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존 애브넷 Jon Avnet

주연
캐시 베이츠....에블린 카우치
Kathy Bates....Evelyn Couch
메리 스튜어트 매스터슨....이지 스레드굿
Mary Stuart Masterson....Idgie Threadgoode
메리-루이즈 파커....루스
Mary-Louise Parker....Ruth
제시카 탠디....니니 스레드굿
Jessica Tandy....Ninny Threadgoode
게일러드 사튼....에드 카우치
Gailard Sartain....Ed Couch
스탠 쇼....빅 조지
Stan Shaw....Big George
시실리 타이슨....십시
Cicely Tyson....Sipsey
게리 바사라바....그레이디 킬고어
Gary Basaraba....Grady Kilgore
그레이스 자브리스키....에바 베이츠
Grace Zabriskie....Eva Bates
리처드 릴....스코긴스 목사
Richard Riehle....Reverend Scroggins
그레이슨 프릭....버디 주니어
Grayson Fricke....Buddy Jr.
라숀드라 필립스....어린 노티 버드
Lashondra Phillips....Young Naughty Bird
엔졸릭 오리....어른 노티 버드
Enjolik Oree....Older Naughty Bird
닉 시어시....프랭크 베넷
Nick Searcy....Frank Bennett
기니 파커....루스의 어머니
Ginny Parker....Ruth's Mother

듀나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의 영화판을 보고 계속 갑갑했던 기억이 아직도 나는군요. 이미 원작을 읽고 대충 기대치를 잡고 있었던 저를 끊임없이 괴롭혔던 것은 영화가 너무 얌전하다는 점이었습니다. 마땅히 일정 수준까지 올라가야 할 감정의 분출이 없었어요. 그건 연출과 각색의 미숙함에서 비롯되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전에 의식적으로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었지요.

파프리카 그리고 그게 제 앞에서 투덜거리는 누군가의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비판 제1장이지요. 너무 많이 들어서 거의 외울 것 같습니다. 분명한 동성애 이야기를 주류 관객들에게 끼워 맞추기 위해 뜯어고친 게 불만이라는 말이죠? 그리고 원작과 줄줄줄 비교하며 동성애적 요소가 '거세된' 부분들을 나열하겠지요.

하지만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가 나올 때 까지만 해도 주류 영화계는 동성애적인 요소에 대해 매우 소극적이었습니다. 사실은 지금도 그렇게 달라졌다고 할 수 없어요. 게다가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가 주요 관객으로 예상하고 있던 사람들도 결코 그런 소재를 쉽게 받아들이는 부류가 아니었을 겁니다. 따라서 그때까지만 해도 그건 꽤 상식적인 수준의 각색이었던 셈이죠. 스티븐 스필버그의 [컬러 퍼플]도 마찬가지의 경우가 아니었나요? 그리고 꼭 영화가 소설을 따라가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만약에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의 과거 파트가 '두 여성의 우정' 이야기로 묘사된다고 해도 이야기는 나름대로 되니까 별 문제는 없잖아요.

듀나 이야기가 덜 되니까 문제가 있죠. 이건 동성애운동이나 페미니즘, 기타등등의 어떤 정치적인 '이즘'과도 상관없습니다. 제가 하려는 말은 아주 간단하고 기초적인 것입니다. 만약 두 사람의 강한 정서적 연대감이 이야기의 등뼈를 이루고 있다면, 그 정서적 요소를 감추고 제거하는 것은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물론 동성애적인 요소를 강한 우정으로 고쳐넣을 수는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이야기가 된다면야 문제가 될 건 없겠지요. 그런데 이 영화는 동성애를 우정으로 바꾸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어떻게든 모든 미심쩍은 요소들을 사전에 제거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유명한 '꿀벌의 여왕 bee charmer' 장면을 보죠. 원작에서 이 장면은 루스가 이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는 장면으로, 정말 감정이 폭발하는 부분입니다. 이 장면은 순수하게 정서적인 요소들만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강한 우정으로 고치건 뭘로 고치건 그대로 남겨서 문제가 될 게 전혀 없죠.

그런데 영화판은 이 둘이 분명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까지도 막아버립니다. 그 결과 감정 흐름과 캐릭터가 아주 이상하게 변질되어 버리지요. 특히 메리 스튜어트 매스터슨이 연기한 이지가 가장 큰 희생자입니다. 솔직하고 가릴 것 없으며 다혈질인 이 캐릭터가 이상할 정도로 뭔가 숨기고 있는 것처럼 뒷걸음을 치고 있으니 잔뜩 뒤틀렸다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어요.

파프리카 영화 속의 이지가 꼭 소설 속의 이지와 같은 인물일 필요는 없죠, 뭐.

듀나 다른 부분에서는 그냥 원작을 따라가는 걸요. 그 결과 캐릭터의 일관성이 사라집니다.

