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페어루자 보크는 1974년 5월 24일 캘리포니아의 포인트 레이즈라는 곳에서 태어났습니다. 페어루자는 터키어로 터키석인가 뭔가를 의미한다나 그렇대요. 이 친구도 히피 세대 부모의 또다른 희생자인 거죠. :-)

보크의 처녀작은 83년작인 [Best Christmas Pageant Ever]였지만 이 배우의 경력을 공식적으로 연 작품은 85년에 나온 디즈니의 야심작 [돌아온 오즈 Return to Oz]였습니다. 이 영화에서 보크는 주디 갈란드의 뒤를 이어 도로시 역을 연기했습니다.

[오즈]는 상업적으로 대실패작이었지만 보크의 경력은 [워스트 위치 The Worst Witch (1986)], [Poor Little Rich Girl: The Barbara Hutton Story (1987)]와 같은 작품들로 이어졌습니다. 대부분 텔레비전 영화였고 영화도 큰 작품은 없었으니까 화려한 아역 경력이라고까지는 못하겠어요.

보크가 배우로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말부터였습니다. 밀로스 포먼이 [발몽 Valmont (1989)]의 세실 역으로 보크를 뽑았던 것이죠. 그 뒤로 흥미로운 인디 영화들이 잇달았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앨리슨 앤더즈의 [쉐드와 트루디 Gas Food Lodging (1992)]였습니다. 이 영화로 보크는 인디펜던트 스피릿 상을 수상했지요.

그후로 [크래프트 The Craft (1996)], [모로 박사의 DNA The Island of Dr. Moreau (1996)], [아메리칸 퍼펙트 American Perfekt (1997)]와 같은 영화들이 이어졌습니다. 요새는 카메론 크로우의 새 영화 [Stillwater (2000)]의 개봉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2.

'페어루자 보크'하면 떠오르는 것은 이 배우의 괴기한 외모입니다. 육식동물을 연상시키는 무시무시한 큰 눈과 고양이 같은 외모 때문에, 이 배우한테서 무언가 정상적이고 안전한 역을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페어루자 보크의 팬들은 대부분 이 배우의 강렬한 외모와 카리스마에 끌린 사람들입니다. 저 역시 이 사람의 맛간 듯한 외모가 무척 흥미롭다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과연 그 외모가 보크의 커리어에도 도움이 되었을까요?

[크래프트]와 같은 영화에서는 분명히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영화에서 보크의 외모는 보크의 정신나간 연기와 얽혀 강한 효과를 자아냈지요. [크래프트]에서 보크가 연기한 낸시는 굉장히 멋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외모가 보크라는 배우를 스테레오 타입에 고정시키고 역할을 제한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보크가 언제나 그렇게 흡혈귀 같은 모습이었던 것도 아니고 (어렸을 때는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아도 참 예뻤었답니다!) 흥미로운 역을 얻을 수 있었던 때도 그 사람의 무시무시한 외모가 굳어지기 전인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이었습니다. 그때는 역할도 상당히 다양했어요. [발몽]의 세실과 같이 순진한 소녀 역도 있었고, [쉐드와 트루디]의 반항적인 틴에이저도 있었으며, [소냐 Imaginary Crimes (1994)]의 문학 소녀도 있었습니다. 이 배우의 요새 영화만 본 관객들은 믿어지지 않을런지 몰라도, 보크는 무척 넓은 연기폭을 소화해낼 수 있는 재능있는 배우입니다.

이 친구가 조금 더 다양한 역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전 여전히 보크에게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그래서 [워터보이 The Waterboy (1998)] 같은 영화에서 아담 샌들러 여자 친구 따위로나 나오는 보크의 요새 모습은 보기가 좀 괴롭군요.

3.

보크는 두 차례나 마녀 역을 한 배우한테 딱 어울리는 부업을 하고 있지요. 팬파이프라는 유명한 오컬트 숍의 주인이랍니다. 마법같은 것에 진짜 관심도 있다고 들었어요.

[Stillwater (2000)]에 기대를 걸어봐도 될까요? 이 영화는 오래간만에 보크가 출연하는 주류 헐리웃 영화이고 공연진이나 감독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과연 보크의 비중이 얼마나 되려는지는 모르겠어요. (99/11/06)

DJUNA