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
론 프리드먼 Ron Friedman

감독
리처드 키넌 Richard Kinon

주연
린다 카터....원더우먼/다이애나 프린스
Lynda Carter....Wonder Woman/Diana Prince
라일 와고너....스티브 트레버
Lyle Waggoner....Steve Trevor
리처드 이스트햄....블랑켄쉽 장군
Richard Eastham....Gen. Blankenship
비어트리스 콜린....에타 캔디
Beatrice Colen....Etta Candy
앤 프랜시스....롤라 플린
Anne Francis....Lola Flynn
크리스타 헬름....리타
Christa Helm....Rita
딕 반 패튼....잭 우드
Dick Van Patten....Jack Wood
바비 밴....몬티 번즈
Bobby Van....Monty Burns
린지 블룸....티나
Lindsay Bloom....Tina
폴레트 브린....미치
Paulette Breen....Mitzie
린다 카펜터....베시
Linda Carpenter....Betsy

시놉시스
1942년 5월 새벽 매릴렌드의 포트 러셀의 터널에서 폭발이 일어납니다. 누군가가 들어가는 트럭에 폭탄을 장치한 거죠. 전쟁부에서는 최신식 레이더 탐지기가 개발 중인 부대 세 곳에서 사보타지가 일어난 것에 대해 염려합니다.

보안을 점검하기 위해 포트 러셀을 방문한 트레버와 다이애나는 그 곳에서 유명한 코미디언인 잭 우드가 진행하는 '미스 G.I. 드림 걸 콘테스트'라는 미인대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우드 일행이 사보타지가 일어난 세 부대를 모두 방문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트레버와 다이애나는 이들과 사보타지 사건들이 연결되어 있다고 믿게 됩니다.

빨간 가발로 변장한 다이애나는 대회 운영자인 롤라 플린을 찾아갑니다. 롤라와 다른 참가자들은 다이애나를 환영하지만 롤라의 파트너인 몬티 번즈와 리타라는 참가자는 못마땅해하지요. 때마침 등장한 잭 우드가 다이애나의 참가를 확정짓습니다.

포트 러셀에서 혼자 차를 몰고 돌아오던 트레버는 두 악당들의 습격을 받습니다. 때 맞추어 등장한 원더우먼은 그들을 막지만 악당들은 트레버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걸 제외하면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죠.

전쟁부로 돌아온 트레버는 변신한 (그러나 여전히 안경을 끼고 있는) 다이애나의 모습을 보고 놀랍니다. 잠입근무에 동의한 트레버는 다이애나를 포트 러셀로 돌려보냅니다. 그날 밤 그는 조지 삼촌이라는 가명으로 전화를 걸어 이전의 사보타지 사건에 대한 정보를 전하고 마지막 부품이 완성되는 그날 밤 스파이들을 기다리고 있겠다고 말합니다. 그러는 동안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잭 우드의 마술 조수 제안까지 받은 다이애나에 대한 리타의 질시는 커져만 가고 몬티도 다이애나의 정체를 의심합니다.

그날 밤 다이애나는 원더우먼으로 변신해 기숙사에서 빠져나옵니다. 그날밤 공장에서 잠복해 스파이를 기다리던 트레버는 당연히 머리를 맞고 기절해 쓰러지고요. 스파이가 장치한 폭탄을 발견한 원더우먼은 트럭 테일게이트를 떼어내 폭발로부터 트레버를 구합니다.

밖에서 일어난 소동 때문에 미인 대회 참가자들이 깨어납니다. 리타는 다이애나의 빈 침대와 가발을 발견하고 당장 참가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다이애나가 샤워실에서 나오자 그 주장은 물거품이 됩니다.

소동이 잠잠해지자 아까 폭탄을 장치한 스파이가 기숙사로 들어와 롤라를 부릅니다. 스파이의 정체는 몬티 번즈. 롤라는 이 음모에서 빠지려고 하지만 몬티는 너무 늦었다며 롤라를 막습니다. 여기서 그들의 진짜 음모가 드러납니다. 레이더 탐지기와 관련된 사보타지는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를 암살하기 위한 계획의 일부였지요.

다음 날, 전쟁부에서 트레버가 몬티 번즈의 계획을 완벽하게 밝혀냅니다. 레이더 탐지기를 노리다 실패한 것 같은 사보타지들은 모두 아이젠하워 장군의 스케줄과 경로를 조작하기 위한 음모였습니다. 트레버는 아이젠하워의 비행기와 연락을 시도하지만 실패합니다. 다이애나에게 건 전화는 몬티가 끊어버리고요.

미인 대회와 함께 몬티의 작전이 시작됩니다. 포인트 로보엔 스파이들이 마취탄을 떨어뜨려 군인들을 무력화시킨 뒤 그 자리를 차지합니다. 다이애나를 죽이기 위해 무대 위에 매달린 스피커를 떨어뜨리는 계획도 세웠습니다. 반대하던 롤라는 마술 캐비넷 안에 갇힙니다.