파프리카 하지만 소설도 주저하는 건 마찬가지인 걸요. 소설 속에서 이지는 분명히 레즈비언입니다. 하지만 패니 플래그는 이지와 루스의 관계를 묘사할 때, 지나치게 머뭇거립니다. 이들이 커플이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과연 그들이 성관계까지 맺는 사이였는지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어요? 아, 물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죠. 하지만 소설에서는 단 한군데도 그들의 관계를 분명하게 묘사하는 부분은 없어요. 그 때문에 소설의 루스는 예쁘게 탈색되어서 마치 드레스덴 도자기 인형처럼 흠없어 보이기만 보입니다.

그에 비해 영화에서 메리 루이즈 파커가 연기한 루스는 훨씬 생동감 넘치고 매력적입니다. 파커가 추가한 약간 맹한 유머 감각과 분명한 개성 때문에 영화판 루스가 원작보다 훨씬 낫죠. 게다가 영화에서는 루스가 이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법정에서 고백하기까지 합니다. 물론 그 고백에 성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뭐, 우리가 지금 다루는 건 정서적인 면이잖아요?

듀나 영화의 루스가 발전된 캐릭터라는 점은 부정할 생각이 없네요. 부정한 적도 없고요.

파프리카 지금까지 우리는 루스와 이지가 나오는 과거 파트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었는데요,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는 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영화는 스레드굿 부인과 에블린 카우치의 이야기이기도 하지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 둘 다 불만이 없는 것 같은데요...

듀나 여기서도 과거 파트와 마찬가지로 약간의 '음모설'을 끄집어낼 수 있겠지만...

파프리카 또요?

듀나 ... 네, 하지만 그만 두기로 하겠습니다. 과거 파트처럼 노골적이지도 않고, 또 자꾸 이러니까 [콘스피러시]에 나오는 택시 운전사가 된 기분이 들어서요.

그리고 정말 현대 파트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습니다. 현대 파트는 감상적인 남부 이야기로 끝날 수도 있었던 이야기에 입체성과 현실감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재미있습니다.

제시카 탠디가 연기한 스레드굿 부인도 매력적이고 귀엽지만 특히 에블린 카우치는 정곡을 찌르는 인물입니다. 옛 생각과 기억에 의존하며 살기엔 너무 젊고 그렇다고 적극적인 페미니스트가 되기엔 너무 나이가 든, 그 어정쩡한 나이의 사람들의 중간에 끼인 느낌을 캐시 베이츠가 기가 막히게 연기해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그러나 이 부분이 무리없이 전개된 것은 비비꼬며 왜곡할 부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어요.

결말 부분이 조금 부족하게 느껴지기는 해요. 결말이 너무 길고, 원작에서처럼 스레드굿 부인을 그냥 죽이는 편이 더 이야기를 깔끔하게 마무리짓는 방법이었다는 생각도 들고요. 전에 [타이타닉] 이야기를 할 때도 말했지만, 이런 이야기에서는 조언자를 죽이거나 사라지게 하는 편이 낫거든요.

파프리카 더 감상적이 될 수도 있겠지요.

듀나 그렇겠죠. 하긴 영화는 소설만큼 그 결말에 맞는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힘들기도 하죠. 영화는 소설만큼 휘슬 스톱이라는 마을을 생생하게 그려내지 못했거든요.

파프리카 휘슬 스톱이 그렇게 독특한 곳도 아니잖아요. 남부를 무대로 한 감상적인 소설들을 아무 거나 집어서 펼치면 그런 동네는 나옵니다.

듀나 그래도 패니 플래그는 그런 동네를 떠나기 싫은 친숙하고 매력적인 동네로 만드는 데에 성공하고 있습니다.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 일조하는 자잘한 에피소드들이 사라져서 영화 속에선 그런 분위기가 덜합니다만. 가끔, 왜 소설을 읽을 때는 너무나도 뚜렷했던 감각적 인상들이 각색한 영화를 볼 때는 그렇게 쉽게 사라지는지 궁금해질 때가 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도 조금은 그랬어요.

파프리카 과거 파트를 어떻게 생각하건, 이 영화와 [델마와 루이즈]가 90년대에 만들어진 가장 중요한 주류 페미니즘 영화라고 제가 주장해도 제 목을 조르거나 하지는 않겠지요? 제 앞에 있는 누구 말처럼 '뒤틀려 있고 머뭇거릴'지는 몰라도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새로운 이야기의 가능성을 열어주었으며 관계와 사랑의 가능성에 대한 일반 관객들의 생각을 확장시켰습니다. 이보다 훨씬 적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여러 영화들이 지금 관객들에게 부담없이 다가오는 것도 어느 정도는 이 영화의 공헌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98/04/25)

D&P

기타등등

듀나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의 놀랄만한 성공 이후, 존 애브닛은 그저그런 영화들이나 만들어내고 있는데, 아무래도 역시 영화의 질을 좌우하는 건 꼭 감독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어요. 특히 헐리웃처럼 막강한 시스템과 인력들이 버티고 있는 곳에서는 더욱 그렇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