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29일 서지현 (사법연수원 33기) 검사는, JT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안태근 전 검사의 성추행 사실을 밝힙니다. 2010년 10월 30일 법무부장관을 수행하고 온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 안태근씨가 서지현 검사를 강제추행했다는 것입니다. 


기사 링크 보시면, 검찰조직 이미지 실추, 피해자의 2차 피해를 이유로 고민하던 중 소속청 간부들을 통해 사과 받기로 했다고 서검사는 전합니다. 그런데 안태근 전 검사는 사과도 하지 않았고, 서검사는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서검사는 전합니다. 안태근 전 검사는 온누리 교회에서 신앙간증을 하고 기독교인이 되었습니다. 이 신앙 간증의 클라이맥스는 "나름대로는 깨끗하고 성실하고 열심히 살아오면서, 공직사회에 적응을 해왔습니다. 그것때문에 상사들이나 동료, 그리고 후배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고, 또 소위 말하는 인사때마다 중요한 보직에 배치되면서 순탄하게 공직생활을 해왔습니다 (동영상 0:54-1:19)"더군요. 

이에 대해 안태근 전 검사는 "오래전 일이고 문상 전에 술을 마신 상태라 기억이 없지만, 보도를 통해 당시 상황을 접했고 그런 일이 있었다면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라고 말합니다. 묘(妙)한 코멘트입니다. 여러분은 "기억이 없다"는 말의 묘를 아시나요? 만일 "그런 일은 없었다"라고 말하면 거짓말이냐 아니냐를 따져야 합니다. 그러나 "기억이 없다"고 말하면 거짓말이 아닌 것이죠. 왜냐하면 안태근 전 검사의 두뇌를 뒤져서 그런 기억이 있는지 없는지를 밝혀낼 수는 없으니까요. 만일 "그런 일은 없었다"라고 말했는데, 당시 목격자가 한 명이라도 나온다든가, 아니면 당시 소속청 간부 중 한 명이라도 그런 일이 있었다 라는 증언이 나온다든가, 문건이 하나라도 나타나게 되면, 그때는 거짓말이 밝혀지게 되죠. 현재 임은정 검사는 법무부 감찰팀에서 조사한 바 있다고 글을 쓴 상태입니다. 


"그런 일이 있었다면" 이라며 단서를 붙이는 건 진심이 아닙니다. 그런 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본인이 모르는데 어떻게 진심으로 사과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이건 사과도 아닌 것이죠. 만일 서검사가 '소속청 간부들을 통해 사과를 받기로 하는 선에서 정리가 되었습니다. 그 후 어떠한 사과나 연락도 받지 못하였으나,'라는 멘트를 떠올려본다면, 지금 이렇게 사과하잖아. 사과 받고 먹고 떨어져, 설마 이런 뜻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 사건에 대한 일부 한국인 페이스북 유저들의 반응이 절망스럽습니다. 일단 무조건 얼굴 평가부터 시작하더군요. 피해자가 예쁘다느니 아니라느니 인형같다느니 그러나 품고 싶지는 않다느니 아주 가관이더군요. 한 발 더 나가서 왜 그동안 신고를 안했느냐 지금에 와서 인터뷰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정치를 할 맘이 있는 게 아니냐 읽고 있노라니 정신이 아득해지더군요. 제가 얻어맞은 것처럼 몸이 아픕니다. 제 주변에 지금 성추행 당한 다음 조직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2차피해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세상에 정말 악한 사람들이 많네요. 거기에 비하면 문유석 판사의 MeFirst는 얄밉지만 그나마 인간의 반응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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