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도널드 페트리 Donald Petrie

주연
산드라 불록.....그레이시 하트
Sandra Bullock....Gracie Hart
마이클 케인....빅터 멜링
Michael Caine....Victor Melling
벤자민 브랫....에릭 매튜스
Benjamin Bratt....Eric Matthews
캔디스 버겐....캐시 모닝사이드
Candice Bergen....Kathy Morningside
어니 허드슨....해리 맥도널드
Ernie Hudson....Harry McDonald
윌리엄 샤트너....스탠 필즈
William Shatner....Stan Fields
스티브 먼로....프랭크 토빈
Steve Monroe....Frank Tobin
헤더 번즈....셰릴 프레이저, 미스 로드 아일랜드
Heather Burns....Cheryl Frasier, Miss Rhode Island
멜리사 드 수자....카렌 크랜츠, 미스 뉴욕
Melissa De Sousa....Karen Krantz, Miss New York
디어드르 퀸....메리 조 라이트, 미스 텍사스
Deirdre Quinn....Mary Jo Wright, Miss Texas
웬디 라켈 로빈슨....레슬리 데이비스, 미스 캘리포니아
Wendy Raquel Robinson....Leslie Davis, Miss California
아시아 드 마코스....알라나 크루슨, 미스 하와이
Asia De Marcos....Alana Krewson, Miss Hawaii

빅터와 그레이시

지난 십 년 동안 산드라 불록은 할리우드에서 가장 평범한 영화들을 전문적으로 만들어 왔습니다. 어떻게 보면 야심이 참 부족한 사람이죠. 불록은 아카데미상을 받거나 엄청난 블록버스터로 줄리아 로버츠를 이길 생각 따위는 없습니다. 그냥 자기를 좋아하는 팬들, 특히 여성팬들을 위해 가벼운 로맨스나 코미디를 제공해주는 것으로 만족하는 모양이에요. 하긴 그런 영화들도 필요하긴 합니다. 불록이 잘 하기도 하고요. 저 역시 [프랙티컬 매직] 같은 영화들은 기분전환용으로 꽤 자주 보게 된답니다.

[미스 에이전트] 역시 불록이 만든 여러 평범한 영화들 중 하나입니다. 불록은 여기서 제작까지 맡았으니 그 사람의 취향과 개성이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났다고 할 수 있겠죠. 내용이 뭐냐고요? 터프하고 외모에 신경 쓰지 않는 FBI 에이전트가 미치광이 살인범을 막기 위해 미스 USA에 참가한다는 겁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이전에도 꽤 많이 나왔지요. 원더우먼도, 제이미 소머즈도 70년대에 한 번씩 겪었던 일들입니다.

물론 여기서 범인이 누구냐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범죄가 미인 대회와 연결되어 있긴 하지만 다른 범인과 동기를 내세워도 특별히 다른 영화가 되지는 않았을 거예요. 중요한 건 범죄가 아니라 그 범죄를 막기 위해 우리의 주인공이 미인 대회에 참가해서 온갖 소동을 일으키고 썩 좋은 등수 안에 들기까지 한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산드라 불록은 포스트 페미니즘 시대 미국 여성들의 대변인 쯤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 배우가 미인대회라는 반동적인 소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몇 가지 분석이 가해질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미인대회에 대한 야유섞인 조롱처럼 보이기도 하고 '좋은 게 좋은 거지'식 타협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사실 둘 다이기도 하죠.

그렇다면 이 영화의 정치적 입장은 무엇일까요?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그냥 좋은 게 좋은 거죠. 이 영화가 하려는 건 정치적 선언을 하는 게 아니라 일반적인 미국 여성 관객들에게 다소 모호한 대리만족을 제공해주는 것입니다. 그건 미인대회에 출전하는 젊고 예쁜 여자들을 놀려대며 즐기는 것일 수도 있고, 평범한 외모의 여자 주인공도 잘 가꾸면 미인이 되어 잘생긴 직장 동료를 낚을 수 있다는 판타지일 수도 있습니다. 다들 그렇게 깊이 있는 주제도 아니고 그 타협주의가 불쾌할 수도 있지만 대중이 늘 진취적일 수는 없는 법입니다. 그런 진취성만 강요할 수도 없고요.

주제를 잊는다면 영화는 대충 볼만합니다. 거의 자동비행으로 움직이는 이야기지만 불록의 그 친근한 매력은 여전하고, 벤자민 브랫은 가끔 웃통도 벗으면서 눈요기가 되어주며, 미인대회 컨설턴트인 마이클 케인도 괜찮은 농담 몇 개를 갖고 있습니다. 설정에 녹아있을 수밖에 없는 드랙퀸 쇼의 분위기도 엉뚱한 재미를 자아내고요. 물론 그게 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도 그 이상을 기대하지는 않았겠죠. (05/03/31)

DJUNA

기타등등

그럭저럭 흥행에 성공한 영화이긴 하지만, 두 장짜리 특별판 DVD이나 속편을 낼 정도는 아니지 않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