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세계 Forbidden Planet (1956) * * * 1/2

감독
프레드 M. 윌콕스 Fred M. Wilcox

주연
레슬리 닐슨....존 J. 애덤즈
Leslie Nielsen....John J. Adams
월터 피전....에드워드 모비어스 박사
Walter Pidgeon....Dr. Edward Morbius
앤 프랜시스....알테라 모비어스
Anne Francis....Altaira Morbius
워렌 스티븐스....'닥' 오스트로
Warren Stevens....'Doc' Ostrow
잭 켈리....제리 파먼
Jack Kelly....Jerry Farman
리처드 앤더슨....퀸
Richard Anderson....Quinn
얼 홀리먼....요리사
Earl Holliman....Cook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애덤즈 사령관과 모비어스 부녀
[금지된 세계]는 50년대 SF 영화의 최고 걸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그 의견에 모두 동의할 필요는 없어요. 사실 이 영화보다 더 훌륭하고 더 인상적인 50년대 SF 영화들을 뽑는 건 쉬운 일입니다. [금지된 세계]가 [인베이션 오브 바디 스내처즈]보다 더 뛰어나다고 주장하는 건 어렵지 않겠어요?

하지만 [금지된 세계]가 50년대 SF 영화의 '수준'을 끌어올린 작품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당시의 블록버스터였습니다. 대부분 SF 영화들이 B급으로 제작되었지만, 이 작품은 스튜디오에서 대자본을 투여해 만든 A급 영화였습니다. 할리우드는 이 영화를 통해 그들이 전력을 투여하면 어떤 식으로 SF 영화를 만들 수 있는지 보여주었던 것이죠.

'장르의 인정'을 목적으로 하는 영화답게, [금지된 세계]는 여러 모로 폼나는 설정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일단 이 영화는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의 SF 버전입니다. 연락이 끊긴 알테어-4 행성 이민자들이 어떻게 되었나 확인하기 위해 군부대가 파견되고, 그들이 고대 외계 문명의 유적 위에서 마술사와도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과학자와 그의 딸을 만난다는 이 영화의 줄거리는 쉽게 [템페스트]의 줄거리와 연결됩니다. 캐릭터들의 연결도 쉽습니다. 모비어스 박사는 프로스페로고, 알테라 (알타)는 미란다고, 애덤즈는 퍼디넌드 왕자고, 로봇 로비는 에어리얼인 거죠. 누가 50년대가 아니랄까봐, 영화는 프로이트와 정신분석학에서도 꽤 많은 아이디어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이주자들과 군인들을 학살하는 괴물은 바로 물질화된 이드입니다.

그러나 [금지된 세계]에서 진짜로 주목할 건 이 영화의 외모입니다. 이들이 느긋한 여유를 가지고 다양한 특수효과를 통해 묘사하는 알테어-4 행성의 신비스러운 모습은 한마디로 압도적입니다. 네, 물론 특수 효과는 굉장히 낡았습니다. 요새 관객들이 할리우드 SF 영화에 기대하는 사실성 따위는 찾아볼 수 없어요. 하지만 영화의 시각적 인상이 꼭 사실성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로봇 로비가 있습니다. 사전 지식없이 이 영화를 지금 처음 접하는 관객들은 아마 이 우직한 로봇이 당시 관객들에게 얼마나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당시 로비는 SF라는 장르의 화신에 가까웠습니다. 심지어 같은 이름으로 다른 영화에 출연하는 영화 스타가 되기도 했지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영화는 어떻게 낡았을까요? 흠... 그게 좀 웃깁니다.

일단 특수 효과의 수준은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시각적으로 그것들은 여전히 흥미롭고, 그 낡은 느낌도 예스러운 매력을 풍기기 때문이지요.

진짜로 낡은 건 50년대 사람들이 미래를 묘사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이 영화에 나오는 우주선 승무원들은 꼭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휴가나온 해병들처럼 행동합니다. 심지어 이 우주선엔 앞치마를 두른 요리사까지 따로 있답니다. 남자들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알테라가 사방에 키스를 날리는 동안 굶주린 늑대처럼 그녀의 뒤를 쫓는 승무원들의 모습은 한심하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합니다. 순진무구할 정도로 노골적인 프로이트식 접근법 역시 요새는 그렇게까지 진지하게 받아들여질 수 없죠.

전체적으로 각본과 연기는 뻣뻣한 편입니다. 사실 영화엔 제대로 된 스토리라고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알테라를 쫓아다니는 남자들에 대한 멍청한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미란다-퍼디넌드 공식을 따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였을 가능성이 커요. 이유가 어떻건, 애덤즈와 알테라의 러브 스토리는 별다른 설득력이 없습니다. 배우들은 대사를 읊는 것에 만족하고 있고요. 아마 현대 관객들은 애덤즈로 나오는 레슬리 닐슨의 심각한 얼굴을 보기만 해도 킬킬 웃음이 나올지 모릅니다.

아, 물론 전 이 영화를 훨씬 오랫동안 놀려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순진무구함 역시 세월이 흐르는 동안 고유의 매력으로 굳어졌으니, 이걸 불평으로 연장할 필요는 없겠죠. [금지된 세계]는 50년대 관객들에게 주었던 압도적인 충격은 더 이상 제공하지 못하지만, 새로 얻은 말도 안되는 매력은 이를 은근슬쩍 보완해줍니다. 나이를 꽤 잘 먹은 영화예요. (02/08/21)

DJUNA


기타등등

포스터에서 기절한 채 로비에게 안겨있는 정체불명의 금발 여자는 누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