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그리핀 던 Griffin Dunne

주연
산드라 불록....샐리 오웬즈
Sandra Bullock....Sally Owens
니콜 키드먼....질리언 오웬즈
Nicole Kidman....Gillian Owens
스토커드 채닝....프랜시스 오웬즈 이모
Stockard Channing....Aunt Frances Owens
다이안 위스트....제트 오웬즈 이모
Dianne Wiest....Aunt Jet Owens
고란 비스닉....지미 안겔로프
Goran Visnjic....Jimmy Angelov
에이던 퀸....게리 할렛
Aidan Quinn....Gary Hallet
에반 레이첼 우드....카일리 오웬즈
Evan Rachel Wood....Kylie Owens
알렉산드라 아트립....안토니아 오웬즈
Alexandra Artrip....Antonia Owens

1.

1998년 산드라 불록은 에스트로젠이 철철 넘쳐 흐르는 두 편의 'chick flick'에 출연했습니다. 먼저 나온 것은 친구한테 남편을 빼앗기고 고향으로 돌아온 전 치어리더 이야기인 [사랑이 다시 올 때 Hope Floats]였고, 그 다음 나온 영화는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요절하게 되는 저주를 받은 마녀를 연기한 이 영화 [프랙티컬 매직]이었습니다. 전 이 두 영화를 헛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산드라 불록은 거의 같은 캐릭터를 연기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고 산드라 불록이 두 편의 똑같은 영화를 찍었다는 말은 아닙니다. 두 영화가 하려는 이야기는 엄연히 달랐지요. [사랑이 다시 올 때]는 비교적 사실적인 배경에서 벌어지는 정상적인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프랙티컬 매직]은 마법과 유령이 뒤섞이는 초현실적인 판타지였습니다.

두 영화 모두 대단한 비평적 성과는 얻지 못했고 흥행 성적도 그저 그랬습니다. 하지만 전 두 영화 모두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이 영화들에게 그렇게 박하게 굴고 싶지 않습니다. 이렇게 뻔한 영화들을 보고 즐거워했다고 죄책감을 느끼고 싶지도 않고요.

2.

[프랙티컬 매직]의 주인공은 샐리와 질리언 오웬즈 자매입니다. 오웬즈 집안에는 마녀 피가 흐르고 있고 두 자매 역시 예외는 아니었죠. 그런데 오웬즈 집안에 흐르는 것은 마녀 피만이 아니었습니다. 먼 조상인 할머니가 자손에게 내린 괴팍한 저주도 함께 흐르고 있었죠. 이 저주에 따르면 오웬즈 집안의 마녀와 사랑에 빠지는 남자는 모두 요절하고 맙니다.

샐리 역시 그 저주 때문에 남편을 잃었습니다. 남편이 죽자 딸 둘을 데리고 어린 시절을 보냈던 이모 집에서 얹혀 살고 있죠. 한편 평범한 삶을 원했던 샐리와는 정반대 성격인 동생 질리언은 수없이 남자들을 갈아치우며 화끈한 나날을 보내다가 지미 안겔로프라는 형편없는 남자와 사랑에 빠집니다.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꼬입니다. 안겔로프로부터 질리언을 구해주려던 샐리는 그만 안겔로프를 독살하게 되었거든요. 자매는 마술로 그를 다시 살려냈지만 살아난 그가 다시 질리언을 죽이려 하자 샐리는 또다시 그를 죽여버립니다. 자매는 그를 뜰에 묻지만 한 번 살아났던 안겔로프의 유령은 질리언의 몸 속에서 나오려 하지 않고...

3.

[프랙티컬 매직]의 가장 큰 단점은 도대체 이 영화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아무도 모르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영화에는 오컬트 호러, 로맨틱한 러브 스토리, 코끝 찡해지는 'chick flick', 초자연적인 코미디가 멋대로 뒤섞여 있습니다. 동네 아줌마들이 수다 떨면서 따사로운 분위기를 잡은 지 1분도 되지 않아 엑소시스트 식 악령과 대결해야 하니까요.

이런 잡다한 장르들이 뒤섞여 있다는 것만으로는 잘못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와 같은 영화도 있으니까요. 사람 고기 먹는 이야기가 가슴 뭉클한 러브 스토리 속에 섞여 있었지만 아무도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모두 너무나 자연스럽게 섞여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프랙티컬 매직]에서는 그런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는 이질적인 요소를 하나로 묶는 단일한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프랙티컬 매직]에서는 그런 게 없어요. 호러는 그냥 호러고 chick flick은 그냥 chick flick입니다.

이런 이질적인 요소를 그냥 섞어도 꽤 괜찮은 영화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런 부조화가 엉뚱한 매력을 더해주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프랙티컬 매직]은 그렇지도 못합니다. 나름대로 자체 논리를 지키려고 하고 있지만, 그게 엉망이거든요. 아까 언급한 동네 아줌마가 악령 물리치기 전에 수다 떠는 부분을 보세요. 바로 전에 나온 발랄한 분위기와 뒤에 나오는 호러 분위기는 전혀 연결되지 않고 억지스럽다는 느낌만 남기지요.

앨리스 호프먼의 원작에는 훨씬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고 합니다. 각본가들이 이야기를 추려내는 동안 관객들에게 먹힐 만한 것들만 뽑아냈던 모양인데, 그 때문에 자잘한 벽돌을 이루어야 했던 요소들이 갑자기 벽처럼 큰 존재가 된 것이 아닐까요? 이건 마치 벽돌 열 개로 진짜 집을 모방하는 것과 비슷할 겁니다.

4.

그러나 전 여전히 영화를 즐겁게 본답니다. 이 영화에는 영어권 사람들이 guilty pleasure라고 말할만한 어떤 것이 있습니다. 이런 식의 마녀 이야기에는 유쾌한 소망 성취적인 요소로 가득하죠. 샐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느니 하면서 투덜거리지만 오웬즈 마녀들은 정말 오손도손 재미있게 살고 있습니다. 바닷가에 위치한 그림처럼 예쁜 집에 살면서 아침으로 브라우니를 먹을 수 있는 삶을 어떻게 따분하다고 하겠어요?

마녀들도 재미있어요. 구식 인형처럼 차려입은 프랜시스와 제트 이모는 보기만 해도 재미있는 사람들입니다. 대책없을 정도로 자유분방한 질리언이나 사방에 굴러다니는 꼬마 마녀들도 귀엽고요. 이들은 궁합도 잘 맞습니다. 니콜 키드먼이나, 산드라 불록이나, 다이안 위스트나, 스코커드 채닝이나, 이처럼 흥겹고 즐거워 보인 적이 없습니다. 네, 산드라 불록은 좀 궁상 떠는 경향이 있긴 해요. 그래도 전체적으로 이 마녀 가족은 활기차고 매력적입니다. 이 가족적인 분위기는 너무 유쾌해서 빠져나오기가 싫어요. 조금만 각본이 더 좋았다면, 감독이 조금만 영화에 애정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정말 괜찮은 영화가 나올 수 있었을텐데. (00/07/08)

DJUNA

기타등등

고란 비스닉이 연기한 캐릭터 지미 안겔로프는 원래 지미 호킨즈라는 텍사스 카우보이였다고 합니다. 비스닉의 동유럽 악센트를 정당화하기 위해 불가리아인으로 바꾸었다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