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만, 비트코인에 대해 쓰다

2018.02.01 12:41

겨자 조회 수:2121

노벨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만이 2018년 1월 29일 비트코인에 대해 칼럼을 썼습니다. 

주1] 번역은 대강대강 했습니다. 정확한 원문을 읽고 이해하실 분은 링크를 따라가시기 바랍니다. 
https://www.nytimes.com/2018/01/29/opinion/bitcoin-bubble-fraud.html

요전날 나의 이발사가 자기 돈을 전부 비트코인에 집어넣는 게 어떠냐고 물어왔다. 만일 1년 전에 이발사가 비트코인을 샀다면, 사실 지금쯤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한편, 1635년에 튤립 구근을 산 네덜란드 투기꾼들도 잠깐은 기분이 좋았다. 1637년에 튤립가격이 폭락하기 전까진.

그래서, 비트코인은 탄식속에 사라질 거대한 버블인가?  그렇다. 그러나 이건 자유주의자 (리버테리언) 이데올로기의 고치 속에 기술-신비주의의 껍질로 두른 버블이다. 이 껍질들을 벗겨내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대해서 배울 점이 몇가지 있다. 

그동안 동굴 속에 사느라고 비트코인에 대해서 들어보지 못했다면, 비트코인은 “암호화폐”의 가장 잘 알려진, 가장 큰 예다. 암호화폐는 물질적 존재가 없고, 컴퓨터에 저장된 디지털 정보일 뿐이다. 일반적인 은행 계좌도 디지털 기록일 뿐인데, 암호화폐가 다른 점이 무엇인가 하면, 암호화폐는 어느 특정 금융기관의 서버에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비트코인의 존재는 여러곳에 나뉘어져서 기록으로 존재한다. 

그리고 당신의 소유권은 당신의 정체를 밝힘으로서 입증되지 않는다. 대신, 비트코인의 소유권은 비밀암호를 가졌냐로 결정된다. 암호 작성/해독술에서 나온 기법으로, 당신이 선택하지 않은 정보를 누설하지 않고도 가상통화에 접근할 수 있게끔 한다. 

꽤 훌륭한 트릭이다. 그런데 이게 뭐에 쓸모가 있을까?

원칙적으로, 전자적으로 뭘 지불할 때 비트코인을 쓸 수 있다. 하지만 데빗 카드나 페이팔, 벤모 등등도 그렇게 쓸 수 있다. 그리고 비트코인은 투박하고 느리고 비싼 지불방식이다. 사실, 비트코인 컨퍼런스에서 조차도 참석자에게 받을 지불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거부하기도 한다. 거래에 비트코인을 써야하는 이유가 딱히 없다. 남들이 당신이 뭘 사나 혹은 뭘 파나 보지 않기를 바란다면 모르겠지만 – 그래서 실제 비트코인이 마약, 성매매, 혹은 다른 암시장 거래에 이용되는 거겠지만.

그래서 비트코인은 디지털 현금이 아니다. 이건, 일종의, 100달러짜리 디지탈 지폐다.  비트코인처럼, 100달러짜리 지폐는 일상 생활의 매매에 큰 쓸모가 없다. 대부분의 상점이 받질 않는다. 하지만 벤자민 프랭클린의 초상화는 도둑들, 마약 거래상들, 세금 회피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래서 우리들 대부분은 100달러짜리 지폐를 구경할 일 없이 몇년이고 사는가 하면, 세상에는 100달러짜리 지폐가 엄청나게 많이 나와 있다. 1조달러 어치가 말이다. 이건 현재 유통중인 미국 화폐의 78%를 차지한다. 

그러면 비트코인은 100달러 자리 지폐보다 우수한가? 그래서 당신이 현금으로 가득찬 여행가방을 들고다닐 일 없이 비밀거래를 할 수 있게할까? 그렇진 않다. 왜냐하면 중요한 특징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현실과의 끈이다. 

근대의 달러는 불태환 화폐 (신용화폐) 이긴 하다. 황금으로 보증되는 것도 아니다. 그 가치는 미국 정부가  세금 내라 할 때 그 화폐를 지불방식으로 받아들이느냐, 사실은 요구하느냐, 에 달려 있다. 달러 구매력은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에 의해 안정되는데, 만일 인플레가 너무 높으면 달러의 공급을 낮추고, 디플레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달러의 공급을 높인다. 그리고 100달러짜리 지폐는, 물론이지만, 이 대략 안정된 달러의 100만큼 값어치가 있다. 

이에 반해 비트코인은 고유한 가치가 전혀 없다. 현실과의 끈이 부재할 뿐더러 비트코인이 뭔가에 사용될 수 있는 용도가 매우 한정되어있다. 따라서 당신은 가격이 거의 순수할 정도로 투기적이고, 따라서  가격이 놀라울 정도로 불안정한 자산을 가진다. 지난 6주동안 비트코인은 40% 정도의 가치를 잃었다. 만일 비트코인이 실제 화폐라고 한다면, 이는 1년 인플레율 약 8천퍼센트와 맞먹는다. 

아, 그리고 비트코인이 현실과의 끈이 부재한 특성 때문에 시장 조작에 취약하다. 2013년에 단 한 명의 트레이더가 비트코인 가격을 일곱배 올린 일이 있었다. 지금은 누가 가격을 만들고 있나? 아무도 모른다. 어떤 관찰자는 북한이 개입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비트코인에 일찍 투자해서 엄청나게 돈을 번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글쎄, 버니 매도프에게 투자한 사람들도 한참 동안은 엄청나게 돈을 번 것처럼 보이더라. 

버블이라면 세계적인 전문가인 로버트 쉴러(예일대 교수)도, 자산 버블은 “폰지 게임처럼 자연적으로 생긴다”고 지적한다. “버블에서는 초기 투자가는 돈을 많이 벌고 새로운 투자가들이 끌려오는데, 이 이윤이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온다. 이 과정이 몇년간이자 계속된다. 사람들이 현실을 깨닫게 되거나 아니면 더이상 끌려올 호구가 바닥났을 때, 파티는 갑자기, 그리고 고통스럽게 끝난다. 

암호화폐와 관련해서는 한가지 더 고려할 점이 있다. 이건 버블이다. 하지만 이건 또 광신적 종교이기도 하다. 사악한 정부들이 그들의 돈을 뺏어가고 있다는 피해망상적인 판타지로 인해 시작된 사이비 종교다. (반대로 개인 해커들은 주목할 만큼 많은 비율의 현존하는 암호화폐 토큰을 훔쳐간다). 비트코인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쓰는 언론종사자들은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것만큼 증오에 가득찬 이메일을 불러오는 소재가 없더라고.  

그래서, 아니, 내 이발사는 비트코인을 사지 말았어야 했다. 이건 곧 참혹하게 끝날 거다. 그리고 빨리 끝날 수록 더 좋다. 



주2] 이 글은 투자에 대한 권고도, 경고도 아닙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어떤 투자의 결과에 대해서도 저는 일체 책임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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