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29 02:26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토대로 쓴 글입니다. 반대 사례가 있다거나 하면 대환영입니다 :D
친구들이 저에 대해 좀 신기해 하는 건, 제가 동양인 친구들이 별로 없다는 거에요. 대충 머릿속으로 세 보니 진짜 친구라고 할 만한 사람들은 셋 정도 되는 거 같네요. 왜냐고 물어보면 전 "안 찾아다니니까" 라고 답해요.
매디슨엔 동양인 유학생이 숫자만 보면 꽤 많아요. 정확한 통계는 지금 못 찾겠지만 전체 유학생이 4500명 안팎이고 그 중 중국인 한국인 유학생들이 제일 많을 거에요, 아마. 근데 전 그 친구들을 볼 때마다 뭐랄까, 오지랖 섞인 안타까움이 좀 드는데, 도대체 왜 유학을 와서까지 자기 나라 사람들이랑'만' 붙어다니냐는 거죠. 물론 케바케고, 영어가 잘 안 된다거나 하면 우리나라 사람 한둘을 친하게 둬서 도움을 받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죠. 하지만 외국 나와서 자기 나라 사람들이랑만 몰려다니고 (그 와중에 영어가 제대로 늘 리는 없고) 하는 게 좀 아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유학 가시는 분들, 특히 그 나라 말 배우려고 가시는 분들께 조언을 하나 드리자면, 그러지 마세요. 한국인과 아예 연을 끊으라는 게 아니에요. 한국 사람'만' 찾아다니면서 모든 걸 해결하지 말라는 거죠. 뇌라는 건 단순해서, 자신에게 필요로 하지 않는 건 잘 배우려고 하지 않고,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건 그냥 지가 알아서 저장을 해 두는 장기에요. LA나 시카고 한인타운에 눌러 살면 몇십 년이 가도 영어 안 늘어요. 늘 필요가 없거든요.
일례로 사촌이 하나 있어요. 얘는 미국에서 태어났고 한국에 있다가 저보다 한참 전부터, 대충 초등학교 때부터 미국에서 살았는데 저번에 가족들끼리 외식하러 갔다가 좀 멍 때리는 상황이, 자랑인지 모르겠는데 얘 영어가 저는 고사하고 제 동생이랑 비교해도 별반 나을 게 없는 거에요. 원인은 그 전에 들어 알고 있었죠. 얘는 LA에 살았는데,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LA 한인타운은 그냥 한국이에요. 우리나라 사람이랑만 친구하고 교류하니 영어건 뭐건 진전이 없는 거에요. 뭐 얘야 시민권자고 유학 온 게 아니니 별 문제는 없긴 하죠.
반대로 전 미국 올 때 일부러 한국인 별로 없는 동네를 찾아 왔어요. 결과는 꽤 성공적이었다고 봐요. 자랑 좀 하자면, 친구들은 제가 2000년대 후반에 미국 왔다고 말해주면 시민권자라고 해도 믿겠다고 놀라곤 해요. 주변에 친구 먹을 한국인이 없으니 좋든 싫든 영어를 배우게 되는 거죠.
동양인 친구가 없다보니 간혹 듣는 질문은 "혹시 니가 살짝 인종차별을 해서...?"가 있는데, 이건 다시 통계로 돌아가면 오해가 풀려요. 유학생 4500명은 많은 숫자 같긴 하지만 문제는 전체 학생 수가 3~4만명에 육박한다는 거죠. 비율적으로 열 명 중 두 명이 안된다는 거죠. 그러니까 일부러 찾아다니지 않는 선에서 비미국인 친구 두셋은 (친구가 많지 않아서) 꽤 정상적인 숫자라는 겁니다. 더군다나 다른 동양인 학생들이 위에 쓴 것처럼 자기들끼리만 몰려다니면 낯선 사람한테 말 잘 안 거는 저 같은 사람은 더더욱 친해질 길이 적어지고요.
유학의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어요. 영어를 더 잘하고 싶어서, 외국 나가 공부하면서 경험을 쌓고 싶어서, 인맥을 넓히고 싶어서 등등. 하지만 그 중 어떤 걸 노리든지 자기 나라 사람들이랑만 붙어다녀서 얻을 수 있는 건 아무리 봐도 없는 거 같네요. 휴가를 목적으로 나온 게 아니라면.
2014.07.29 03:04
2014.07.29 03:25
2014.07.29 04:06
11년차에 접어든 전....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그냥 사람 만나는거 자체가 너무 귀찮;;; 문득 생각난 이유는 사람에 대한 기대가 갈수록 줄어드는거 같습니다. 요기까진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였구요.
말씀하신 내용이 정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절한 노력을 하는게 먼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질적으로 낯선 존재?와 쉽게 어울리는 사람도 있긴하지만 일반적인 경우에는 어느정도 용기도 필요하고 운도 따라야겠지만 중요한건 의지를 갖고 노력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그 노력에는 꽤 괜찮은 성과가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구요.
