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제프리 삭스 Geoffrey Sax

주연
마이클 키튼....조나단 리버스
Michael Keaton....Jonathan Rivers
찬드라 웨스트....안나 리버스
Chandra West....Anna Rivers
데보라 카라 웅거....사라 테이트
Deborah Kara Unger....Sarah Tate
이언 맥니스....레이몬드 프라이스
Ian McNeice....Raymond Price
사라 스트레인지....제인
Sarah Strange....Jane
니콜라스 일리아....마이크 리버스
Nicholas Elia....Mike Rivers
마이크 도풋....스미츠 형사
Mike Dopud....Detective Smits
앰버 로스웰....수지 톰린슨
Amber Rothwell....Susie Tomlinson

조나단 리버스

[화이트 노이즈]라는 영화에서 가장 소름끼치는 부분은 예고편입니다. 영화 내용를 거의 보여주지 않는 예고편은 대신 잡음이 잔뜩 섞인 목소리들을 들려주며 그것들이 몇 년전에 죽은 사람들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요. 물론 이 녹음들은 모두 EVP (Electronic Voice Phenomena)라는 현상의 산물입니다.

여러분이 EVP라는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진짜 유령의 소리라고 믿고 싶은 사람들도 있고 잘 속는 사람들을 위한 로르샤흐 테스트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죠.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해요. 아무도 없는 텅 빈 방에서 녹음을 하거나 방송이 나오지 않는 채널을 녹화하면서 다른 세계의 흔적을 잡아내려는 시도는 꽤 무섭다는 거죠. 그건 영응반이나 분신사바 놀이가 종종 불러일으키는 공포와 비슷합니다. 쉽게 돈 주고 사거나 만들 수 있는 장난감이나 가전제품이 미지의 세계와 우리를 연결시켜줄 통로가 된다는 사실 말이에요. 그런 곳은 결코 우리와 가까이 있어서는 안 되니 말입니다. [화이트 노이즈]의 다음 포스터 카피는 그걸 명확하게 잡아내고 있죠. "There are nearly 7 billion audio and video recording devices in homes around the world. Everyone of them is a portal."

문제는 EVP라는 현상이 영응반이나 분신사바보다 여전히 훨씬 전문적인 영역이라는 것입니다. 방법 자체는 특별히 복잡하다고 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심심한 아이들이 파티에서 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지도 않고 그만큼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EVP 현상을 담은 픽션에선 정보 전달용 장면들이 굉장히 많이 등장하게 되는데 이런 요소들은 그렇게까지 드라마에 잘 섞이지 않습니다.

그 결과 [화이트 노이즈]의 이야기는 조금 특별한 소재를 담은 뻣뻣한 텔레비전 영화 비슷하게 흘러갑니다. 아내를 잃은 남자가 죽은 아내의 유령과 연락을 시도하려한다는 설정은 순전히 EVP 현상을 소개하기 위한 뻔한 핑계입니다. 그 뒤에 등장하는 수수께끼의 사악한 존재들과 그와 관련된 살인사건들은 순전히 장르호러영화를 만들기 위한 핑계고요. 영화는 소재주의와 장르공식이라는 위험한 암초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화이트 노이즈]는 제가 예상했던 것만큼 지루한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특별히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종종 섬뜩하고 가끔 오싹하기도 했으니까요. 아무리 무시하고 싶다고 해도 사후 세계와 관련된 사악한 존재들은 늘 무섭지 않나요? 온갖 전자제품들의 수상쩍은 잡음들을 불길하게 잡아내는 EVP라는 현상은 [링]의 비디오 테이프, [폰]이나 [착신아리]의 휴대전화처럼 고전적인 유령 이야기와 현대 문명을 결합하는 흥미로운 도구가 되어주고요. 위에서 소재주의라고 몰아붙이긴 했지만 그런 소재를 택한 것만으로도 중간은 간 영화였어요. (05/04/11)

DJUNA

기타등등

미국 영화인 척 하고 있지만 사실 영국 사람들이 캐나다에서 찍은 영화나 다름없죠. 마이클 키튼과 데보라 카라 웅거를 제외하면 배우들은 몽땅 캐나다인들이거나 영국인들이고 감독 제프리 삭스는 얼마 전에 [티핑 더 벨벳]으로 히트친 BBC 출신 연출자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