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EBS 과학다큐에 심취해 있습니다. 얼마 전에 소개해 드린 해외 과학다큐도 재미있었지만 


<EBS 과학다큐 비욘드>라고 EBS에서 직접 제작한 다큐도 최근 아주 흥미진진한 내용을 방송하고 있더군요. 


얼마 전 방송한 해외 다큐 <우리의 미래>에 나온 내용들에 대한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과도 같은 


재미있는 다큐들을 요즘 연속해서 방송하고 있어요. 


어젯밤에 방송한 "가상, 현실의 미래"에서는 그냥 실감나는 오락, 혹은 신기한 체험 정도로 생각했던 가상현실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더군요.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배우고 가치관을 형성하죠. 이렇게 행동해라 저렇게 행동해라 백날 말로 들어도


자신이 직접 체험하지 않은 것은 잘 받아들이지를 못해요. 


그래서 특정한 경험을 통해 형성된 생각이나 가치관을 바꾸기는 굉장히 힘들죠. 


그런데 가상현실은 사람들에게 실제 경험과 비슷한 정도의 강렬한 경험을 하게 만들 수가 있어서 


그런 가상의 경험을 통해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겐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간단한 예로 난폭운전 습관이 있는 사람에게 백 번 천 번 안전 운전을 하라는 말을 해도 별로 효과가 없지만 


난폭 운전을 했을 때 심각한 교통사고를 겪는 가상현실 경험을 몇 번 하게 되면 실제 사고를 당한 것과 


비슷한 정도의 강렬한 체험 때문에 그 사람의 생각이 훨씬 효과적으로 바뀔 수 있을 거예요. 


또한 우리가 현실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것들, 남자가 여자가 된다든지, 백인이 흑인이 된다든지 하는


그런 경험들을 가상현실에서는 할 수 있네요. 이 다큐에서는 백인 여성이 흑인 여성이 되는 가상현실 경험을 


한 후에 인종에 대한 내재적 편견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보여주기도 해요. 


말로는 설득하기 힘든, 그 사람의 입장에 서보지 않고는 이해하기 힘든 것들을 가상현실로 이해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이 저에겐 굉장히 희망적으로 느껴집니다. 


가상현실을 통해 내가 다른 사람이 되어 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자신의 경험의 틀에 갇혀있지 않은,  


훨씬 많은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다큐에서는 사람들이 곤충이 되는 체험을 하는 장면도 나와요. 간접 경험이 아닌 직접 체험의 강도로 


경험의 폭을 엄청나게 확장시켜줄 수 있는 도구를 가질 수 있다면 사람들은 정말 많이 달라질 수 있을 거예요. 


미래에는 윤리 교육을 책이 아닌 가상현실로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환자, 노인들이 가상현실을 통해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고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나 모험을 즐길 수도 있게 될 테죠. 


가상현실을 통해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가난한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멋진 자연이나 문화적 체험의 폭도 훨씬 넓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 유튜브를 통해 돈 한 푼 없는 사람도 좋은 음악, 영화, 강좌 등을 볼 수 있는 것처럼요. 


가상현실을 시각이나 청각적으로뿐만 아니라 후각, 미각, 촉각, 우리의 모든 감각에서 가능하게 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던데 한 가지 흥미로운 연구 결과는 우리의 감각이 달라지면 우리의 몸이 실제로 달라질 수가 있더군요. 


예를 들어 후각이 마비되면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몸에서 지방이 빠지는 효과가 나타나는데 만약 가상현실이


어떤 감각을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어떤 감각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효과를 줄 수도 있다면 이렇게 어떤 감각을 


차단함으로써 우리의 몸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몰라요. (예전에 전자코에 관한 다큐를 봤는데 후각을 상실하면 


상한 음식을 모르고 그냥 먹을 수도 있고 음식이 타는 냄새나 가스 냄새 등을 맡지 못해 일상생활 속에서 상당한 위험에 


처할 수 있으니 살 빼려고 일부러 후각 마비시키려는 시도는 하지 마시길... ^^) 


사실 가상현실과 관련해서는 좀 부정적인 인상을 갖고 있었는데 (게임 중독처럼 진실이 아닌 것에 몰입하게 만들 것 같다는...) 


요즘 과학다큐들을 보며 여러 긍정적인 측면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가상현실이 앞으로 떠오르는 사업 분야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어떤 가상현실 콘텐츠가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지, 


혹은 어떤 가상현실 콘텐츠가 사회를 더 바람직하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어요.  


다음 주 목요일에 방송하는 "생명연장의 과학, 텔로미어"도 아주 재미있을 것 같아요. 


텔로미어 길이를 연장할 수 있다면 노화가 오는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데 80세나 100세까지도 질병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보여주려나 봅니다. (늙어가는 게 두려우신 분들은 한 번 보시길 ^^) 


<EBS 과학다큐 비욘드>는 매주 목요일 밤 9시 50분에 EBS1에서 방송합니다. 


이제까지 방송된 모든 다큐를 무료로 다시 볼 수 있어요. (날짜 제한 없음) 


다시보기: http://home.ebs.co.kr/beyond_ebs/replay/4/list?courseId=10027453&stepId=10030459


지난 주에 방송한 "진실을 밝히는 힘, 과학수사"도 아주 재밌었어요. (표창원 의원이 진행자로 나오더군요.) 


종이컵에서도 지문을 검출할 수 있었네요. (유리컵이나 플라스틱컵만 되는 줄) 


유전자 정보로 범죄자의 얼굴까지 알아낼 수 있다는 사실도 정말 놀라웠어요. 


"로봇, 사람의 몸 속으로 들어가다, 닥터 로봇", "교통혁명의 신호탄, 하늘 나는 자동차"도 재밌을 것 같아서 오늘 보려고 해요. 


"웨어러블 로봇, 강화인간을 꿈꾸다", "전자코, 미래 인류의 생존을 사수하다", "미래 식량, 새로운 먹거리의 탄생"은


예전에 봤는데 아주 재밌었어요. 미래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이 다큐들도 한번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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