2014.07.29 04:41
2014.07.29 07:37
물론 그렇죠. 오히려 본문을 따른답시고 한국사람을 피해다니면 좀 많이 웃기는 꼴이 나죠
2014.07.29 05:18
앞에분이 말씀하신대로 (특히나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면) 유학생 인맥도 중요할 겁니다. 그리고 좋은 학교일수록 더 그럴 거에요.
2014.07.29 05:48
저도 8년차고 가족이 있다보니 한국 사람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했는데, 돌아가는 문제를 고려해보자니, 같은/인접 필드의 한국 분들과 좀더 돈독하게 지낼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comeduan님이나 nadju님 말씀도 일리가 충분히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1-2년 단기로 유학 나온 거 아니라면 외국 경험, 외국인 경험이야 할만큼 하는 것도 있고요.
2014.07.29 07:08
문화적인 차이는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유학생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동양이나 한국문화에 특별한 관심이 있지 않은 이상 정서적으로 교류하긴 쉽지가 않더군요. 그니까 친해져도 표면적으로 친하지 한국인 친구같은 느낌은 안들더라고요. 물론 제 영어실력이 떨어지는 게 근본원인이겠지만. 아 같은 동양인은 상대적으로 그런 문제가 적긴 합니다.
2014.07.29 07:35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굳이 도움이 된 걸 찾아보자면 사람 많이 가는 학교 이벤트(농구 시합이라던가)를 꼬박꼬박 출석을 찍은거랑 특별활동을 하고 싶은 걸 여러가지 한 게 아닐까 싶네요. 친구들한테선 보통 동양인이 받으면 기분 상할 수도 있는 질문들을 (무심하게?) 다 받아주는 게 편하게 느껴진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2014.07.29 09:12
어학연수라면 원글님이 말씀하신 것이 백번 옳습니다만, 유학이라면 영어 배우러 간 것이 아니라 전공 공부를 하러 간 것이죠. 영어도 늘면 물론 나쁠 거야 없지만, 아무리 그래도 전공 공부가 우선이 되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좀 더 말이 잘통하고 좀더 공부 열심히 잘하는 사람들과 더 자주 모여서 스터디도 할 수 있는거죠. 그리고 위에 몇분도 지적하셨지만, 유학 간 김에 외국서 눌러 앉을 생각이면 모르겠는데, 한국에 다시 돌아와서 자리를 잡고 싶으시다면, 조금 생각을 달리 하실 필요가 있을 겁니다.
2014.07.29 09:23
저도 위에 쓰신대로 어학연수가 아니고 "생활"인 이상 친구 사귀는 건 좀 복잡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인 유학생은 둘째치고 유학생 자체가 거의 없는 대학원과정을 다녀서 수업도 과외활동도 거의 미국인들과 어울렸지만 가끔 마음에 맞는 한국인 학교 친구가 아쉬웠습니다. 생활이 팍팍할 수록 더 그렇죠. 회사에 매일 수츠 갖춰입고 와서 인턴십 하는 모 아이비리그 대학생이 있는데 (유학생이라고 하더군요), 이렇게 팍팍하게들 사는데 --제가 학부생땐 코흘리고 놀...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친구 정도는 원하는대로 사귀면 좋겠어요;
2014.07.29 09:59
2014.07.29 10:20
한 5 년전쯤의 저였다면, 아마데우스님의 의견에 맞아맞아 이러며 고개를 끄덕였을 거예요. 하지만 요즘의 제가 깨달은게 있다면 친구를 사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친구가 어떤 언어를 쓰느냐가 아니라, 바로 그게 '그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친구가 되고 싶었고, 그 친구도 나를 발견하고 내 곁에 머물러 그의 삶의 몇 순간들을 함께 할수 있었던 거겠죠.
2014.07.29 10:45
대략 공감하고요. 근데 저게 맘먹는다고 되는건 아닌거 같아요. 결국은 개인의 성격인것 같습니다. 한국사람과 어울리는게 편하고 즐거운데 억지로 배제하면 그게 또 얼마나 스트레스가 되겠습니까. 저같은 경우는 나와서 만난 한국사람들 대부분이 저와 맞지않는 타입들이라 자연스레 멀리하게 된것도 있고 아는 한국인이 없다는게 전혀 아쉬운적이 없어서 그대로 편히 지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또 외국인친구가 많은것도 아니고.. 음...결국 심플한 인간관계에 익숙해져 심플하게? 살고있네요^^;;
2014.07.29 12:31
한국에 살아도 한국인 친구보다 외국인 친구가 훨씬 더 많은 데 저는. 서울에 살면 뭐.. 전세계 각국에서 온 온갖 친구들을 다 사귈 수 있죠. 영어공부가 목적이라기 보다는.. 문화교류하는 게 넘 재밌고 좋아요 ^^ 나이 들면서는 확실히 한국인들이 좀 재미 없어지기도 했구요. 뭐 좀 하려면 '니가 나이가 몇인데' 이 소리 나와서;; ㅎㅎ
그사람들이 그걸 몰라서 몰려다니는건 아닐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