몬티의 계획은 리타의 갑작스러운 참견으로 뒤틀립니다. 다이애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걸 차마 못 본 리타가 다이애나의 의상을 훔쳐입고 조수로 나선 것이죠. 몬티의 음모를 눈치챈 다이애나는 원더우먼으로 변신해 떨어지는 스피커를 잡아냅니다. 다이애나 대신 죽을 뻔한 리타는 살아남고 몬티는 달아납니다. 극장을 찾아온 에타로부터 사정을 들은 원더우먼은 포인트 로보로 달려갑니다.

트레버와 블랑켄쉽 장군은 간신히 포인트 로보 근처에서 아이젠하워의 차를 세우지만 곧 몬티 부하들의 공격을 받습니다. 때 맞추어 도착한 원더우먼은 곧 몬티와 부하들을 막아내는 데 성공합니다. 미인대회에 돌아온 원더우먼은 42년의 미스 G.I. 드림 걸 콘테스트 수상자가 됩니다. 대회장에 다이애나가 보이지 않자, 트레버는 한심하게도 원더우먼과 비교되고 싶지 않아서 숨었다고 믿어버립니다.

전쟁부로 돌아온 트레버는 다이애나와 에타에게 후일담을 들려줍니다. 아이젠하워는 원더우먼은 치하했고 레이더 탐지기는 작동 중입니다. 몬티 번즈의 일당들은 체포되었습니다. 롤라 플린도 마찬가지였지만 잭 우드가 탄원 중이고요. 이 흥분되는 모험에도 불구하고 다이애나가 아무런 동요없이 일상업무로 복귀하자 트레버와 에타는 일벌레라고 놀려댑니다.

1시즌
이번 에피소드부터 원더우먼은 정식 1시즌에 진입합니다. '텔레비전 영화' 딱지를 달고 방영된 앞의 세 편은 시리즈의 성공을 점치기 위한 파일럿들이었으니까요. 과연 이런 식으로 뜸을 들일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괜히 뜸만 들이다가 시즌 길이만 짧아진 게 아닐까요? 전 1시즌과 제2차 세계대전의 분위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1시즌이 2,3시즌에 비해 짧은 게 늘 아쉽답니다.

파일럿 영화들에서 시리즈로 넘어간 뒤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원더우먼의 변신 과정입니다. 앞의 세 편에서 원더우먼은 빙빙 돌면서 천천히 옷을 벗어던졌습니다. 하지만 이번 에피소드부터 꽝하는 불꽃과 함께 갑작스럽게 변신을 하죠.

여기에 대해서는 두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나, 하나씩 옷을 벗어던지는 설정이 너무 야했기 때문에 포기했다. 둘, 그 장면을 만드는 데 너무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서 보다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 아마 두 이유 모두 맞을 겁니다.

새로운 변신 과정은 한가지 의문점을 남깁니다. 도대체 변신 뒤에 옷은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요?

미인대회
이 에피소드는 '미스 G.I. 드림 걸 콘테스트'라는 미인대회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원더우먼] 버전 [미스 에이전트]라고 할 수 있겠죠. 린지 와그너 주연의 [바이오닉 우먼]에서 주인공 제이미 소머즈도 비슷한 미인 대회에 참가해 잠복근무를 한 적 있었으니 이런 설정은 굉장히 흔한 모양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할 수 있겠죠. 미모의 여자 배우를 내세운 시리즈이니 미인 대회를 넣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그냥 넣었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아직 초기였던 여성주도 액션물의 거친 느낌을 커버하기 위해 보다 여성적인 이미지를 넣어줄 필요가 있다고 믿었을 수도 있고요. [원더우먼]의 경우, 원래부터 주인공이 거의 수영복에 가까운 옷을 입고 뛰어다니니 미인 대회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죠.

이유가 무엇이건, 미스 월드 출신인 린다 카터에겐 고향에 돌아온 것과 같았을 겁니다. 물론 작가들이 이 아이디어를 꺼내면서 카터의 이전 경력을 염두에 두지 않았을 리가 없지요. 카터의 팬들에겐 이 배우의 조금 색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전 이 사람이 쓰고 나온 빨간 가발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요.

이 설정은 지금까지 원더우먼의 은신처 역으로만 만족하고 있었던 다이애나에게 활동 기회를 마련해주기도 합니다. 다이애나는 안경을 벗고 적진에 잠입해 탐문수사까지 합니다. 원더우먼의 커버없이 경탄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요. 기숙사에서 신분 노출의 위기를 넘기는 장면 같은 걸 보고 있노라면 원더우먼의 설정의 또다른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다이애나는 눈치없는 트레버와 함께 있을 때는 신분 노출의 위험을 거의 느끼지 않으니까요.

