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빔 벤더스 Wim Wenders

주연
샘 셰퍼드....하워드
Sam Shepard....Howard
제시카 랭....도린
Jessica Lange....Doreen
팀 로스....서터
Tim Roth....Sutter
가브리엘 만....얼
Gabriel Mann....Earl
사라 폴리....스카이
Sarah Polley....Sky
페어루자 보크....앰버
Fairuza Balk....Amber
에바 마리 세인트....하워드의 어머니
Eva Marie Saint....Howard's Mother
조지 케네디....감독
George Kennedy....Director
말리 셸튼....신인 여자배우
Marley Shelton....Starlet
줄리아 스위니....프로듀서 #2
Julia Sweeney....Producer #2

작별인사

[돈 컴 노킹]의 주인공 하워드 스펜스는 서부극 전문 배우입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서부극이냐고요? 그러게 말입니다. 아무리 머리를 싸매고 생각해도 하워드의 위치는 파악이 안 됩니다. 그 정도 나이의 배우가 서부극 전문 배우로 스타가 되는 일은 불가능하니까요. 케빈 코스트너도 다른 장르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가끔 서부극에 나오는 거라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위치는 상징적입니다. 반은 빔 벤더스적이고 반은 샘 셰퍼드적이죠. 하워드 스펜스는 실제로 존재할 법한 배우가 아니라 미국 남성 이미지의 막연한 상징입니다. 그가 지금 찍고 있는 영화의 제목이 [The Phantom of the West]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요.

하여간 영화가 시작될 무렵, 하워드는 영화 현장에서 달아나 버립니다. 서부극 주인공처럼 말을 타고 석양을 향해 질주하는 거죠. 30년 동안 찾아간 적도 없는 엄마네 집에 숨은 그는 엄마로부터 자기에게 거의 서른에 가까운 사생아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 애의 엄마가 누굴까요? 간신히 한 명을 용의자로 지목한 그는 그 엄마가 사는 마을인 뷰트로 갑니다.

[브로큰 플라워]가 떠오르지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있는지도 몰랐던 사생아 아들을 찾아 떠나는 남자의 이야기니까요. 전 [브로큰 플라워] 쪽이 더 좋았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경쟁 상대로 만들어진 것도 아닌 영화들을 일대일로 비교할 필요는 없겠지요.

[브로큰 플라워]를 떠올리지 않는다고 해도 이야기는 낯익습니다. 막 나가는 삶을 산 남자가 과거를 회상하고 잘못을 바로 잡고 아들과 재회한다니, 이건 중년의 위기를 맞은 거의 모든 남자들의 판타지입니다.

하워드 스펜스는 여기에서 적절한 극적 도구일까요? 여러분이 이 영화에서 무엇을 원하느냐에 따라 답변이 다릅니다. 그는 그렇게 여러분이 감정이입하고 싶어하는 인물이 아닙니다. 그러기엔 너무 재수없고 무례하며 대책없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중년의 위기를 좀 늦게 맞은 60대 남자의 대표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어요. 오히려 더 잘 맞습니다. 그가 끝까지 제대로 자신의 방탕한 삶의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고 서부극의 석양으로 도피한다고 해도 그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그건 꽤 정확한 기술일 걸요.

문제는 이 드라이하고 살짝 사디스틱한 코미디의 내용이 아니라 관객들이 주인공과 그의 모험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느냐입니다. 솔직히 전 그가 어떻게 되든 관심없습니다. 아마 그게 [브로큰 플라워]와 [돈 컴 노킹]의 차이점일 거예요.

빔 벤더스와 샘 셰퍼드의 20년만의 재회작이고 벤더스가 꾸준히 추구해왔던 미국이라는 테마를 다룬 로드 무비라는 점에서 [돈 컴 노킹]은 여러 해석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게 이 영화를 걸작으로 만드는 건 아니죠. 오히려 이 영화는 비교적 가볍게 만들어진 숙제거리 같습니다. 벤더스 모범생일수록 만족스러운 답변을 내고 A학점을 받겠죠.

서부극의 메마른 풍광은 제 취향이 아니기에, 전 그냥 배우들을 보는 영화로 만족합니다. 샘 셰퍼드는 나쁘지 않고 그를 추적하는 회사 사람으로 나오는 팀 로스도 좋은 코미디를 보여주지만 진짜로 좋은 연기거리를 가지고 있는 배우들은 여자들입니다. 랭도 좋지만 특히 하워드의 사생아 딸일지도 모르는 수수께끼의 여인 스카이로 나오는 사라 폴리는 일품입니다. 인간들에게 싸늘한 동정심을 품은 자그마한 금발 여신과 같은 폴리를 보고만 있어도 본전의 몇 배는 찾겠어요. 단지 서른이 넘은 지금에도 여전히 백인 쓰레기 그루피 조연을 연기하고 있는 페어루자 보크를 보아야 하는 건 좀 슬프군요. 그 연기가 썩 좋아서 더욱 그렇습니다. (06/03/07)

DJUNA

기타등등

영화에 나오는 스카이의 엄마 사진은 실제 사라 폴리의 엄마인 다이안 폴리의 것입니다. 다이안 폴리는 1990년에 사망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