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02 11:13
'깐수' 정수일이요.
소시적에 아랍인 대학교수가 사실은 북한 간첩이래?! 라고 하길래 진짜 놀랐고, 간첩 조작사건이 아닐까 했는데 진짜 간첩이었어서 다시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진짜 아랍인처럼 생겼었거든요. (콧수염빨이 좀 있긴 했지만.)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사형까지 구형받았는데, 감옥에서 엄청난 학술서를 저술...하다가 특사로 나왔습니다. 지금도 연구활동 잘 하고 계시고요.
중국 용정에서 출생.. 모국어가 한국어인데 당시 만주국 시절이라 교육을 일본어로 받음.
베이징대학 아랍어과 입학. 당연히 중국어로 교육받음. 수석졸업했으니 아랍어도 잘 함.
중국 국비 장학생으로 이집트 카이로대학으로 유학감. 주 모로코 대사관에서 외교관으로 일함. 그러나 중국의 소수민족 차별에 실망하여 북한으로 귀화 결심. (귀화할 때 외교부장관도 말리고 저우언라이 총리도 말림. -.-;;;;)
북한에서 평양외대 교수로 일했으나 생각과 다른 북한의 현실에 다시 실망. 북한에서는 그를 간첩훈련시킴. 레바논, 튀니지 등에서 국적세탁 실패하다가 필리핀에서 국적 취득하고 '무함마드 깐수'라는 신분이 되어 한국으로 입국.
한국에서 연세대 어학당에서 한국어 배우(는 척하)고 결혼까지 하고 교수까지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북한으로 첩보를 보내는 간첩 활동을 하다가 1996년 들킴.
여기에서 반전이 있었는데..!! 북한에서도 이미 결혼을 하여 딸이 셋이나 있었던 것.
반전이 또 있었는데...!! 북한으로 보낸 첩보라는 것이 전부 언론 보도를 정리한 수준이라서 남들도 다 아는 내용인 데다가, 심지어 아랍 역사나 아랍학문에 대한 학술적 내용도 보내서 북한에서는 이뭐병이라고 짜증냈을 것 같다는;; (북한의 아랍학이 낙후된 것이 걱정되어 보냈다고 --;;;;;)
반전이 또 있다면...!! 남한 아내는 이 사실을 알고도 극진히 옥바라지를 하고 설득하여 결국 전향을 이끌어냈음.
반전이 또 있는데..!! 이 모든 파란만장한 과정 중에서도 연구를 미친듯이 해서 놀라운 학문적 성취를 이룸. (중국 총리가 괜히 귀화를 말린 게 아님)
아까 말하다 말았는데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아랍어 말고도 구사하는 언어가 더 많이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학문은 러시아어 원전으로 많이 배우므로 걍 자연스레 익힘. 영어는 공용어니 당연히 익힘. 독일어는 아랍어 고전 연구에 필요해서 어쩌다 익힘. 프랑스어는 모로코 체류시 업무 목적으로. 스페인어는 모로코 체류시 접할 기회가 많아서. 페르시아어는 이란인과 자주 어울려서. 마인어는 말레이시아 대학 교수 시절. 필리핀어는 필리핀 국적 세탁용으로.
삶 자체가 역사와 정치에 얽혀들어 드라마틱한데, 본인의 능력이 넘사벽 먼치킨이란 점에서 저는 가장 극적인 인물로 이 분을 선택하고 싶네요. 인생사가 드라마틱한 사람으로는 503도 있지만 이 사람은 그냥 태어나길 공주로 태어나서 그렇지 개성 면에서는 매우 단조로운 사람이고요. 문재인대통령은 역시 드라마틱하지만 줄곧 정의롭고 멋지기만 해서 반전이란 게 없어서요..
2018.02.02 11:22
2018.02.02 11:33
50~60년대면 남한보다 북한이 훨 잘살았고 또 사회 분위기도 포용적이었죠. 이후 숙청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그 당시에는 북한이 꽤 괜찮아보였을 거예요.
2018.02.02 11:24
2018.02.02 11:34
파란만장한데 무지막지하게 연구를 지속하셨다는 것이 뽀인뜨. 저는 인생이 파란만장하다는 핑계로 넋 놓고 살았을 것 같은데요 ㅋ
2018.02.02 11:25
앨런 튜링이 떠오르네요..
2018.02.02 11:35
그래도 정수일은 나름 해피엔딩..?
2018.02.02 11:27
2018.02.02 11:35
인생에 현대사가 다 함축되어 있네요..
2018.02.02 11:45
과연 제목처럼 드라마틱, 파란만장하군요. :O
2018.02.02 16:39
다들 본인이 생각하는 1위를 안 써주시고 피드백만 주시네요. 흑흑.
2018.02.02 16:41
2018.02.02 19:42
깐수라는 인물을 기억 해내느라 조금 고생했어요. 와... 기억력도 좋으시지 ㅎㅎ
보통은 노무현-문재인 두 콤비를 떠 올릴거 같와요. 각각 나눠서 보면 말씀하신 것처럼 2% 부족한데 콤비로 연결해 보면 또 이만한 드라마도 없죠.
그래도 깐수라는 사람이 너무 압도적이긴 하네요;
2018.02.03 23:13
쓰다 만 반전이 더 있는데, 사형선고 받기 전에 필리핀으로 강제추방되는 옵션도 있었는데 거부했다고 하지요. 조선인이니 그냥 재판 받겠다고..
2018.02.02 23:16
사범대 나와 교사하다가 만주로 건너가 일본군 장교에서 해방 후에는 조선공산당원으로, 여순사건 이후 극적으로 전향해서 보신 후에 젊은 장교들을 모아 쿠데타로 결국 독재자에까지 이른 박정희도 한 드라마 하지 않나요. ㅋㅋㅋ
여담이지만 쿠데타 직후 1960년대에는 박정희의 좌익 경력이 꽤 논란이 되었다고 합니다. 진보당 출신들을 비롯해서 혁신계 원로들은 그래서 오히려 박정희에 거는 기대가 컸었죠. 반대로 반공 입장이 뚜렷한 이들은 친북 군인들의 쿠데타 아니냐며 불신했고요. 강원용 목사의 회고록에도 이런 정황이 잘 드러나 있죠. 웃긴 건 정작 강목사는 박정희 정권 하에서 용공으로 몰려서 정치적으로 탄압 받았다는 것. 서로 상대방을 빨갱이로 지목하며 공격하는, 전후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시대가 부각되는 대목이죠.
2018.02.03 23:14
그러게요. 집권 전도 파란만장하거니와 독재 중에 한 악독한 짓들만 모아도... 히틀러 뺨칠 듯 합니다. 하아.
2018.02.03 09:41
박정희의 드라마를 그대로 안고 자신만의 드라마를 새로 쓴 박근혜도 상당히 드라마틱한 인물이죠. 미화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그의 삶을 들여다보는 영화가 언젠가는 나오겠죠. 외국영화로 대입해서 생각해보면 어떤 톤의 영화가 되려나요..
2018.02.03 23:17
박근혜는 내면이 복잡한 사람은 아니라서 좀 심심하지 않을까 합니다. 대부분의 시기를 백수로 살았으니..
와 저정도로 어릴때부터 세상을 널리 두루 다녀보고 학식도 쌓은 사람이 왜 북한으로 갔었을까요. 역시 인간은 재밌는 존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