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2016.07.29 15:02

여은성 조회 수:774


 1.한 사장과 대화하다가 남자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구매력도 매력도 가지지 못한 남자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요. 그가 방 안에서만 살고 그가 방 안에서만 산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있어도 그 남자의 현관 앞에 누구도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이죠. 어떤 나쁜 짓도 저지르지 않아도 존재하는 것만으로 멸시와 조롱을 받는 기분으로 살아야 하는 인생을 상상해 보라고 했어요.


 물론 이건 불가능한 일이었어요. 새로 BMW를 뽑은 거냐고 하면 '아 이거? 그냥 타라고 누가 주던데?'라고 대답하는 여자가 그걸 어떻게 이해하겠어요? 경험은커녕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은 애초에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니까요.


 사장은 남자는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는 둥의 피상적인 이야기를 하며 그런 남자도 운동을 하고 깔끔하게 옷을 차려입고 문 밖으로 나가서 사람들에게 다가가면 분명 기회가 있을 거라고 했어요. 그렇게 말하는 사장을 보며 그 점에서는 사장이 행복한 인간이구나 하고 주억거렸어요. 비참함을 알지도 상상하지도 못하는 점에 대해서요. 비참함을 알고 있으면 비참함을 상상하게 되고 상상하는 동안은 그것이 현실처럼 느껴지니까요. 


 휴.


 의무만 해내야 하고 혜택은 없는 어떤 우주의 어떤 남자가 지금 이 순간 무엇을 상상하고 있을까 하는 상상을 가끔 하곤 해요. 정확히는 의무를 해내는 게 아니라 피할 수 없어서 온몸으로 맞아야 할 뿐이겠지만 말이죠. 여기서 아이러니한 점은 수컷의 혜택을 누리는 승리한 사회의 수컷들은 의무를 쉽게 피해나가곤 한다는 거죠. 아마도 그 남자는 우주의 파괴를 상상하고 있지 않을까 짐작하곤 해요. 


 그리고 우주가 절대 스스로 파괴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될 정도로 나이를 먹는다면 그는 상상하는 건 그만둘거예요. 우주가 자신을 파괴하기 전에 자신이 우주를 얼마나 파괴할 수 있을까 하는 계산과 계획을 그리고 있겠죠. 



 2.사람들이 진짜로 분노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이 하찮다는 사실뿐이예요. 내가 직접 관찰한 현 세대에서 다른 사람의 처지나 정의따위를 위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오랫동안 투자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어요. 그러는 경우는, 그게 자신의 브랜드인 경우뿐이었죠.



 3.늘상 말하지만 포장은 싫어요. 사람들이 하는 모든 일은 자기자신을 위한 거잖아요. 엠마 로버츠의 '남자애들이 여자애들에게 뭘 사준다는 건 빨아달라고 하는 거야.'는 정말 명언이예요. 



 4.휴.



 5.여자들에게 왕자님이 필요 없다고 하는 티셔츠 말인데...그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남자든 여자든, 누구나 그럴 여건만 된다면 다른 사람들이 보는 곳에서 흔들어 댈 트로피와 다른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가지고 놀 토이를 원하지 공주님이나 왕자님 따위를 원할 리가 없는 거죠. 


 공주님이나 왕자님들은 우리와 맞먹으려고 들잖아요. 누가 자신과 맞먹으려고 하는 사람을 옆에 두고 싶어하겠어요? 사람들은 대등하게 대화할 수 있는 상대를 원한다고 말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자세히 보면 늘 상대를 몇 밀리미터 가량씩은 내려다보며 미묘한 우위를 즐기고 있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5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80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311
126079 마이클 잭슨 Invincible (2001) new catgotmy 2024.04.26 29
126078 [KBS1 독립영화관] 믿을 수 있는 사람 [2] new underground 2024.04.26 34
126077 뉴욕타임즈와 조선일보 new catgotmy 2024.04.26 76
126076 프레임드 #777 [1] new Lunagazer 2024.04.26 23
126075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우리나라에서 개봉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1] new 산호초2010 2024.04.26 99
126074 한화 이글스는 new daviddain 2024.04.26 63
126073 낚시터에서 들은 요즘 고기가 안잡히는 이유 [2] new ND 2024.04.26 208
126072 토렌트, 넷플릭스, 어중간하거나 명작인 영화들이 더이상 없는 이유 [2] new catgotmy 2024.04.26 179
126071 [왓챠바낭] 전 이런 거 딱 싫어하는데요. '헌터 헌터' 잡담입니다 [5] update 로이배티 2024.04.25 315
126070 에피소드 #86 [4] update Lunagazer 2024.04.25 51
126069 프레임드 #776 [4] update Lunagazer 2024.04.25 50
126068 ‘미친년’ vs ‘개저씨들‘ [1] update soboo 2024.04.25 698
126067 Shohei Ohtani 'Grateful' for Dodgers for Showing Support Amid Ippei Mizuhara Probe daviddain 2024.04.25 45
126066 오아시스 Be Here Now를 듣다가 catgotmy 2024.04.25 85
126065 하이에나같은 인터넷의 익명성을 생각해본다 [2] update 상수 2024.04.25 272
126064 민희진 사태, 창조성의 자본주의적 환산 [13] update Sonny 2024.04.25 1128
126063 3일째 먹고 있는 늦은 아침 daviddain 2024.04.25 124
126062 치어리더 이주은 catgotmy 2024.04.25 195
126061 범죄도시4...망쳐버린 김치찌개(스포일러) 여은성 2024.04.25 320
126060 다코타 패닝 더 위처스, 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 거야(...), 악마와의 토크쇼 예고편 [3] 상수 2024.04.25 18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