낙점해 어느정도 사전작업까지 진행되어 있었는데, 당시 아놀드가 [코난] 2편을 찍고있던 때라서 그 영화 끝날 때까지는 [터미네이터] 제작은 중단됩니다. 그래서 카메론은 거의 1년 가까이 백수로 버텨야만 하는 신세가 됩니다. 망했다고 생각한 카메론은 영화 각본을 써서 팔아보자 마음먹습니다.

각본가로서도 카메론은 듣보인 걸요. 제시할 포트폴리오가 달랑 [터미네이터] 각본 하나뿐이니, 그걸 샘플로 썼다고합니다. 원래 그러면 상도덕에 어긋나는 건데(이미 팔린 시나리오니까) 초짜라서 영화사 관례같은 것도 몰랐고... 어쨌든 효과는 있어서 각본일을 따내게 됩니다. '이거 우리가 사겠다'고 연락해온 곳도 있어서 이미 헴데일한테 팔린 영화라고 해명을 하기도 해야했다고...

브랜디와인 프로덕션의 '데이빗' 가일러와 '월터' 힐은 당시 SF 영화를 준비중이었는데, 월터 힐도 각본가로 이름난 사람이긴 했지만 SF쪽엔 문외한이라서, 마침 [T] 각본을 보고는 '이친구 SF 좀 하는구먼'하고 생각한 가일러는 카메론한테 연락합니다.


하지만 그 준비중이던 프로젝트는 무산되었다고 하고(뭐 SF판 스파르타쿠스 비슷한 거였다는듯...) 망했다고 생각하고있는 카메론에게 가일러는 [에이리언] 속편을 제안합니다.

그리고 동시기에 또 한편의 각본 의뢰가 들어옵니다. 캐롤코에서 [람보] 속편의 각본을 카메론에게 맡긴 거였습니다. [람보]는 당시로서는 보기드물게 미국보다 해외시장에서 훨씬 더 많은 돈을 번 영화였습니다. 이런 기현상이 영화의 폭력성 때문이라고 판단하고서는 2편은 좀더 폭력성을 강화시킬 참이었는데, '이친구 폭력물 좀 쓸줄 아는구먼'하고 [T]의 각본을 쓴 카메론에게 연락한 거였다고 합니다.

이렇게 두편의 속편이 동시에 들어오게 된 거에 대해 이야기가 엇갈리는데, 두 회사가 서로 자기가 먼저 카메론을 찜했다고 대판 싸웠다는 이야기도 있고, 사이좋게 서로 추천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어쨌든, 두편의 시나리오중에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고민에 빠지게된 카메론은 '난 둘 다!'를 시전합니다.
그리고는 말도 안되는 시간표를 짰답니다. 하루에 몇페이지씩 써서 몇일 안으로 하나 완성하고 다시 몇일 안으로... 뭐 이런식으로. 사람이 머리속에서 행복회로가 돌아가는 동안에는 현실을 무시하게 되니까요.

[람보 2] 각본을 먼저 쓰게 되었는데, 일단 완성해서 제출했지만 카메론 각본의 스토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스탤론은 결국 자기가 직접 각본을 새로 썼습니다. 대신에 영화의 주요 액션장면은 카메론의 것을 그대로 썼답니다. 그래서 크레딧에는 스탤론과 카메론의 공동각본인 걸로 올라갔습니다.
카메론은 스탤론이 퇴짜놓았다는 말을 듣고는 그냥 망했구나 생각하고 있다 영화가 나온 다음에야 공동각본으로 자기 이름이 올라간 걸 알았다고 합니다. 극장에서 영화를 봤더니 자기가 썼던 것과는 완전 다른 이야기였다고...

[람보 2]에 예상보다 너무 시간을 많이 소비해서, [에이리언 2]의 작업에 들어갔을 때는 이미 [T]의 촬영개시일이 코앞에 임박해, 겨우 몇일밖에 안남은 동안 줄거리만 대충 썼다고 합니다.
카메론이 약속을 지키지 못한 거에 대해 가일러는 노발대발했습니다. 망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카메론에게 가일러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가일러는 카메론이 쓴 걸 마음에 들어했고 시간 얼마든지 줄테니 이거 완성시켜보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T]의 촬영이 시작되었고, 카메론은 주촬야필하면서 [에이리언 2]의 각본을 써갑니다. 쓰고있는 동안에 엉뚱한 생각이 들게됩니다. '이거 내가 감독하고 싶다'.
[터미네이터]야 저예산 영화니까 자기같은 듣보한테도 기회가 왔지만 [에이리언]은 메이저가 만드는 블록버스터ㅂ니다. 누가 그런 영화에 자기를 써주겠습니까.(더군다나 [피라냐 2] 감독을...) 그래도 한번 부탁은 해보자...생각했습니다.

[터미네이터]가 개봉된 후.
가일러는 카메론이 [에이리언 2]의 감독을 하는 걸 흔쾌히 승낙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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