그 때문에 막판에 다이애나 혼자만의 활약을 조금 더 넣어주어도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적어도 리타의 생명을 구하는 건 다이애나 혼자 힘으로 충분히 할 수 있지 않겠어요? 원더우먼의 액션은 아이젠하워를 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고요. 지금 각본에서는 중반까지 상당했던 다이애나의 역할이 갑자기 축소되어 조금 용두사미 같아요. 혹시 변장이 탄로나는 걸 걱정했던 걸까요?

롤라의 역할도 후반부에 조금 더 컸다면 좋았을 겁니다. 역시 설정만 만들어놓고 포기한 느낌이 강해요. 죄의식을 느끼고 소극적으로 저항하는 것만으로는 모자라죠. 뭔가 더 해야 했어요.

스티브 트레버
트레버는 여기서 똑똑한 짓을 조금 합니다. 명탐정처럼 사보타지의 진짜 음모를 밝혀내는 거죠. 잘했습니다. 짝짝짝.

하지만 전후의 사건 전개를 보고 있노라면 이 친구의 지성을 평가해주고 싶은 생각이 휙 날아가 버립니다. 우선 사보타지의 가능성이 있다면서 권총 하나만 들고 홀몸으로 잠복하는 건 뭐랍니까? 아이젠하워가 암살위기에 있다면 가장 먼저 비행기가 착륙할 비행장에 알려야 할텐데 거기만 쏙 빼놓고 다른 데에만 연락하는 건 또 뭐고요?

물론 그가 가장 바보스러워 보일 때는 다이애나가 원더우먼과 동일인물이라는 걸 끝까지 구별해내지 못할 때입니다. 특히 다이애나의 미모를 몰라볼 때는 정말 기가 막히죠. ("Thanks, Diana, I know you'd do a wonderful job. but this calls for a really gorgeous girl. Someone who looks great in a bathing suit.")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원래 군복같은 건조한 유니폼은 입은 사람의 몸매와 미모를 더 잘 살리는 편인데요.

이 경우는 정말 그도 어쩔 수 없긴 했습니다. 설정 자체가 그러니까요. 그러나 반대로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트레버가 위에서 명탐정처럼 행동하는 것도 순전히 억지 설정 때문이지, 캐릭터에서 우러난 것이 아니라고요.

오늘의 대사들
우선 오늘의 건전 대사. 나이 먹은 걸 한탄하는 롤라에게 다이애나가 하는 말입니다. "It's unfair to judge yourself by the criterion of age. A vital, intelligent woman is much more than the sum of her birthdays."

옳은 말이지만 "너니까 그렇지"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습니까? 늙지 않고 몇 천년 씩 장수하는 사람이 이런 소릴하면 진실성이 느껴집니까?

다음은 오늘의 닭살 대사. 위기일발의 순간에 원더우먼이 달려오는 걸 보고 트레버가 하는 말입니다. "there's our luck, General, and it never came in a more beautiful package."

할 말 없습니다. 그냥 온 몸을 벅벅 긁고 싶군요. :-)

언급할 필요가 있는 배우들
롤라 역의 앤 프랜시스는 가장 먼저 언급할 가치가 있는 배우입니다. 이 배우가 출연한 65년 텔레비전 시리즈 [Honey West]는 미국 텔레비전 역사상 최초로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 액션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좀 거창하게 해석한다면, 롤라가 미인대회에서 다이애나를 맞는 장면은 전세대의 액션 주인공이 다음 세대의 주인공에게 세례를 내려주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죠.

앤 프랜시스는 6살부터 광고 모델과 라디오 성우로 활동해온 아역배우 출신입니다. 이 배우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아마 레슬리 닐슨이 진지한 우주선 선장으로 나오는 SF의 고전 [금지된 세계]입니다.

앤 프랜시스와 마찬가지로 딕 반 패튼은 아역배우출신입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건 마흔을 넘긴 70년대부터죠.

70년대 텔레비전 외화 시리즈의 팬들은 반 패튼의 사람 좋은 얼굴을 히트 시리즈 [아들과 딸들 Eight Is Enough]의 톰 브래드포드 역으로 기억합니다. 국내 영화팬들에게는 [High Anxiety]나 [Spaceballs]와 같은 멜 브룩스 코미디의 조연으로 기억할 거고요.

몬티 번즈를 연기한 바비 밴은 전천후 연예인입니다. MGM 영화 팬들은 [Small Town Girl]에서 방방 뛰며 마을을 누비던 그의 모습을 기억하겠지요. 하지만 그가 본격적으로 활동한지 얼마되지 않아 MGM 뮤지컬의 전성기가 끝났고 그는 다른 길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는 텔레비전과 브로드웨이로 무대를 넓혔고 미키 루니의 파트너로 뛰기도 했습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비교적 말년의 작품으로, 그는 80년에 뇌종양으로 사망했습니다. (05/03/29)

DJUNA

기타등등

리타 역을 맡은 크리스타 헬름은 이 에피소드를 찍은 다음 해인 1977년 여름, 참석한 파티에서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