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미이케 다카시 Takashi Miike

주연
시바사키 코우....나카무라 유미
Kou Shibasaki....Yumi Nakamura
츠츠미 신이치....야마시타 히로
Shinichi Tsutsumi....Hiroshi Yamashita
후키이시 카즈에....고니시 나츠미
Kazue Fukiishi....Natsumi Konishi
기시타니 고로....오카
Goro Kishitani....Oka
나가타 아나....요코 오카자키
Anna Nagata....Okazaki Yoko
이다 아츠시....켄지 카와이
Atsushi Ida....Kawai Kenji
츠츠이 마리코....마리에 미즈누마
Mariko Tsutsui....Mizunuma Marie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유미

[착신아리]는 안전하기 그지없는 장르 영화입니다. 너무나도 안전해서 미이케 다카시의 팬들은 자동적으로 실망부터 할 정도죠. 영화는 전형적인 [링]식 귀신 이야기입니다. [링]이 귀신을 전파시키기 위해 비디오테이프를 이용했다면, [착신아리]는 휴대전화를 이용한 게 다르다고 할까요?

도입부나 설정도 이런 식의 귀신 영화 정석을 따르고 있습니다. 소개팅하러 나온 대학생 요코의 휴대전화에 음성 메시지가 하나 들어오는데, 그 메시지는 그 대학생이 죽기 직전의 목소리를 담고 있었던 거죠. 녹음된 날짜는 사흘 뒤였고 말이에요. 그리고 요코는 그 메시지가 녹음된 정확한 시각에 수수께끼의 사고로 죽고 맙니다.

그 뒤의 이야기 전개도 모범적입니다. 요코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번호로 같은 식의 메시지들이 날아오고 그 메시지를 받은 사람들은 모두 죽는 거죠. 당연한 일이지만, 마지막 희생자로 점찍힌 유미는 아슬아슬한 데드라인과 싸우면서 이 초자연현상의 비밀을 풀어야 합니다.

영화는 중반까지 그저 그렇습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죽음은 평범하고 무섭지도 않습니다. 초자연현상을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내세운 장치들도 설득력이 떨어지고요. 이런 게 이미 수없이 들은 익숙한 이야기와 결합하니 심심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세 번째 메시지가 남겨지면서 영화는 흥미진진해집니다. 저주받은 메시지의 소문을 들은 방송국에서 세 번째 희생자 나츠미에게 접근해 와 귀신을 쫓아 준다는 핑계로 나츠미를 죽음의 생방송으로 밀어넣거든요.

이 설정은 기본적으로 매스미디어 비판입니다. 시청률이 오른다면 인간 생명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매스컴을 꼬집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생방송의 진짜 가치는 상당히 좋은 호러 효과의 무대라는 것입니다. 다가오는 죽음을 대책없이 기다리고만 있는 사람의 근질근질하고 식은 땀 나는 서스펜스로 진행되다가 전 국민을 관객들로 삼은 장엄하고 폭력적인 죽음으로 끝이 나는 이 시퀀스를 거치고 나면 앞에 나온 시시한 죽음들은 그냥 이해해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영화는 그 뒤로도 괜찮습니다. 유미가 그 뒤에 겪는 일들은 전형적인 사다코식 공포담이지만, 미이케 다카시는 이 익숙한 귀신 트릭들을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노련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초자연적인 장벽에 갇혀 절대로 탈출할 수 없을 것 같은 공포의 느낌이 상당히 강하게 느껴지지요. 반전도 그 정도면 반전을 위한 반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는 되고 드라마와도 잘 어울립니다.

[착신아리]를 무조건 옹호할 생각은 없어요. 여전히 뻔한 내용의 공장 생산품 영화이며 각본상의 문제점도 많습니다. 복선으로 사용되는 유미의 과거나 구멍 공포증은 억지로 끼워넣은 듯한 느낌이 강하고 캐릭터들의 연관관계도 약하며 마지막 장면은 싱겁죠. 게다가 전 처음부터 끝까지 징징거리기만 하는 유미나 괜히 목소리 깔면서 터프 가이인 척 하는 남자 주인공이 영 맘에 안들었답니다.

그러나 [착신아리]는 여전히 잘 만든 기성품 장르물이고 상당히 무서운 장면들도 꽤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칭찬받을 자격이 있지요. 적어도 기대했던 것보다는 훨씬 재미있는 영화였어요. (04/06/25)

DJUNA

기타등등

1. 이 영화의 한국 포스터는 가장 중요한 반전을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습니다.

2. [착신아리]같은 일본 호러영화에서 [폰]과 [여고괴담]의 흔적을 발견하는 건 꽤 재미있는 경험이긴 합니다.

3. 사다코 귀신들이 왜 모두 똑같은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는지 이 영화에서 밝혀집니다. 그 긴 머리는 소속 클럽에서 대여해준 가발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