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m.entertain.naver.com/article/609/0000847048


감사대상자 중 한 명은 조사 과정에서 경영권 탈취 계획, 외부 투자자 접촉 사실이 담긴 정보자산을 증거로 제출하고 이를 위해 하이브 공격용 문건을 작성한 사실도 인정했다.

대면 조사와 제출된 정보자산 속 대화록 등에 따르면 어도어 대표이사는 경영진들에게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매각하도록 하이브를 압박할 방법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 지시에 따라 아티스트와의 전속 계약을 중도 해지하는 방법, 어도어 대표이사와 하이브 간 계약을 무효화하는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또한 '글로벌 자금을 당겨와서 하이브랑 딜하자', '하이브가 하는 모든 것에 대해 크리티컬하게 어필하라', '하이브를 괴롭힐 방법을 생각하라'는 대화도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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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창작자와 자본가의 관계에서 "모든 것은 돈 대준 사람이 짱이다" 같은 논리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 논리야말로 아이돌의 노예계약이나 멜론의 음원 스트리밍 불공정 수익정산 같은 사태를 일으킵니다. 결국 자본이 창작작업이나 결과물을 완전히 휘두르고 창작을 하는 사람을 자본에 종속시킵니다. 창작 역시도 노동이라는 면을 본다면 자본가는 창작자에게 갑의 위치를 차지하는 판매자나 사용자의 위치만을 주장해서는 안됩니다. 그래서 이 사태를 "쩐주 방시혁을 감히 뒷통수친 민희진" 이라고 보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에 대해 정확한 해명 대신 자꾸 아티스트를 언급하는 민희진의 태도는 불쾌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는 이 모든 논란이 본인이 아티스트를 보호하기 위해서 생긴 논란인것처럼 주장합니다.


만약 그가 뉴진스를 기획하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행할 때 하이브에서 통제가 심했다고 하면 그래도 심정적으로 이해할만한 측면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민희진은 어도어에서 뉴진스를 기획하는데 어떤 간섭도 받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을 자기가 진두지휘했고 뉴진스의 성공은 자신의 공로가 크다는 인터뷰도 했었죠. 즉, 뉴진스를 키우는데 그는 온전한 창조력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계획했던 대로 하이브의 주식지분율을 조정하고 민희진이 1대 주주가 되었다고 하면 달라지는 것은 딱 하나입니다. 뉴진스의 매출에서 자신의 수익을 훨씬 더 크게 가져올 수 있다는 것 뿐입니다. 즉 이 건은 민희진이 뉴진스를 기획하고 운영하는데 있어서 더 큰 자본주의적 보상을 받고자 하는 것 뿐입니다. 그게 안통하니까 이와 같은 짓을 저지른거죠. 


민희진의 창조성은 당연히 인정받아야합니다. 저는 그가 현재 받는 연봉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아야하고 어도어의 지분을 현재보다 더 많이 가져갈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 같은 논리로 주장하려면 그는 자신의 공로만을 자본주의적으로 계산해서는 안됐습니다. 왜냐하면 "뉴진스"라는 아이돌은 철저하게 협업에 의해 이뤄진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인 250이 있었고 어도어 소속의 안무가 블랙큐가 있었습니다. (하입 보이의 하이라이트 안무는 블랙큐가 짰습니다!) 그 외에도 수많은 협업자들의 공로가 있었습니다. 그가 만약 자신의 공로를 더 정확하게 계산하길 바랬더라도, 자신만의 몫을 요구해서는 안됐습니다. 그러나 본인의 공로를 정산하고자 하는 방법이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기에 민희진의 이 같은 경제적 쿠데타는 뉴진스의 문화적 가치 및 아티스트를 보호하기 위한 투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냥 자신의 탐욕으로 폭주하는 모양새로 보이니까요.


저는 이 사태가 데이빗 핀처의 [소셜 네트워크] 중 한 시퀀스와 겹쳐서 보입니다.



저커버그는 하버드 동문인 윙클보스 형제와 나란드라에게 데이팅 소셜 프로그램의 개발을 의뢰받습니다. 저커버그는 이 서비스가 생각보다 큰 잠재력이 있다는 걸 알고 시간을 질질 끌다가 자신이 먼저 그 아이디어를 도용한 웹사이트를 내놓습니다. 후에 윙클보스 형제와 나란드라는 페이스북의 아이디어를 도용당했다며 저커버그를 고소합니다. 윙클보스 형제 측의 변호사가 이를 캐묻자 저커버그는 아무 관심도 없다면서, 자신은 오로지 페이스북에만 온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방에 있는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지적이며 창의적인 작업"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다고요. 


이 주장에서 눈여겨볼만한 지점은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아이디어의 독창성이고, 또 하나는 그것을 실현해낼만한 수행력이죠.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이 자신의 발명품이자 아이디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 두가지 지점 때문입니다. 저는 민희진이 뉴진스를 바라보는 인식이 이와 매우 유사하다고 느낍니다. 누가 자본을 댔든, 그 전에 어떤 컨셉이 참조사항으로 있었든, 실제로 뉴진스를 만들고 아이디어를 냈다는 건 민희진 자신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페이스북이 자산으로서 가진 경제적 가치도 자신이 독점하는 게 맞다고 주장합니다. 내가 창조했으니, 내가 모든 수익성을 갖는게 맞다는 이 관념에서 저는 창조의 지분과 자본주의의 지분이 명확하게 개념 구분이 안되어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내가 만들었으니, 이 회사가 내 것이다... 이 때 "만들었다"의 개념은 어디에서 어디까지를 창조로 인정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만들어서 낸 이익은 어디까지 창조자의 몫이 될 수 있을까요. 가이사르의 것은 가이사르에게. 방시혁의 것은 방시혁에게. 작금의 뉴진스의 성공에 대해 불공평하게 느꼈다 할 지라도 민희진의 민희진의 것만을 가져가려했다면 이 사달이 났을까요. 마크 저커버그는 윙클보스 형제에게 거액의 합의금을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민희진은 당시 마크 저커버그의 상황보다 훨씬 더 나빠보입니다. 오후 세시에 입장발표가 있다고 하는데 어떤 말을 할지 솔직히 별 기대가 되지 않습니다. 


민희진님 죄송합니다 당신의 한을 몰랐군요... 

사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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